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웃긴 사람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배우입니다. 송강호는 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친근한 배우입니다. 송강호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닙니다. 쉼 없는 배우 입니다. 송강호는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단한 배우입니다. ‘인터뷰 100’이 찾아간 세 번째 골목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편안해진 얼굴의 배우 송강호가 담배 한가치를 물고 서 있었습니다. 요란스러운 인사대신 반가운 포옹 대신 딱 적당한 온도로 손을 한번 쓱 흔들어 보이면서 말입니다.

100: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는 기대하지 말라고, 그냥 강동원의 인기에 묻어가는 영화라고 엄살을 떠시더니,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가 훨씬 대중성이 있는 영화 던걸요?
송강호: 의 한을 풀려고요, 의 한을! 으하하하하하하!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100: 본인 영화에 대해 다른 배우들에 비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스타일인데 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송강호: 이 사람이, 뭐 이런 질문을 개봉 앞둔 배우한테! 굉장히 대중적인 영화예요. 그래서… 좋고!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또 좋고! 사실 가 주제를 농밀하게 파고드는 작품은 아니니까 배우로서, 아주 개인적인 성향으로서는 좀 아쉽기도 하죠.

100: 그런 건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알고 결정한 작품이잖아요?
송강호: 그렇죠. 그런데 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 보니, 사람들이 참 간사해지잖아요. 이런 것도 더 있으면 좋겠고, 뭐 이런 저런 욕심도 생기고.
100: 가진 자의 여유시군요!
송강호: 읏하!하하하하하! 사실 가 좋은 게… 터치가 가벼워요. 터치가. 괜히 너무 진지하게 무게 잡는 것 보다는 살짝살짝 스치듯이 할 이야기를 다하잖아요. 그 점이 좋아. 물론 아쉬움도 있죠. 이건 누가 잘못이 아니라 이미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혹은 목적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장훈 감독 입장에서 고민이 많이 되었을 거예요. 특히 결말의 경우를 봐도 그래요. 사실 우리의 현실은 훨씬 냉혹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작가적인 욕심이 생겨날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유연하게 대처를 하더라고요.

100: 가끔 현장에서 노련한 배우들이 신인 감독에게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결말이나 내용이 배우 입김 때문에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송강호: 만약 제가 감독이라면 도 좀 더 아픔이 오래 지속되는 엔딩을 선택했을 거예요. 그러면 영화 바로 망하고! 다시는 연출 못하고! 으하하하하. 하지만 저는 배우란 말이죠. 일단 배우가 어떤 영화의 출연을 결정한 이후에는 그 내용을 관여할건 아니라고 봐요. 그건 감독의 고유의 권한인 거죠. 물론 함께 하는 스태프로서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제시 할 수는 있겠죠. 장훈 감독은 이런 저런 요구와 입장 사이에서 꽤 영리하게 잘 헤쳐나간 경우인 것 같아요.

100: 의 경우는 오롯이 두 남자의 관계에 모든 영화가 집중되다 보니 그 궁합이 유독 중요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송강호와 강동원이라니. 뭔가 공통점도 하나도 없을 것 같고. 친해지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랄까. 혹시 강동원 씨는 함께 작업하기에 조금 예민하거나 까다로운 배우는 아니었나요?
송강호: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같이 한 배우들에게 미리 좀 물어봤는데 의외로 이야기도 잘하고, 술도 잘 먹는 친구라고 말하더라고. 그런데 실제로 그래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고 생각이 진중해. 오히려 약간 고지식한 느낌이 있는데 포장을 하려고 하지 않고, 우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좋아해요. 그게 또 매력적이고. 아무래도 그런 면이 상대편을 편안하게 만드는 거죠. 같이 연기하기도 편했고.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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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보통 같이 작업한 상대배우들에 대한 칭찬은 좀 식상한 면이 있죠? (웃음) 그래서 오히려 가끔은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배우들이 서로 친할 때 더 좋은 시너지가 나는 걸까? 아니면 서로 불편한 긴장상태를 유지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올까? 하는.
송강호: 다행인지 지금껏 불편한 배우를 만나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잘은 모르겠는데. 내 경우는 사이가 좋을 때가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가끔 그런 기사들 나오잖아요. 배우 두 명이 대립하는 영화가 있으면 실재로 서로 밥도 잘 안 먹고, 말도 안 섞고 그런다, 뭐 그런 거. 그거 좀 우습지 않나. 이거 뭐…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으하하하하. 그럴수록 더 친하고 재밌게 지낼수록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강)동원이 선배니까 현장에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정도의 노력은 하죠. 하지만 또 그 이상의 노력은 안 해요. 의식적으로 더 친해지려고 다가가지도 않고.

