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현│뉴욕에서 별을 쏘다
카메라 셔터 소리를 박자삼아 강승현은 춤을 춘다. 플래쉬가 터질 때 마다 달라지는 그녀의 표정과 몸짓은 한줌이 될까 싶은 허리를 웅크린 고양이였다가 꼿꼿하게 어깨를 펼치고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봄날의 꽃잎이 된다. 동양인 최초로 포드 슈퍼모델 대회 1위를 차지했다는 경력은 한 줄의 문장으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으로 증명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강승현을 관찰하는 시간에는 결코 낭비되는 순간이 없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고, 그녀는 모든 찰나를 사진으로 남긴다.
덜컥 모델이 된 후 터득한 모델되는 법
강승현│뉴욕에서 별을 쏘다
태어나면서부터 ‘엣지’라는 이국의 단어를 습득한 것 같지만, 사실 모델 대회 서류심사를 통과할 당시만 하더라도 강승현은 패션지 인턴 에디터 신청서를 작성하며 여름방학을 보내는 평범한 여대생일 뿐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마감 마지막 날 저녁에야 모델 대회 지원서를 보냈을 정도예요. 아마 인턴 에디터에 뽑혔다면 모델 대회는 나가지도 않았을 걸요”라며 깔깔 웃는 모습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소박함이 남아 있지만, 대회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한국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세계 대회를 위해 미국으로 갈 때만 해도 가족들은 “잘 놀다 오라”며 장난스러운 응원을 보냈다. 그녀 역시 “펜팔 할 외국 친구라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50명의 후보들과 50번의 인사를 나누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했다. 그러나 대회의 마지막 날, 그녀는 최종 우승자로 이름이 불렸고, 낯선 도시 뉴욕은 그녀의 일터가 되었다. “정말 꿈같은 일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거기가 뉴욕인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좋았죠. 모델 아파트가 47층이었는데 맨하탄이 좌악, 다 보였거든요.”
정말로 꿈같은 일은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우승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한동안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울어버렸을 정도로 “마음의 준비 없이” 낯선 땅에 떨어진 소녀는 모델이 되고 나서야 모델이 되는 법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배운 워킹과 포즈를 밑천으로 “매번 낯선 크루들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친근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배웠고, 그래서 겁내지 않고 영어로 무슨 말이든 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긴, 인터뷰 내내 에둘러 질문할 필요 없이 “아, 그거요?”라고 수월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다가 결국 “어머, 또 별의 별 이야기 다 해버렸잖아요. 절 좀 제어해 주셔야죠”라고 매니저에게 장난스러운 투정을 부리는 그 털털한 성격을 숨죽이기란 도무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뉴욕에서 추억이 아닌 경험을 만들다
강승현│뉴욕에서 별을 쏘다
강승현│뉴욕에서 별을 쏘다
운명은 때때로 예측하지 못한 전개로 인생을 이끈다. 잡지에서 본 스키니진을 구할 수가 없어서 직접 청바지를 줄여 입고 다니던 키 큰 소녀는 순식간에 세상이 주목하는 모델이 되었고, “쫄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녀를 통해 다음 시즌의 트렌드를 본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점칠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의 경험이 그냥 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일로 남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뭔가 한국에 돌아가서 제가 할 일의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계속해서 도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라는 야무진 소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소호에 자신만의 샵을 열고 좋아하는 스타일을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일을 시작했다. 덕분에 너무나 바빠졌지만 “한국 사람들이 제가 하는 일들을 몰라줘도 서운하지만, 너무 관심을 가져도 겁이 나요. 계속 올라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 두렵거든요”라고 속내를 털어 놓는 순간, 욕심이 아닌 열정이 반짝이는 한 그녀는 쉬지 않을 것이다. 운명의 인도를 발판삼아 거침없이 빛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녀에게 낭비할 시간이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