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 “내가 정체돼 있지 않은 한 언젠가는 인간관계도 좋고 연기도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 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는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조금 머리가 굵어지고 하고 싶은 것을 알았지만 잘 하지는 못했다. 잘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니 30대가 찾아왔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운 것도 많아졌다. 아내와 아이도 생겼다. 그리고 인생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 가장 힘차게 칼을 휘두를 때가 온 한 남자의 인생.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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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 장혁의 본명. 장혁은 그의 신인 시절 같은 회사에 있던 매니저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도장을 콱 찍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 장혁은 정용준으로 살던 10대 시절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차례 학교를 옮기면서 친구를 많이 못 사귀었고, 중학교에서는 마라톤과 기계체조를 했지만 전국대회 1등을 해도 담임교사가 칭찬 대신 상장을 책상에 찔러 넣고 가버리는 것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그는 방황하면서 연합고사를 안 보겠다는 반항도 부리고, 고교 시절에는 싸우다가 이가 부러지기도 했다. 어린 시절 ‘백인 계집애’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하얀 피부와 고운 선을 가진 얼굴로 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반항심 많은 ‘망나니’로 10대 시절을 보낸 셈. 결국 장혁은 운동 대신 다른 공부를 권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다.

god : 장혁과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낸 그룹. 장혁과 god는 숙소를 함께 쓰면서 배가 고프면 숙소 앞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를 서리해 옥수수를 한 알씩 따서 밥을 지어먹고, 연기 연습을 할 때는 god의 멤버 중 한 명을 불러 함께 대본을 읽기도 했다. 장혁은 이승환의 ‘애원’과 god의 ‘어머님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장혁을 캐스팅했던 정훈탁은 장혁이 “지나치게 순수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면서 “그게 엄청난 무기가 될 것 같았다”고 믿었다.

정우성 : 장혁과 같은 소속사에 있던 배우. 장혁은 ‘리틀 정우성’이라는 별명과 함께 데뷔했고, 영화 , KBS 등에서 의 정우성처럼 반항아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장혁은 “우성이 형은 인파 속에 있지 않고 방랑자처럼 혼자 가는 것 같다. 나는 방랑자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신과 정우성의 차이점을 말했다. 실제로 장혁은 영화 속 정우성처럼 터프하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부딪히고 어울리는 편이다. 그는 의 무대가 된 고등학교의 남학생들이 연예인들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내자 충돌을 방지하려고 운동부 학생들을 찾아가 “나도 학교 다닐 때 운동 꽤나 했다. 지금 나랑 겨뤄볼 사람은 나와도 좋다”며 신경전을 벌인 뒤 그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에서 종종 자신의 친한 친구 이름을 이야기하고, 친구가 있어서 연예인이 되고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말할 만큼 우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말 그대로 터프한 부산 사나이의 성격.

소지섭 : SBS 과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혁은 소지섭과 친해지면서 한 때 취미삼아 권투 스파링을 같이 하기도 했다. 장혁은 출연 당시 단역에 가까운 배역을 연기, 스스로를 “비디오를 정지해 조그셔틀로 돌려 봐야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스톱모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에는 연기력이 부족해 친구, 택시 기사, 지하철 승객 등 주변 사람들의 말투를 녹음기로 녹음하면서 연구하기도 했다. 이런 시기를 지나 스타덤에 오른 장혁은 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자기 이름을 “휠~”로 부르며 건들거리는 동네 백수지만, 안 풀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불만으로 삐딱해진 캐릭터 봉필은 그가 경박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그는 창녀촌의 양아치를 연기하는 등으로 무거운 반항아나 터프가이와는 또 다른 경력을 쌓는다.

장나라 :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장혁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선사했다. 장혁은 자신이 연기한 재벌 2세 캐릭터를 무조건 멋지게 연출하는 대신 다소 경박하고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가능한 캐릭터로 해석, 기존의 멋진 남성 캐릭터 위에 자기만의 특징을 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장혁은 와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대신 “작품 하나에 배우의 인생 전체가 좌우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하사극 SBS ,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백화점 직원을 연기한 영화 등에 출연한다. 반항아 이미지로 뜬 청춘스타가 멋있는 스타로만 사는 대신 배우로 살기를 선택한 순간.

