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엄마에게도 해당되는 단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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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에 산다지만 서로 잘 모르던 세 여자의 남편이 거짓말처럼 한낮 한시에 사라지다니. 안보배(이아현) 씨 당신과 재키 정(최송현)의 남편은 시신이 되어 돌아왔고 서홍주(오현경)의 남편은 아직 실종 상태라지요? 그런데 세 집안의 전쟁 같은 갈등을 하도 많이 봐서인지 딱하다는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더군요. 특히 좌 남편, 우 애인 상태였던 재키 정으로서는 남편의 죽음이 축수 기원하던 일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흔히 농담 반 진담 반 돈 많고 명 짧은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여자들이 꽤 있으니 말이에요. 재키 정이 바로 그런 타입이잖아요. 잘나가는 톱스타였다는 서홍주도 그래요. 어차피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한 매니저와의 정략결혼이었다니 남편의 실종이 애통, 절통하지는 않지 싶어요. 아빠를 끔찍이 따르던 딸이 짠하긴 하겠지만요.

있느니만 못한 남편들도 많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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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배 씨, 당신만큼은 딸려 있는 아들 둘 때문인지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내가 만약 저런 처지에 놓인다면 하고 감정이입이 되어서일까요? 명색이 기자라지만 프레스 카드 발급조차 거부되는 초라한 매체 소속이니 수입이야 빤할 테고, 유산은커녕 남편이 저질러 놓은 빚만 주렁주렁 달렸으니 어린 두 아들 데리고 어찌 살아갈지 걱정이 태산이잖아요. 지금부터 십 수 년, 내리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리고 아들들이 머리가 커가며 말썽이라도 부려보세요. 혼자 그 감당을 어떻게 해낼지 까마득하기만 하네요.

하지만 솔직히 당신이 처한 이 상황은 남편이 살아있을 적과 별반 다르다 할 수 없지요. 남편이 죽음으로 새삼스레 불거진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에요. 매일 밤 당신은 남편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으니까요. 물론 소설을 써내려가듯 쓴 글이지만 그 글에 담긴 살인 계획이 본인의 솔직한 심정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그 누가 당신을 나무랄 수 있겠어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무능한 것도 모자라 허구한 날 바람을 피우고 난리랍니까. 듣자니 현장을 들킨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면서요. 가장 기막혔던 건 남편과 바람난 여자가 상가까지 찾아 와서 ‘실은 부인이라는 사람이 나가 죽으라 했다더라. 그러니 저 여자가 죽인 거다’며 난동을 부리자 시어머니가 보배 씨 멱살을 잡는 장면이었어요. 이건 분하고 안 하고를 떠나 차후에 시집 식구가 보배 씨와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는 예고인지라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 무엇도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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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보배 씨가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한가지라며 ‘아이들에게 대학교수 아버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했을 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사람이에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아마 제가 그 처지라 해도 별 다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순전히 내 아이들의 장래만 생각하며 참고 버텨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한때 대학 동기 중 가장 먼저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보배 씨가 무능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치어 자신의 능력을 사장시켜 온 걸 생각하니 마치 내 딸의 일인 양 속이 끓어오르더군요. 물론 여자가 일단 결혼을 하면 자신의 미래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게 상식이던 시절이 있긴 해요. MBC ‘무릎 팍 도사’에서 들었지만 그 대단한 배우 윤여정 씨도 의당 그래야 하는 줄 아셨다는데 우리 같은 보통 여자들이야 더 말할 게 무에 있겠어요.

하지만 지금 시절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보배 씨가 아이들에게 그럴듯한 아버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쓸 시간에 스스로의 앞날을 개척하고자 힘을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남편이든 자식이든 다른 이의 미래에 자신의 미래를 얹는 것처럼 미련한 일은 또 없다는 것을 보배 씨도 이젠 늦게나마 깨달았지 싶네요.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길이 험하고 멀겠지만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보배 씨가 ‘꿈’이라는 등불만은 꺼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머니인 당신이 꿈을 이룰 때 아이들의 미래 또한 반석 위에 오른 듯 든든해질 게 분명하니까요.
꿈은 엄마에게도 해당되는 단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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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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