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선덕여왕이 역사책을, 브라운관을 뚫고 무대 위에 환생한다. 뮤지컬 은 2003년 에 이어 드라마의 뮤지컬화만으로도 주위를 환기시키지만, 크리에이터들의 면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 의 기획을 담당한 이창섭 CP가 예술 감독을, 수년간 MBC 합창단을 이끈 조우현 단장이 음악감독을, 1987년 입사해 다년간 쇼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승환 PD가 뮤지컬 연출을 맡는 등 방송인력이 대거 투입되었다. 그야말로 ‘방송국에서 만드는 뮤지컬’이라는 부제가 가능한 뮤지컬 의 김승환 연출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났다. “50여 년간 축척된 MBC의 테크닉한 기술과 외부 전문 인력이 모인” 뮤지컬 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의 ‘인생극장’, 등 예능프로그램을 주로 담당했던 연출자로 알고 있다.
김승환 :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쇼프로그램을 주로 했다. 특히 2003년부터는 나 MBC 특별공연 같은 작품을 해왔다. 음악을 전공한 PD였기 때문인지 항상 뮤지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부분을 내가 맡은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작업을 해왔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건, 극적인 변화”
“미실은 그 시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권력자”
“미실은 그 시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권력자”
뮤지컬 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김승환 : 개인적으로 뮤지컬의 아이템은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줄거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 시청률이 이미 40%를 넘었다. 그러니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은 천년을 훌쩍 넘은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고, 우리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역사콘텐츠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오페라 , 뮤지컬 같은 작품의 주인공들도 여자이지 않나. 그만큼 불굴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선덕여왕이 뮤지컬과 잘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뮤지컬 작업은 드라마가 흥행하고 나서 시작하게 된 것인가. 언제부터 기획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승환 : 드라마가 기획될 당시 뮤지컬도 함께 기획되었다. 뮤지컬에 대한 기초 작업은 2년 전부터 시작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선덕여왕’이라는 구체적인 플랜 보다는 역사콘텐츠를 이용한 작품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초 작업을 하던 때였다. 그리고 이후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기초 작업 위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앞서 여성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는데, 사실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뮤지컬은 나 같은 남성 중심의 작품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은 어떤 다른 지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승환 : 유럽의 뮤지컬은 철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쇼적인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의 뮤지컬은 어떤 색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두 개를 섞으면 되는 거다. 철학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그렇기 위해서는 좀 더 극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난 그것을 ‘변화’라는 지점에서 봤다. 얘기를 했는데, 그게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 그 ‘변화’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시 이 작품에서도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사나 사회적인 부분에서 극적인 변화는 여성들에게 더 많았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지점에서는 선덕여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미실은 그 시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권력자”
“미실은 그 시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권력자”
오늘 소개된 뮤지컬 넘버들이 굉장히 독특했다. 다양한 장르로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 중 단연 최고는 미실의 넘버들이었고, 구렁이가 담을 넘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노래에서도 묻어나 인상적이었다.
김승환 : 미실을 그 시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권력자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받아들였던 선진문물은 아랍과 유럽 쪽이었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악기와 스케일을 사용해 인도와 아랍 북부 쪽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뮤지컬 넘버들은 월드뮤직을 지향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다른 캐릭터의 넘버들을 소개해준다면.
김승환 : 월드뮤직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적인 발라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유신의 솔로곡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냈고, 드라마 의 OST이기도 한 ‘달을 가리운 해’는 이 작품에서 가장 판타지한 무대효과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문노의 경우 극 전체의 흐름을 끌고 가는 인물이고,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끝까지 살아남아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인물인 만큼 아예 록으로 간다.

어찌됐건 은 신라시대의 이야기이고, 천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의상이나 음악들이 단순히 한국, 그리고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 느낌이다.
김승환 :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토리, 음악, 의상 모든 것들을 좀 더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느낌으로 만들어냈다.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을 거의 다 따라가는 것 같던데, 어느 선까지 진행이 되는 것인지.
김승환 : 덕만이 왕으로 즉위하는 시점까지이다. 춘추가 덕만을 옹립하는 순간. 미실이 죽고, 진짜 여왕이 되면서 뮤지컬은 완결된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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