전지현 : 영화 와 장혁이 TJ라는 이름으로 랩을 한 ‘Hey girl’의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배우. 두 사람은 데뷔 시절부터 같은 소속사에서 일해 “다섯 살 차이지만 친구 먹는 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TJ 활동과 는 기획사 주도의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TJ 활동은 장혁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노래가 아닌 랩과 내레이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중에게는 상업성 짙은 기획으로 인식 됐다. 장혁이 농담 삼아 “2집이 나온다면 매니저 형들이 나에게 애정이 식은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또한 는 부실한 스토리와 과도한 PPL, 그리고 전지현에게 집중된 내용 등 장혁에게는 무엇 하나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될 수 있는 길목에서 소속사의 연예인을 묶은 프로젝트가 문제가 된 셈. 그리고 장혁은 의 장생 출연이 확정될 때 쯤 병역 비리로 군에 입대한다.

공효진 :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혁은 병역비리로 입대한 부대에서 고참에게 “난 네가 하나도 신기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은 뒤 그들과 ‘한덩이’가 되는 시간을 보냈다. 병역비리는 비난받을 일이지만, 군 생활은 장혁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던 듯. 그는 제대 후 “상업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삶의 희망을 절실히 찾는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의 기서를 연기한다. 기서는 많은 죄와 상처를 안고 살다 에이즈에 걸린 딸이 있는 여자를 만나 따뜻함을 회복하는 캐릭터였고, 이는 30대에 접어든 장혁에게 보다 깊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뒤에는 SBS 에서 인생 막장에 이른 남자를 연기하며 자신이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 장혁처럼 상처 입은 남자를 어깨에 힘을 뺀 채 웃음을 섞어가며, 때론 경박하게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는 흔치 않다.

이소룡 : 장혁이 배우고 있는 무술 절권도의 창시자. 장혁은 6년 전 절권도를 시작한 뒤 꾸준히 배워 타인을 가르칠 수 있는 교련 자격을 얻었다. 장혁은 절권도를 “상대방의 기술에 따라 내가 리액션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로, 지금도 잠들기 전 영화 한 편을 다 본 뒤 “다음날 영화 내용을 기대하게 되는 느낌이 좋아” 다음 영화를 10분 정도 보다 잠든다. 그는 현재 DVD만 5000여장을 소장하고 있다. 마치 무도인처럼 정진하며 연기도, 소장하는 영화도, 절권도 실력도 늘어가는 인생.

김수로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혁이 다니는 절권도 도장도 김수로가 먼저 다니던 곳이라고. 또한 김수로는 장혁과 SBS 의 ‘패밀리가 떴다’와 KBS 에 함께 출연했는데, 두 프로그램은 인간 장혁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스스로 ‘열정’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던 그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에게 코미디마저도 열심히 배우려고 했고, 에서는 자신이 촬영장에서 ‘잠도 안 자고 방귀도 안 뀌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장혁의 이런 모습은 배우의 무게 잡기라기보다는 연기자의 진지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처럼 보였고, 이는 장혁의 인생이기도 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살았던 10대의 반항아는 20대에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의 모습을 바꿔나갔고, 죄를 저지르고, 뉘우치고, 깨달으며 너무 진지해서 귀여운 구석이 있는 30대가 됐다.

이다해 : SBS , K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혁은 “처음으로 10%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해볼 수 있는 연기를 다 해봤”던 과 달리 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액션과 유머, 멜로와 남성들의 치열함이 섞여있는 는 장혁을 위한 맞춤옷 같은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절권도 솜씨를 마음껏 보여주고, 평소에는 ‘양아치’처럼 행동하며 경박한 유머도 보여주며, 자신의 어두운 과거 때문에 폭주하기도 한다. 장혁은 점점 연기 폭을 넓혔지만 그래서 뚜렷한 이미지로 고정되기 어려웠고, 반대로 아직 거물급 연기파 배우는 아니었다. 는 그런 장혁을 대길이라는 하나의 캐릭터로 기억되게 만들고, 그가 흥행성 높은 대작을 책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기가 뭔지도 몰랐던 반항아가 스타가 되고, 연기에 욕심을 내고, 무술을 배우며 정진한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하나로 집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장혁이 를 통해 30대 중반에 접어든 인생의 다음 길을 찾을 수 있을까.

Who is next
장혁과 함께 영화 에 출연한 김수로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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