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SBS ‘골드미스가 간다’의 뉴 멤버 오디션에서 이젠 트레이드마크가 된 ‘골반 댄스’ 말고 신선한 다른 개인기는 없느냐는 기존멤버들의 요구에 나영 씨가 25초 안에 눈물을 보이겠다고 호언장담 했을 때 좌중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그것도 코믹 댄스를 마친 뒤 바로 눈물을 흘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그러나 나영 씨의 볼에는 거짓말처럼 금세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걸 본 시청자들은 ‘김나영, 요즘 연기 연습 좀 하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영 씨의 눈물이 그저 연기가 아니라 목까지 꽉 차오른 설움이라는 걸 잘 아는 저는 영 마음이 언짢더군요. 지난 번 MBC에브리원 시즌2에서 나영 씨의 속내를 들은 바 있는 현영 씨도 짠해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나영 씨의 눈물이 내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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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나영 씨의 눈물을 본 건 MBC 에서 SG 워너비 멤버 이석훈 씨와 소개팅을 했을 때일 거예요. 딱히 그럴 타이밍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후드득 눈물을 쏟아 아연했습니다. 파트너 이석훈 씨도 많이 당황스러운 듯했어요. 평소 과하다 싶게 에너지 넘치고 늘 반달을 만들며 웃는 나영 씨가 느닷없이 눈물을 훔치니 놀랄 밖에요. 필경 녹화 중에 맘 상하는 일이 있었나 보다 했습니다. 혹시 김용준-황정음 커플과 이석훈 씨가 나영 씨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어요. 어째서인지 그날의 눈물은 그렇게 계속 찜찜하니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러다 시즌2에서 ‘가면성 우을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나영 씨를 위해 멤버들이 진실토크의 장을 마련한 날 그제야 비로소 까닭을 알겠더군요. ‘눈물 나는 기억’이라는 말만으로도 눈물을 쏟는 나영 씨, 그 눈물 나는 기억은 바로 ‘엄마’였던 거예요. 아니 사실 기억이랄 것도 없는 것이, 초등학교 입학식 일주일 전에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터라 나영 씨에게 엄마는 드라마나 영화, 책 속에 나오는 이미지가 전부라지요? 엄마의 온기를 몰라 그리워하려 해도 그리워할 수도 없고, 그래서 하루빨리 온기를 나눌 아기를 갖고 싶다는 나영 씨. 그러나 엄마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는 나영 씨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요. 한동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를 떠나보낸 MBC 휴먼 다큐멘터리 의 ‘풀빵 엄마’ 고 최정미 님의 딸 은서 생각에 가슴이 쓰렸는데 우리 나영 씨가 은서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 키워본 엄마라면 초등학교 입학 즈음의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엄마가 절실히 필요한지 잘 압니다. 깨우고 먹이고 입혀 데려다주고, 숙제 봐주고 준비물 챙겨주고, 그 일들을 대체 누가 대신 해줬을까요.

제가 엄마 대신 나영 씨 편에 서줄게요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그런가하면 어릴 때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따돌리고 놀려대며 흙을 뿌렸다는 얘길 하며 웃던 나영 씨도 생각이 나요. MBC 였지요? 소싯적에 때리는 쪽이었나, 맞는 쪽이었나, 얘기가 오가는 중이었는데 나영 씨가 ‘저는 흙으로 맞아봤어요’라고 하자 제작진이 친절하게 흙 뿌리는 CG까지 만들어줬고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지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랫말은 바로 이런 경우이지 싶어요. 여느 아이라면 당장 달려가 엄마에게 일러바치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겠지만 나영 씨는 아마 그냥 혼자 꾹꾹 눌러 삼키고 말았을 테고, 그래서 그 기억을 지금껏 떠안고 있는 걸 거예요. 나영 씨가 잘 모르겠다는 엄마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거거든요. 하소연 들어주고, 다독거려주고, 함께 열 받아 하고, 때론 대신 싸우러 나서주는 게 바로 엄마지요.

힘들 때면 엄마의 묘소를 찾는다는 나영 씨. 다른 건 모르지만 제가 이거 한 가지는 나영 씨 어머니 대신 해드릴 수 있겠네요. 혹시 누군가가 나영 씨를 홀대하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응징해줄게요. 응징이라 해봤자 ‘이휘재, 니가 감히 우리 나영이를 마다해?’라며 화면을 향해 삿대질하는 정도에 불과할 테지만 그래도 은근히 위안이 되지 않나요? 그리고 자꾸 눈물 쏟는 장면이 반복되다 보면 웬 청승이냐며 나무라는 이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아랑곳하지 말고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요. 언젠가는 그 눈물도 마를 날이 있겠지요. 얼마 안 있으면 이런 말을 하게 될 거예요. ‘엄마가 그땐 왜 그렇게 자꾸 울었는지 몰라’라고.
나영 씨, 바람막이가 되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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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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