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의 꿈
하루살이의 꿈
지난 주 ‘NO.1’으로 만났던 이나영씨와의 인터뷰 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한 해, 한 해로 생각해요. 2009년, 2010년의 차이도 잘 못 느껴요. 작품 하나 고민하고 캐릭터 만들고 찍다 보면 그냥 시간이 막 가서 1년씩 잡아먹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거창한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어릴 때는 일기장에 색연필까지 동원해서 커다랗게 써놓곤 했던 새해의 그 원대한 계획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누군가는 담배를 끊겠다고, 누군가는 연애를 하겠다고, 다이어리에, 하늘에, 심장에 맹세한 한 해의 가장 절실한 결심과 소망들 말입니다.

물론 1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계획들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오늘 하루, 혹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진심을 담은 충성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하루살이 같은 삶의 태도를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여행갈 돈으로 적금을 들라고, 방황하지 말고 구체적인 커리어를 쌓으라고. 그렇게 미래를 위한 오늘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들 속에서 불쑥불쑥 외로움이 엄습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하루가 100일이 되고, 365일이 되고, 3년이, 5년이, 10년이 되어가면서 더 이상 이런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벌어질 미지의 사고들, 그 찰나에 대한 불안을 짊어지고 사는 것은 인간에게 내려진 천형이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그러니 내일의 구더기를 무서워 말고 오늘 장을 담그세요.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과 지금의 행복을 맞바꾸진 마세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하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 보세요. 올해만 해도 벌써 후회 없이 보낼 ‘그 하루’가 350일도 남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저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를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여유 부리며’ 보는 정도? 아, 소원이 너무 과한가요. 아니, 2D라도 얼른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당장 오늘 점심때의 대화에서라도 소외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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