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ON] 2AM│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스타ON] 2AM│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지난해 3월, 2AM과의 첫 번째 인터뷰에서 생각했다. ‘몰라. 얘네 뭐야. 무서워…’ 86년생 맏형부터 고3 막내까지, 분명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 비슷한 또래임에도 그들은 뭔가 달랐다. 둘 이상 모이면 서로 장난을 치고 스튜디오 여기저기를 활개치고 다니는 다른 그룹 멤버들과 달리 2AM의 네 남자는 모두 조용하고 침착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이 먼저 말을 건 것은 딱 한 번, 소품으로 놓여 있는 색소폰에 흥미가 생긴 막내 진운이 예의바르게 “이것 좀 만져 봐도 돼요?”라고 물었을 때 뿐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말수가 적은 이유는 노래할 때를 위해 철저히 목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층 더 놀랐다. 나이는 어리지만 각자의 영역이 뚜렷한 프로페셔널, 그 당시 2AM은 팀워크가 좋은 동료들 같았다.

하지만 그 후 멤버 모두가 노래 외에도 다양한 개인 활동을 펼쳤던 경험 덕분일까. 다시 만난 2AM은 또 조금 달라져 있었다. 스튜디오 한 쪽에 놓인 컴퓨터 앞에 나란히 웅크리고 앉아 빨간 스포츠카며 다양한 자동차들을 검색하면서 열띤 대화를 나누던 창민과 진운은 자신들의 CD를 꺼낸 기자에게 다가와 감사 인사를 건네고 싸인 대신 번지지 않는 고무도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저한테 오셔서 창민이 형이 더 좋다고 하시면 창민이 형 도장을 찍어드리고, 학교 갔는데 선생님이 싸인 해 달라고 하시면 우리 네 명 도장 다 찍어드리면 되는 건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어 ‘교복돌’에서 벗어날 날이 머지않은 진운이 진지하게 엉뚱한 소리를 하면 “휴대폰이나 옷에 싸인 해 달라는 분들한테는 도장을 찍어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나름 합리적인 설명을 붙이는 것은 역시 창민이다.
[스타ON] 2AM│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스타ON] 2AM│인터뷰 비하인드, C의 기록
자칭타칭 요즘 대세인 ‘깝권’ 조권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가 조권인 건 모르시고 ‘깝’씨인 줄 아세요” 라며 농담을 던지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실제의 조권은 ‘깝’과 거리가 멀다. 초콜렛 모카를 손에 든 채 여느 아가씨들도 부러워할 만큼 가느다란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을 때는 새초롬한 분위기 또한 소녀 같지만 “우리가 1년만인가요? 아니, 9개월?” 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는 보기 드물게 다정한 소년, 아니 청년이다. 시종일관 생글거리는 미소를 띠고 어떤 질문에도 망설이거나 돌려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연습생 8년 유경험자의 노련함이자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갈 길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쑥쑥 자라는 막내보다 아직도 2cm나 더 큰, 187cm의 팀 내 최장신 슬옹은 쉴 새 없는 스케줄로 피곤한 듯 분주한 대기실 소파에서 단 10분 만에 깊은 잠이 들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다른 멤버들의 꼬이는 멘트까지 정리해주는 브레인으로 변신한다. 비록 ‘죽어도 못 보내’ 티저 영상에서 노출 없는 노출로 화제가 되어 ‘가슴’이라는 말만 나와도 ‘올 것이 왔구나’ 라는 표정을 짓지만 이 정도로 굴할 그가 아니다. 대화 중간중간 웃지도 않고 농담을 툭툭 끼워 넣는 고난도 스킬 구사자답게 “여러분도 열심히 운동하시면 돼요. 하지만 타고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포기하셔야 할 거예요” 라고 받아치는 여유라니, 역시 MBC 에서 캐스터로만 두기에는 아까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돌계 유일의 군필자이자 KBS 에서는 개그계로 분류되고 라디오에서는 사이먼 코웰을 능가하는 독설가로 활약하는 창민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86년생, 특별히 군기를 잡는 스타일도 아니고 말투 또한 상냥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을 바로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은 역시 예비역의 위엄인지도 모르겠다. 키와 체격은 형들을 훌쩍 뛰어넘었는데도 아직 볼에는 젖살이 남아 있는 진운은 양쪽 옆머리에 빨간 미용실 핀을 꽂은 채 대개 형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쪽이다. 다양한 음료수가 준비된 것을 보고 형들부터 챙기며 “에스프레소 드실래요?”라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태도는 실로 성실한 막내다. 그러나 ‘꽂히는’ 이야기 거리가 있으면 바로 열을 올리고 씩씩하게 말하다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이제 막 스무 살에 접어든, 아직 소년 그 자체다.

그래서 두 번째로 2AM을 만나보며 느꼈다. 목소리도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무대에서 한 음을 내고 화음을 이루는 이 네 명의 청년들은 함께 해온 시간만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형제 같았다. 그리고 이 형제들은 지금까지 어떤 그룹도 가지 않았던 길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닦아 가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헤쳐서, 때로는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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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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