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자꾸 네가 눈에 들어오네
이상하게 자꾸 네가 눈에 들어오네
이경희 작가의 신작 SBS 가 지난 주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2회, 성인 배우의 등장이 아쉬웠던 것은 혹 저 뿐이었나요? 오해하진 마세요. 고수와 한예슬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는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그보다는 바로 차강진의 학창시절을 연기한 배우 김수현의 퇴장이 꽤 섭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관심은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네가 눈에 들어오네” 라는 유분 함량 제로의 유혹을 펼치는 이 어린 배우는 카메라가 머무는 짧은 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장악력을 펼쳐 보이고 있었습니다.

1년 반 쯤 지났나요? 의 전신이었던 는 KBS 청소년 드라마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김수현을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사진을 찍은 이원우 기자가 저 친구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라며, 크게 될 배우라고 기대에 찬 예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청소년은 여전히 교복을 입은 채이긴 하지만 훌쩍 성숙한 목소리와 한층 안정된 눈빛을 하고 우리 앞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배우들은 지금 이 순간 조금씩 늙어 갑니다. 그러나 동시에 조금씩 자라납니다. 순재네 집에서 하숙생처럼 기거하던 김범은 거침없는 속도로 ‘비상’하고 있고, 의 개구쟁이 소년은 다음 시대의 통일신라를 이끌 초석을 닦고 있는 중입니다. 노화와 성장. 잡지를 만드는 가장 즐거움 중 하나는 이 다르고도 같은 과정을 동시에 기록해 낼 수 있음이 아닐까 합니다. 관록으로 익어가는 노 배우들 덕분에 배부르고, 파랗게 잎을 틔워가는 어린 배우들 덕에 가슴 떨리는 순간. 그들을 향한 타자기를 멈추기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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