100: 강동원 씨가 때 인터뷰에서, 배우들끼리 배우는 게 어디 있냐,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프로들은 어느 정도의 신인의 단계를 거친 이후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경력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강동원 씨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혹 같이 일한 배우로서는 그런 태도가 좀 섭섭하진 않으셨어요?
송강호: 그게 강동원이의 매력이라니까! 아무리 술자리라도 보통 후배들 같으면 선배님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대충 분위기 맞추는 말을 할 텐데 그 친구는 안 그런다고. 그런 모습이 참 좋아. 아마 동원이가 그런 말을 한 건 오히려 상대방이 대선배니까, 내가 어리니까, 그러면 많이 배워야겠구나, 라는 천편일률적인, 관습적인 생각이 싫었던 걸 거야.

100: 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재미는 무엇이었나요?
송강호: 10년 전에 , 까지 했잖아요. 남과 북, 남자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이야기인데 작품 전체의 윤곽이 그 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거죠. 분단을 소재주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무겁지 않게, 그리고 세련되게 접근을 하더라고. 오히려 그것이 현재 관객들이 분단에 대해 느끼는 정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또 고정간첩과 전직 국정원 요원이 같이 생활한다는 게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아마 지금 시기에 분단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였으면 안 했을 것 같아요.

100: 캐릭터나 인물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나요?
송강호: 예. 같은 경우는 작품이 좋아서 한다고는 했는데 참, 이게 대책이 없었어요. 그게 보통 작품인가? 세계 어디에도 없을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어떻게 하냔 말이야. 그러다 한 달이 지났어. 고사를 지낸다네? 거기서 한 100명의 스태프와 관계자들을 보는데 어이구, 이 사람들이 다 나를 믿고 작품에 임하고 있을 텐데 큰일났다, 했죠. 갑자기 겁이 덜컥 나는 거지. 이 말은 곧 내가 대책 없이 작품을 선택한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작품을 선택한 이후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 캐릭터가 나의 전작과 이후 작품에서 어떤 균형을 이루겠다, 전작의 장르나 전작의 이미지에 대해 머리를 쓸 정신이 없단 말이죠. 작품이 좋으면 선택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고민하는 거, 배우가 그 이상으로 머리를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자칫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 같은 예술영화를 하나 했으니까, 이제 같은 대중성 짙은 영화를 해볼까? 하는 식은 아니라는 거죠.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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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하지만 에서 로 넘어가는 순서는 마치 다음에 넘어가는 패턴이랄까. 봉준호, 박찬욱 다음에 의 한재림, 의 장훈처럼 데뷔작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촉망 받는 신인감독의 2번째 영화에 출연한다는 식으로. 그래서 배우 송강호의 작품 선택이 너무 치밀하게 계산적이라고 생각했죠.
송강호: 아, 그게 진짜 오해인 거죠. 보세요. 원래 다음에 이현승 감독의 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말이야. 그런데 그 영화 준비가 조금 늦춰졌고 그때 가 들어와서 한 거지. 아니면 다음에 면 얼마나 칙칙해! 제목도 밤안개! 배역도 조폭 보스! 으하하하. 그런데 나는 가 바로 준비 되었으면 그냥 했을 거라고요. 원래 끝나고 이었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기다리는 중에 를 했는데 또 이 들어왔거든. 안 할 수가 없지. 물론 김지운 감독의 낯빛이 좀 변하긴 했지만 으하하하하. 모르는 사람들은 아, 이 놈 영악하게 작품 선택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도 계산을 하고 선택한 건 없어요.

