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의 뒤태 vs 이순재의 뒤태
김태원의 뒤태 vs 이순재의 뒤태
김태원의 뒤태
치명적인 뒤태란 이런 것이다. 남자들끼리 우르르 놀러온 스키장, 전방 5미터에 핑크도 아닌 ‘연분홍’ 스키복 차림의 찰랑찰랑 긴 생머리 그녀의 숨 막히는 뒤태를 발견한 소년은 용감하게 작업하러 달려가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시궁창인 법. 그녀는 사실 65년생, 외모 나이 65세인 ‘국민 할매’ 김태원일 뿐이고 양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핫 초코만 든 채 넋이 나간 소년에게 “이런 덴 여자친구랑 같이 오면 조오았을 텐데 말이야. 으응?” 따위 눈치 없는 질문이나 던지는 아저씨인 것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상처받은 소년의 표정에는 아랑곳 않고 리프트는 오늘 따라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갈 기세,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연달아 낚이며 가슴에도 찬바람 쌩쌩 부는 소년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부르자. “아름다운 너로 꿈속에선 보이나 봐…”
이순재의 뒤태
치욕적인 뒤태란 이런 것이다. MBC 에서 늦은 밤 홀로 술에 취해 다니다 아리랑치기를 당한 순재(이순재)는 평소 ‘코쟁이 자식’이라 부르며 미워하던 줄리엔(줄리엔 강)에 의해 구조되고 버려진 포대기에 감싸여 업혀 가게 된다. 그런 순재더러 “미국 애긴가 보네” 라며 비니를 들춰 보던 행인들은 얼굴을 보고 “애기야 영감이야!”라며 기겁을 하지만 사실 여기엔 아픈 사연이 있다. 순재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을 앞두고 어린 시절, 무려 65년 전 어머니가 자신을 업고 고개를 넘어 학교에 데려다주시던 추억을 떠올리며 술을 마셨고 자신을 업은 줄리엔이 부르는 ‘아리랑’에 울먹이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 익숙한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키 190cm의 외국계 미남에게 업힌 칠순의 왜소한 노인이 “엄마~”하며 우는 광경을 떠올리며 울다 웃다 하는 이들은 적지 않을 것 같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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