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요즘 북한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북한 관련해서 죽음의 조라는 연관 검색어가 왜 뜨는 거야?
응, 앞으로 미국이 북한, 이라크, 이란, 쿠바를 묶어서 죽음의 조로 관리하기로 했대.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선제공격을 하기로 했다나?

진짜?
뻥이지.

너 죽을래?
어허, 진정해, 진정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죽음의 조라는 거는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이 속한 G조를 부르는 말이야. 북한을 포함해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가 속해 있지.

그런데 왜 죽음의 조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은 거야?
왜 또 겁 많은 척 하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말하자면 본선 32개 팀 중 당장 4강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의 강호가 세 팀이나 있기 때문인 거지. 북한을 제외한 세 팀 말이야. 그러다 보니 북한은 죽음의 조에 갇힌 한 마리 희생양처럼 축구팬들의 동정을 받고 있는 거고.
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그 세 팀이 그렇게 잘하는 팀이야?
물론이지. 우선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 브라질이 축구 잘하는 나라라는 것 정도는 너도 잘 알지? 이번 월드컵에서도 본선 H조의 무적함대 스페인과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어. 너도 아는 축구 잘하고 잘생긴 카카를 비롯해 한창 물 오른 공격수인 호비뉴, 신성 파투, 탁월한 수비수인 마이콘과 알베스 등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들이 즐비한데다가 부진에 빠졌던 왕년의 슈퍼스타인 호나우지뉴와 아드리아누 역시 최근 상태가 좋아지고 있지. 포르투갈은 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세계 최강 공격수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팀이고. 코트디부아르는… 와프가 있는 나라지.

제대로 얘기 안 해줄 거야?
아, 농담이긴 한데 그 때 와프가 게임 잘하는 이유를 말해줬던 거 기억나? 서아프리카 흑인의 운동능력은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한 수준이라고. 코트디부아르는 그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가 돋보이는 팀이야.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코트디부아르의 주전 공격수인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이고.

드록신? 또 신인 거야?
잘 이해하네. 축구에서도 순간순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신이라는 애칭을 붙여주는데 과거 브라질 최고의 선수였던 호나우두를 뜻하는 ‘호돈신’, 그리고 아까 말한 ‘드록신’ 정도가 신 이야기를 듣는 선수야. 어쨌든 그런 드로그바를 비롯해 역시 세계 레벨의 공격수인 칼루 같은 A급 선수들이 포진한 게 코트디부아르야. 현재로선 아프리카 대륙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지. 말하자면 북한은 남미 최강이자 세계 최강인 브라질과 아프리카 최강인 코트디부아르, 유럽의 스페셜 강호인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속한 거야. 이 조 안에서 2위 안에 들어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거고.

대체 얼마나 잘하는 팀들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북한이 되게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같기는 하네.
많이 어렵지. 사실 우리나라도 그다지 만만한 조 편성은 아니야. 호날두와 함께 세계 최강을 다투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 유로 2004 우승팀인 그리스를 만났거든. 하지만 북한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정말 힘든 내색도 하면 안 돼. 그러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수가 있어. 이번 조 추첨은 정말 아이리스의 음모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야.
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죽음의 조는 아이리스의 음모인 거야?
그런데 네 말대로 그 세 팀이 그렇게 잘하는 팀이면 같은 조에 몰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잘해도 2팀만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며.
좋은 지적이야. 사실 그 부분을 신경 안 쓰는 건 아니야. 조 추첨을 할 때는 그룹을 네 개로 나눈 다음에 1, 2, 3, 4 그룹에서 한 팀 씩을 뽑아 한 조를 만들어. 이 중 1그룹은 톱시드, 말하자면 전력이 높은 팀이야. 각 조마다 1그룹 한 팀 씩이 들어가니 얘들끼리는 본선 32강에서 만날 일은 없지. 아까 말한 죽음의 조에서는 브라질이 톱시드야.

그럼 왜 포르투갈이나 코트디부아르는 잘하는 팀인데도 1그룹에 못 들어가는 건데?
가장 큰 이유는 포르투갈이나 코트디부아르만큼 잘하는 팀이 몇 개 더 있어서야. 아까 말한 스페인을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는 포르투갈 못지않은 유럽의 강호들이고, 우리와 붙는 아르헨티나 역시 남미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자니까 이런 팀들이 톱시드를 꿰차고 있는 거지. 또 개최국인 남아공이 1그룹 중 하나를 차지한 이유도 있어. 개최국이 실력 좋은 팀과 같은 조에 배정 받지 않도록 일종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거지.

그럼 그 다음 2그룹에는 1그룹 다음으로 잘하는 팀이 들어가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한 조에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까지 모이진 않았겠지. 1그룹까지만 실력으로 뽑고 그 다음부터는 대륙별로 나눠. 1그룹에 속하지 못한 나라 중에서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중미의 나라들이 2그룹, 남미와 아프리카가 3그룹, 유럽이 4그룹을 이루는 식인 거지. 그러니까 북한이 있는 G조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1그룹이 톱시드인 브라질, 2그룹이 아시아의 북한, 3그룹이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4그룹이 유럽의 포르투갈인 거야. 말하자면 각 그룹의 에이스들이 모인 셈이지. 두근두근 Tomorrow 광고에 모인 유이, 가인, 현아, 한승연처럼 말이야.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걸그룹 얘기야?
난 그냥 설명을 더 알아듣기 쉽게 하려고 그랬지. 넌 왜 화를 내는 건데?

됐고! 죽음의 조고, 내일의 조고, 걸그룹에게나 가르쳐주시지?
무슨 소리야. 구하라를 훌륭한 파이터로 조련하는 것보다 너에게 스포츠 상식을 가르쳐주는 게 나한텐 더 중요한 일이라고.

진짜?
뻥이지.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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