100: 말하자면 송강호가 숨고르기를 한다는 오해 같은 거요?
송강호: 예. 물론 어떤 배우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는 있겠죠. 큰 영화 했으니까 다음엔 작은 영화 하고, 예술 영화 했으니까 다음엔 상업영화하고.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해 본적은 없어요. 사실은… 닥치는 대로?
100: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런 작품적 균형감이 만들어 진 건 운이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거네요? (웃음)
송강호: 아하- 참. 으하하하하하하.

100: 개인적으로 에서의 송강호의 연기를 참 인상적이었어요. 전도연의 뒤에서 기꺼이 풍경이 되는 연기를 저렇게 잘해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면서 봤거든요. 오히려 전면에 나서는 연기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송강호: 모든 작품이 다 마찬가지죠. 저는 그저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으하하하하하하.

100: 이러지 마시죠. (웃음) 사실 송강호의 연기에 대한 방법론적 궁금증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게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송강호: 연극원에서 특강을 두 번쯤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되는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그런데 이게 답이 없는 거지. 어떻게 말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겠어요. 학생 본인도 이게 우문인줄 아는데요 선배님, 하면서 묻고. 그냥 현장에서 더 일해본 사람으로서 단지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는 거예요.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일까? 대본에 밑줄 쭉쭉 그어가면서, 대본에도 없는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다는 백그라운드 성장환경 같은 것도 상상해서 만들어 놓잖아요. 그런 고민을 하지 말라고. 그런 많은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오히려 생명력이 없어져요. 그냥 순순히 인물을 받아들여야죠.

100: 그런데 머릿속으로 아무리 단순해지자고 생각 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군더더기가 확,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송강호: 아니죠. 그러니까 어려운 거죠. 안 풀릴 때도 있죠. 그럴 땐 본능적으로 헤쳐 나가는 거죠. 그 본능이란 게 지난 경험도 있고 솔직히…. 타고난 재능을 숨길 수 없죠, 으하하하하.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대본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툭툭, 연기를 하는 게 더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DVD 코멘터리에서 이창동 감독이 “연기는 단순해지려고 하는 거다”라고 했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 건 어떤 분명한 감정을 전달하는 건데 군더더기가 너무 많이 붙어있으면 그 엑기스가 전달이 안 되잖아요. 결국 배우는 가장 단순해져야 한다는 거죠.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배우에겐 오히려 이상한 배역연구를 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송강호의 연기에 대한 노하우를 말하자면 많은 생각하지 말라는 거, 가장 단순하게 하라는 거예요.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100: 사실 그걸 묻고 싶어요. 예술가라는 게, 연기라는 것이, 타고난 것 없는 그저 노력만으로도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송강호: 노력이라는 말의 개념이 좀 모호하죠. 연기를 잘 하기 위한 노력이 어떻게 있겠어요. 노력은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의 다른 말일 수는 있겠지만 연기를 잘하는 비법은 아니라는 거죠. 만약 액션 신을 찍을 때 열심히 몸을 만들고 합을 맞추거나, 에서 피리 부는 그런 노력은 노력이죠. 하지만 연기의 본질은 노력으로 만들어 질 수 없는 거라고 봐요. 90%는 타고나는 거고, 10%는 경험이죠, 경험. 숱한 연기를 통해 얻어지는 경험.

100: 연극한 시기까지 치자면 훨씬 길지만 대중들에게 ‘송강호’ 라는 이름은 인지시킨 이후에도 벌써 10년이 넘게 배우 생활을 하고 계신데, 같은 직업을 반복하다 보면 슬럼프도 있고 예전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거나 그렇진 않나요?
송강호: 영화 한편을 개봉하기까지의 반복되는 일정, 즉 영화 찍고 후반작업하고 홍보하고 인터뷰하고 무대인사하고 이런 외부적인 일정의 패턴이 십 몇 년 동안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지치는 건 좀 있어요. 그런데 이건 직업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걸 상쇄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새로운 작품, 배우로서의 본능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나는 거죠. 그것만이 이 반복되는 생활의 유일한 활력인 것 같아요.

