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뭐했어? 나름 눈도 내리고 연말 분위기 나던데?
눈 왔어? 24일 밤에 마트에서 식량이랑 맥주 사다놓고 사흘 내내 집안에만 있었더니 몰랐네. 혹시 샐러드 바라도 가서 식사할 일 있었으면 잠깐이라도 나갔다 왔을 텐데. 아니, 뭐 바쁘면 못 갈 수도 있지. 간만에 군가도 부르면서 이등병 때의 초심을 다질 수 있었어. 역시 외출을 하거나 눈을 맞는 것보다는 집에서 연말 시상식 보는 게 나랑 어울리는 연말인 거 같아.

시상식이라야 < KBS 연예대상 > 정도잖아.
그건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내 생각에 올해 최고의 시상식은 이번 연휴에 열린 ‘천하무적 야구단’의 골병든글러브 시상식이야. 홍성흔, 류현진, 김현수 등등 시상자도 화려하고 나름 감동도 있었고. 비록 김C가 감독직을 놓겠다고 선언한 건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맞다, 김C 감독 그만둔다며.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2010년 시작부터 맥 좀 풀리겠다.
상당한 타격이지. 예능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 자체를 열심히 하고 실력이 향상되는 리얼 스토리로 재미랑 감동을 줬는데 당장 김C 감독이 없으면 팀이 허우적댈 우려가 있어.
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그래? 어차피 김C가 직접 야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게 팀 실력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려나?
물론이지. 천하무적 야구단처럼 아직 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의욕이 이성을 앞서는 팀에는 더더욱. 김C 스스로 자신의 역할이 예능이 아닌 다큐라고도 했지만 선수의 실수에 대해 웃지 않는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공격이나 수비에서 훨씬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만약 김C가 초구에 절대 배트 휘두르지 말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헛스윙을 했을 거고, 자기 앞에 날아오는 공만큼은 똑바로 잡으라고 호통 치지 않았다면 공의 낙하를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수비하진 못했을 거야.

하긴, 그 드센 김창렬이랑 이하늘, 유아독존 임창정도 김C 말에는 껌뻑 죽더라. 빠지라고 하면 군말 없이 빠지고.
그런 식의 선수 운용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야. 모두들 부상을 숨기고서라도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감독의 강제력이 없으면 누구도 벤치에 앉으려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김C가 있으니까 수비 실책을 하거나 감독 지시를 불이행한 멤버를 바로 교체하는 게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건 누구든지 좀 무섭고 결단력 있게 하면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닌 말로 김창렬이 파이터 본능으로 눈에 독기 좀 품고 감독을 맡아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저 군기를 잡기 위한 게 아니라 팀의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선수 선발이라고 할 때 김C의 배팅오더는 상당히 합리적이야. 보기엔 그냥 아무 이름이나 적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안 그래 보여.
아무튼. 주자가 1, 2, 3루를 거쳐 홈을 밟아야 점수를 올리는 야구의 특성상 홈런을 치지 않는 이상 혼자서 타점 혹은 득점을 올릴 수는 없어. 때문에 기본적으로 타순을 정할 때 1번, 2번은 테이블 세터라고 해서 선구안과 타율이 좋고 발이 빠른 사람들이 맡게 돼. 그들이 안타나 볼넷을 통해 루상에 나가 밥상을 차리면 그들을 들어오게 할 정도의 타격 능력과 장타력을 가진 3, 4, 5번, 즉 클린업 트리오가 맛있게 점수를 먹어주는 거지. 6, 7, 8, 9번은 하위타선이라고 하지만 클린업 트리오 이후에 다시 공격의 불씨를 살릴 6번이나 다시 1번 타자가 나와 분위기를 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9번 등 타순에 따른 나름의 의무가 있고.

꼭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만 그런 건 아닌 거지?
그렇지. 전략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이게 배팅오더의 기본이야. 문제는 천하무적 멤버 안에서 이걸 짜는 건데 클린업 트리오는 그리 어렵지 않아. 최강 타자 오지호와 김성수를 놓고 나머지는 그 때 컨디션을 따져서 타격감 좋은 조빈이나 김창렬을 넣으면 되니까. 문제는 나머진데 임창정을 1번 타자로 계속 기용하는 건 아무래도 선구안이 좋아서일 거야. 최근 농협과의 시합에서 동호를 2번에 배치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인 거 같아. 그에 반해 마리오는 흥분을 잘해서 주루 플레이에도 실수가 많은 편이라 힘이 좋고 달리기가 빠른데도 테이블 세터에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거품 김준과 약골 한민관과 함께 벤치 멤버가 될 때가 많지. 그런 걸 냉정하게 파악하고 선수를 기용하고 배팅오더를 짜는 게 감독으로서 김C의 능력일 거야.
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김C가 빠지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떡해?
물론 그 때 그 때 컨디션을 파악해서 짜는 게 쉽진 않겠지만 네 말대로라면 가장 좋은 타순을 한 번 짜고 그걸 기본으로 계속 갈수도 있는 거잖아.
맞는 말이야. 감독이라면 그 때 그 때 상대에 맞춰 전략을 짤 필요가 있겠지. 그 부분에 있어서 정말 탁월했던 게 지난 부산 마이무따아이가 팀과의 전국대회 1차전이야.

그거 진 시합 아니야?
그렇긴 한데 상대가 워낙 강했으니까. 어쨌든 이 때 정말 주목할 만한 건 상당히 볼이 빠른 좌완 투수가 나왔을 때 평소와 달리 김성수에게 초구 공략을 주문했다는 거야. 선수 경력의 강속구 투수인 만큼 빠른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노릴 걸 예상한 거지. 그리고 김C의 주문대로 초구를 노린 김성수는 2타점 2루타를 때렸고.

무슨 독심술사야?
감독이 하는 일이 그런 거야. 흔히 야구의 신, 줄여서 야신이라 불리는 SK 김성근 감독은 평소 무사 1, 2루 상황에서 밀어치는 타입의 홍성흔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오히려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그가 당겨 칠 거라 예상하고 그에 맞춘 수비 전략으로 타구를 잡아낸 적이 있어. 이렇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고 승부수를 거는 게 감독이지. 그리고 김C는 예능인 ‘천하무적 야구단’ 안에서 그런 진짜 감독 역할을 했던 거야.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정말 김C가 대단해 보인다. 그럼 앞으로 누가 감독으로 오면 좋을까?
음… 전체 멤버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고, 흐름을 읽을 줄 알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창조적인 카드를 내는… ‘감독’이면… 어?

왜?
안 돼. 그 감독님은 지금 너무 바빠.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