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버지의 집>│지금 곁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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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아버지에게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의 인생을 닮아간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애증. 22일 목동 SBS 13층 SBS에서 기자간담회와 시사회를 가진 연말 특집 드라마 은 그렇게 징글징글하게 반복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 없이 자란 만호(최민수)는 자신을 내어 놓다시피 기른 아버지 수복(백일섭)을 원망하지만 그 역시 아버지처럼 아들 재일(김수현)을 아버지 없이 기르고, 똑같은 상처를 준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불가사의한 끌림은 그들이 가장 고독한 순간 서로에게 의지하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수복은 노구를 이끌고 지쳐 쓰러진 만호를 돌보고, 만호 곁을 떠났던 재일은 가장 힘든 순간 만호를 찾아온다. 대체 왜 그들은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그 비합리적이고 불가해한 감정,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고독하다고 느낀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 감정. 지금 아버지에게 존경도 증오도 아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 때라면, 은 약속 없는 연말 시즌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방송은 오는 27, 28일 밤 8시 50분.
SBS <아버지의 집>│지금 곁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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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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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주연 최민수는 제작 발표회에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데려왔다. “아내가 결혼한 지 18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그러더라. 당신 작품을 보고 싶다고. 그 말 한마디에 작품을 선택했다”는 말과 함께. 은 가족의 말 한마디에 어려운 복귀를 결정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최민수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힘을 빼고 아들에게 물질적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연기하는 최민수의 연기는 그가 얼마나 좋은 연기자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다리를 절룩거린 채 아들에게 아무 것도 못하는 무력함을 보여주는 최민수의 연기는 에서 그리는 ‘한국 아버지’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그러기엔 세상은 야수처럼 그를 물어뜯는다. 에서 보여주는 아버지란 강하고 묵묵한 가장이 아니라 자식을 ‘수호천사’ 삼아 세상을 견뎌내는 연약한 짐승이고, 그는 존경과 사랑이 아닌 연민어린 시선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 불쌍하고 불쌍한 아버지의 삶에 겹쳐져 있는 대물림 되는 하층민의 삶은 의 신파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요소다. 어느 순간 나의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한 모습의 걸음걸이를 가진 아버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을 한 번쯤 보는 것도 좋겠다. 정말 보기 싫지만 너무나 불쌍한 내 아버지의 모습이 거기 있다.

사진제공. SBS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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