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술푸게’ 하는가
누가 우리를 ‘술푸게’ 하는가
이번 주 스케줄러를 보고 있으니 매일매일 크고 작은 연말 모임으로 가득합니다. 어떻게 하든 피해 볼 방법을 찾게 되는 의례적인 모임도 있지만, 다행히 대부분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약속입니다. 물론 이 설레는 기대도, 정작 모임 당일 날엔 게으른 겨울 곰처럼 굴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변할 지도 모르지만요.

모임을 만드는 스타일이세요? 아니면 연락을 기다리는 쪽이신가요? 예전에 저는 그랬어요. 먼저 나서서 전화를 하는 것이 어쩐지 자존심 상하는 기분이 들어 그저 오는 연락만 받는 사람.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세상에 어떤 관계도 누군가의 혹은 서로의 노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제 아무리 마성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그가, 그녀가, 그들이, 평생을 함께 가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 전 윤여정 선생님과의 인터뷰 도중에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었던 말이 있었어요. 바로 “여겨주는 사람들”이란 표현이었습니다. 귀하게 여겨주고, 예쁘게 여겨주고, 고맙게 여겨주고, 친히 여겨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위해서 남은 몇 주는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니까요. 아, 그러나 경찰서에서는 만나지 말도록 해요.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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