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새 올해로 마흔이라는 이종범 선수. 그래서 최근 출연한 MBC ‘무릎 팍 도사’에서도, KBS 에서도, “나이 마흔, 불혹의 나이~”라며 매번 놀림을 당했지만, 사실 겪어 보지 않은 젊은 축들이 불혹이라는 나이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아마 본인들에겐 마흔이라는 나이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으려니 여기지 싶네요. 하기야 저도 그즈음 ‘한참 보기 좋을 때 삶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겠다’는 둥 철없는 소리를 통통해댔던 기억이 나는 걸요. 그러나 살아보니 마흔이라는 산을 잘 넘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일이 잘 풀려 승승장구해왔다 할지라도 마흔을 넘기기 전에 기다리는 태클 한방만큼은 피해가기 어렵다는 거, 지나본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거든요. 그런 걸 보면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이 과히 틀린 소리는 아닌 모양입니다.

마흔에 오는 고비도 거뜬히 넘기신 ‘종범신’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또한 누구보다 잘 나가던 시절, 바로 이 예상 밖의 모진 태클에 걸려 넘어지셨던 거니까요. 그리고 누구보다 의연히 다시 일어서셨고요. ‘무릎 팍 도사’에서 들려준, 일본에서의 가슴 아픈 부상을 딛고 코리안 시리즈 우승으로 부활하기까지의 치열한 극복기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였어요. 마흔에 따라 오는 고비를 어떻게 넘기냐에 따라, 뜻밖의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았던 건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정후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게 가슴 아파 더더욱 재기에 힘썼다는 얘기였어요. 아빠가 펄펄 날던 시절에는 아들이 너무 어려 알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쉬운 일입니까. 그 마음 자식을 가진 저로서는 백번 천 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우매한 저는 좌절만 했지 노력은 안 한 반면 이종범 선수는 피나는 노력으로 결실을 이루셨더군요. 얼마만큼 노력했는지는 기적 같은 코리안 시리즈 우승으로도 보여줬지만 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했죠? 순발력을 겨루는 경기에서 슈퍼주니어의 날쌘돌이 은혁 군을 노련미로 제치시더니 결승에 올라 동급 최강인 샤이니의 민호 군과 팽팽한 접전을 펼쳤으니 말이에요. 요즘 제가 불꽃 카리스마 민호 군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꽂혀 있는 터라 어지간하면 민호 군 편을 들었을 텐데 이번엔 저도 모르게 이종범 선수를 응원하게 되던 걸요. 아깝게 승리는 민호 군에게 내주고 말았지만 불혹의 나이에 19세 청년과 대등한 순발력을 보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사실 스피드와 순발력이라는 건 스무 살 안팎이 절정이잖아요. 그로부터 해가 다르게 기량이 떨어지기 마련이거늘 이때껏 여전한 실력을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랐다는 얘기겠지요.

실력, 심성, 재치까지! 부족한 게 뭡니까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종범신’이라 불리는 전설의 스타플레이어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시종일관 분위기를 띄우려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 MC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소리까지 나왔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지 뭐에요. 듣자니 야구장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이시라고요? 그 나이 먹어 무슨 선수냐, 후배들에게 길이나 내주라며 은퇴를 강요당했던 처지인지라 잔뜩 무게 잡고 선배 노릇이나 하려들만도 한데 경기 내내 후배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하는 모습이 귀감이 된다 하더군요.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극복해낸 롯데의 홍성흔 선수도,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진지한 야구 선수로 거듭난 KBS 의 김창렬 씨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종범 선수를 꼽던 걸요.

상위 타선이던 전성기 때나 하위 타선인 요즈음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울 밖에요. 하기야 호랑이 군단의 정신적 지주라는 말이 괜한 소리일 리 없지요. 한화 이글스의 김민재 선수가 WBC 미국 전 때 안타를 쳐 2루에 진루한 후 2루수인 뉴욕 양키스의 데릭지터에게 이런 말을 했다죠? “I like you”라고. 저도 수줍게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이종범 선수,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글.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