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미드시리즈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겨울, 케이블 채널 A&E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Hoarders)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7편의 에피소드로 첫 시즌을 꾸민 는 11월 30일부터 시즌 2를 방영하면서 기본 케이블 채널로서는 놀라운 32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와 평론가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AMC 채널의 인기 시리즈 이 약 28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인 셈이다.

는 지금까지 쇼핑중독이나 정리정돈 취약 정도로만 인식되던 행동 ‘호딩’(hoarding)을 정신병으로 접근하는 시리즈. 방영 초반 어지럽혀진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롭게 꾸민 후 ‘Before & After’를 비교하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리얼리티쇼로 콘셉트를 잡았던 이 프로그램은 ‘호더스’에 대한 조사가 깊어지면서 이것이 심각한 정신 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큐멘터리로 그 방향을 선회했다.

외면할 수 없이 눈 앞에 펼쳐지는 집착의 결과물
오늘도 증거인멸 하셨습니까?
오늘도 증거인멸 하셨습니까?
실제 출연진 역시 충동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모으는 이들이다. 수많은 잡동사니를 사거나 주어오고, 수십 마리의 애완동물을 기르는 그들에게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이혼을 당한 후 혼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다른 출연자는 외로울 때마다 애완동물을 사온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집안 청소를 할 때 현재 사용하거나 추억이 담긴 물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정리한다면, ‘호더스’는 구매 충동을 전혀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처럼 보이는 잡동사니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모든 것에 집착하고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는 얘기한다.

‘호딩’ 전문 정신과 의사와 전문 청소원들이 이들을 찾았을 때 이미 집안은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쓰레기로 가득하다. 걸어 다닐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침대가 쓰레기와 빨래더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부인의 ‘호딩’을 견디다 못한 한 남편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 2-3개 직장을 추가로 가질 정도이다. 특히 미성년 자녀와 함께 생활을 하는 일부 ‘호더스’의 경우 아동의 안전을 위해 주정부에서 감사가 나오기도 한다. 감사 전 의 정신과 의사와 청소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제로 양육권을 박탈당하기도 하여 아이들이 위탁가정에 맡겨지는 일도 있다.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바닥이 엉망진창인 집안, 공업용 장갑과 마스크를 동원해 청소하는 도중 발견되는 부패한 음식과 죽은 동물의 시체.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진저리를 치더라도 도중에 그만 볼 수는 없다. ‘수집’이라는 미명아래 수천 장의 DVD를 소유하는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를 통해 보기 때문이다. 한 평론가의 발언처럼 ‘호더스’가 축적한 산더미 같은 잡동사니들은 우리의 소비문화를 대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호더스’와 소위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우리와의 차이는 우리가 좀 더 증거인멸을 잘 하는 것뿐이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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