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M의 ‘죽어도 못 보내’는 발표와 함께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했다. 조권은 인터넷을 보자마자 다른 멤버들에게 전화를 했고, 창민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숙소에 들어와 멤버들의 방을 왔다 갔다 했다. 촌스러울 수도 있다. 인기 아이돌의 신곡은 음원 차트 1위를 예약하다시피 하는 게 요즘이니까. 하지만 2AM은 울어도 좋다. 조권은 JYP에서 8년 동안 연습생 시절을 보냈고, 다시 그가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조권이 대세”라고 말하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그 사이 조권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깝권’이 됐고, MBC 에 출연했다.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돌,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면서 얼굴을 알려야 하는 아이돌, 그리고 2년여 만에 음원차트 첫 1위를 한 아이돌. 2AM은 아이돌 월드의 가장 애매한 지점에 있었다. 데뷔곡은 베스트셀러 대신 스테디셀러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관객들은 그들이 노래를 부를 때도 웃었다. 창민이 KBS 에서 ‘못 생긴 아이돌’ 캐릭터가 된 건 그들의 지난 2년을 압축한다. 인지도를 선택하거나, 발라드 아이돌의 이미지를 버리거나. 2AM은 무엇이든 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해야 했던 아이돌이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자신을 있는 대로 보여준다
2AM│부르고, 웃기고, 다시 부르고
2AM│부르고, 웃기고, 다시 부르고
그래서 2AM은 ‘터지는’ 대신 ‘쌓았’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인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애완용 생명체 같은 ‘깝권’과 “줄 수 없는 게 이 노래 밖에 없다”며 노래하는 조권은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끝없이 노래 부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고, 다시 노래 부르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납득시킨다. 인터넷에는 조권과 슬옹의 브라운아이드걸스를 패러디한 ‘드러운아이드걸스’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반면 2AM이 부른 수많은 노래의 음성파일도 있다. 에서 조권은 가상 아내인 가인 앞에서 쉴 새 없이 웃기고, 떼쓰고, 애교떤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는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는 제대로 노래 부르고, 자신의 노래를 꼼꼼히 모니터하며 한 번의 실수에도 눈물을 글썽인다. 그리고 조권과 가인이 의 대표 커플이 되는 사이 대중들은 웃다가 우는 2AM의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전성시대와 예능 전성시대의 만남은 아이돌이 단 한 번에 뜨는 것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온갖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사이 발표하는 노래는 점점 더 인기를 얻어간다. 2AM은 이 시대의 한 가지 생존법을 보여주며 정상 직전까지 올라왔다. 몸으로 부딪치고, 자신을 있는 대로 보여준다.

‘죽어도 못 보내’는 이 아이돌 업계의 언더독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제 인터넷 검색창에서 ‘깝’을 치면 ‘깝권’이 자동 완성된다. 케이블 TV에서 시작된 ‘드러운아이드걸스’는 요즘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끊임없이 재연된다. 얼마 전 SBS 에서 조권과 슬옹은 백지영과 택연의 ‘내 귀에 캔디’를 패러디했고, 바로 뒤에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다. 대중은 이제 2AM의 이런 모습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정상 턱 밑까지 올라왔다. 남은 건 노래로 발라드를 부르는 보컬 그룹으로서 그들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2AM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
2AM│부르고, 웃기고, 다시 부르고
2AM│부르고, 웃기고, 다시 부르고
그리고, ‘죽어도 못 보내’는 2AM에게 절묘한 위치선정을 해준다. 2AM은 춤을 추는 아이돌그룹들처럼 한 음절을 계속 반복하는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시작부터 후렴구를 내세우는 ‘후크송’을 부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죽어도 못 보내’는 발라드의 틀 안에서 요즘 국내 가요계의 트렌드를 최대한 받아들인다. 곡을 끌고 가는 것은 기승전결을 차근차근 밟는 멜로디라인이 아니라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를 첨가한 비트다. 보컬은 마치 리듬을 찍어내듯 바운스 있게 노래를 부르고, 후렴구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전개는 최대한 단축된다. ‘이 노래’는 1절부터 후렴구까지 차근차근 멜로디를 쌓아가며 감동을 줬다. 하지만 ‘죽어도 못 보내’는 멜로디의 흐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1절만 있는 노래처럼 빠른 전개로 후렴구를 ‘터지게’ 만든다. 발라드이되 단도직입적으로 승부하는 발라드. 발라드이되 비트가 축이 되는 발라드. 발라드 가수이면서도 트렌드의 중심에 서야 생존할 수 있는 이 아이돌 그룹에게 ‘죽어도 못 보내’는 그들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그리고 2AM은 ‘죽어도 못 보내’를 그들의 목소리로 완성한다. ‘죽어도 못 보내’의 후렴구가 고요했던 앞부분과 대조적으로 폭발적인 느낌을 얻는 것은 보컬 그룹으로서 2AM의 화음 때문이다. 누군가는 멜로디를 이끌고, 누군가는 노래를 풍성하게 만들며, 누군가는 강한 목소리로 노래에 힘을 실어준다. 이 화음이 나오는 순간 2AM은 그들이 단지 예능 활동을 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하나의 보컬 그룹이라는 사실을 음악적으로 증명한다. 줄 수 있는 게 노래 밖에 없던 그룹의 멤버들이 노래를 알리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다시 노래로 모여 팀의 색깔을 증명하는 순간. 슬옹의 말처럼 “국민적인 보컬 그룹이 되는 것”이 꿈이라면, 그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까지 왔다. 부르고, 웃기고, 다시 부르면서.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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