100: 예를 들면 같은 영화?
송강호: 그렇죠, 최근엔 가 가장 자극이 컸던 영화죠. 예술가로서 새로운 도전이랄까, 그런 자극이 되죠. 배우는 결국 끊임없이 그런 자극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100: 다행스럽게도 배우 송강호는 끊임없이 다양한 감독, 배우들과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기억나는 큰 슬럼프가 없었단 말이죠.
송강호: 예… 음… 비교적 슬럼프가 없었죠. 그렇게 대박이 나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음… 그래도 슬럼프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2005년도가 아닌가 싶어요. 그때가 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고, 강우석 감독과의 갈등도 있었고, 게다가 그 해 연말에는 음주운전에 걸려서 방송 3사 9시 뉴스에서 나오고… 분기별로 안 좋은 일이 하나씩 생기는데 그게 서른아홉이었단 말이죠. 그래서 아… 이런 게 ‘아홉수’인가 라고 생각 할 정도였죠. 그래서 촬영 마치자마자 처음으로 가족들하고 캐나다 가서 한 달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슬럼프라는 게 직업적으로 일이 안 풀리는 걸 말한다면, 영화배우로서 작품적으로 일이 힘들거나 안 풀렸던 적은 다행히 없었던 것 같아요.

100: 나이 들어가는 배우 송강호에 대해 그리고 있는 본인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있을 까요?
송강호: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꾸어 나가야지 하는 의미나 구체적인 모습이 있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아주 조용히 나이 들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제 나이도 있고 선배니까, 점점 중심부에서 물러나야겠죠.

100: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송강호: 물러나야 한다는 건 사실 적당한 표현은 아닌 것 같고, 그런 자리바꿈은 자연의 법칙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든 만큼 그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 연기하는 거죠. 최민식 선배도 그렇고 (설)경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언젠가는 중심부를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차지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 후배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를 내줘야 하고 그런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송강호│“나는 한 번도 뜨겁고 요란했던 적이 없다”
100: 예전에 제 책에서, 송강호는 ‘빙점을 향해 달려가는 장거리 주자’ 라고 쓰기도 했는데, 여전히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의 조필로 등장하던 그 순간 가장 뜨거웠고 갈수록 차가워지는, 가장 본능적으로 다가와서 가장 지적으로 가고 있는 배우랄까.
송강호: 원래 성향자체가 따뜻하고 포근하고 해피엔딩적인 감성은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차갑고 냉정한 것에 더 끌리는 사람이죠. 한 번도 나는 뜨겁고 요란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 도 내 딴에는 내 안에서는 아주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연기했던 작품이었거든요.

100: 한 때 3, 4년 치 영화들이 다 예약이 되어 있어서 정말 쉼 없는 릴레이처럼 뛰어왔는데 오히려 지금은 작품을 보는 마음이 좀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송강호: 지금도 그런 점에서는 꼭 자유롭지는 않아요. 가 4월이나, 5월이니 올 한해는 그 작품 하나 하면 다 갔다고 봐야지. 내년에도 밝힐 수는 없지만, 으하하하, 작품이 또 하나 있고, 또 중간에는 또 뭐 하나 들어갈지도 모르고.

100: … 안 쉬세요?
송강호: 에이, 쉬고 있다니까. 이런 시간도 나한테는 쉬는 거죠.
100: 요즘에도 연기 빼고는 특별한 일 없이 사시는군요. (웃음) 뭐 배우거나 그런 욕구는 없으세요?
송강호: 예, 원래 없어요, 그런 욕구는. 워낙 게으르고 좀 귀찮은걸 싫어해서.. 쩝.

100: 직업을 찾으셔서 너무 다행이네요. (웃음) 배우 안 하셨으면 어쩌실 뻔 했어요.
송강호: 배우 안하고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아마도 그 일만 계속, 아무 생각 안 하고 했겠죠.
100: 다른 직업은 뭐 했을 것 같으신데요?
송강호: 배우를 안 했으면… 배우…. 배우…. 배우 매니저? 으하하하하핫.

글, 사진. 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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