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저번에 호날두가 박지성네 팀에서 옮긴 팀이 레알 마드리드 맞지?
응,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지.

그 팀이랑 라이벌인 팀 있지 않아? 예전에 를 보니까 김주혁은 그 레알을 좋아하고 손예진은 그 라이벌 팀을 응원하던데 그 팀도 유명한 팀이야?
FC 바르셀로나 말이구나. 당연히 유명한 팀이지.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팀일 뿐 아니라 지난 UEFA 챔피언스리그, 그러니까 유럽 최강 클럽을 가리는 토너먼트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팀이야. 안 그래도 이틀 전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가 있었는데.

엘 뭐? 그건 뭐야, 여자 이름이야?
엘 클라시코. 레알과 바르샤의 대결을 엘 클라시코 더비라고 하는데 뭐 영어로 치자면 ‘the classic’ 정도의 의미이지 않을까? 뭐 전통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요즘 광고에서 나오듯 ‘timeless’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 어쨌든 시대의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전통의 강호끼리의 대결 정도로 보면 될 거 같아. 붉은 유니폼 명문인 맨유와 리버풀의 싸움인 프리미어리그 레즈 더비, 같은 밀라노를 지역 연고로 하는 두 강호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대결인 이탈리아 세리에 A 리그의 밀라노 더비 등과 함께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는 최고의 라이벌 대결이지. 네가 말한 영화에서 손예진이 밤에 김주혁이랑 같이 보던 경기가 그 엘 클라시코야.
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클래식이라.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전통의 팀들인 거야?
레알 마드리드는 저번에 얘기한 것처럼 2000년대 초반에는 지구 방위대라고까지 불렸던 팀이자 그 이전에 1902년, 마드리드 FC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던 100년 이상 전통의 팀이야. 그리고 FC 바르셀로나 역시 1899년 창단했고. 역사뿐 아니라 두 팀 모두 스페인과 유럽의 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어. 레알의 경우 프리메라리가 31회, 챔피언스리그 9회 우승을 달성했고, 바르샤는 프리메라리가 19회,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으로 그 뒤를 좇고 있지.

그럼 두 팀 모두 잘하는 팀이라서 라이벌인 거야?
그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한 를 보면 손예진이 조지 오웰의 를 읽고 바르샤의 팬이 봤다는 얘기가 나와.

아, 나도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해.
사실 그 책에서 바르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니야. 다만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스페인 모든 지역을 통합하려 하는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와 그에 맞선 공화군의 대결, 즉 스페인 내전을 그렸지. 이 때 프랑코 군부에 맞서 끝까지 대항한 반골 지역이자 분리 독립을 주장한 곳이 카탈루냐 지역이야. 사실 언어부터 카탈루냐와 스페인 공용어는 많이 달라. 그러니 스페인을 장악한 프랑코 군부가 이 지역의 상징인 축구팀 FC 바르셀로나를 곱게 볼 이유가 없었지.

그럼 탄압을 받은 거야?
단순한 탄압 수준이 아니야. 스페인 내전 당시 바르샤의 호셉 수뇰 회장은 프랑코의 군대에 의해서 살해당했어. 물론 그가 축구팀의 회장인 동시에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이기 때문이지만 당시 선수들이 미국과 멕시코로 투어를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겪었을지는 알 수 없어. 그래서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는 동안 많은 선수들이 실질적 망명 상태였지. 그러니 나중에 다시 팀이 뛸 수 있게 되었을 때 카탈루냐인들이 얼마나 열광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지? 마치 80년대 광주의 상징이던 해태 타이거즈처럼 말이야.
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어제 새벽에 한 엘 뭐? 그게 뭐야?
그건 알겠는데 그거랑 레알과의 라이벌전은 무슨 관계인 건데?
프랑코 군부가 스페인 통합의 아이콘으로 내세운 팀이 레알 마드리드였거든. 어용으로 시작한 팀이었던 건 아니지만 군부와 스페인 왕실의 화끈한 지원을 받았던 레알을 보며 여러모로 억압받던 바르샤가 전의를 불태운 건 당연한 일이었을 거야. 게다가 1943년, 자국에선 프로 리그만큼 중요한 스페인 국왕컵에서 승부 조작이 벌어졌어. 준결승 1차전에서 바르샤가 레알을 3 대 1로 이겼는데 다음 경기 시작 전 군부에서 보낸 요원들이 선수단을 협박한 거야. 큰 점수 차로 레알에게 지라고. 그래서 11 대 1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 차로 바르샤는 패배하게 돼. 그런 굴욕의 역사가 있으니 당연히 바르샤로서는 레알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지는 건 그 어떤 패배보다 싫은 거지.

하지만 그 때부터 시간이 엄청나게 흘렀잖아. 프랑코도 죽었고.
그렇지. 네 말대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선수들도 과거와 같은 격렬한 적개심을 표출하진 않아. 물론 바르샤에서 활약하던 루이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 바르샤 팬들에게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야했지만 확실히 두 팀 간에는 적개심보다는 건강한 라이벌 의식이 자리 잡는 것 같아. 작년 유로 2008에서 스페인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분위기 덕이 컸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스페인 우승은 거기서 또 왜 나와?
스페인 국가대표 팀은 실력에 비해 유독 우승과 거리가 멀기로 유명해. 2006 월드컵 때는 득점기계 ㅅㅖㅂ첸코가 있던 우크라이나를 4 대 0으로 ‘떡실신’시키며 탄탄한 미드필더 라인과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결국 16강전에서 프랑스에게 패배했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멤버들을 자랑하면서도 성적이 그에 못 미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표팀의 다수를 차지하는 레알과 바르샤 멤버 간의 조직력 부족이야. 그런데 유로 2008 우승을 통해 이런 조직력 문제가 상당히 극복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거지. 실제로 바르샤의 주장인 푸욜도 스페인 대표팀 안에서 두 팀 멤버 사이가 화목해졌다는 걸 밝혔고. 하지만 그럼에도 “레알과 바르샤 사이에는 존중은 있어도 우정은 없다”고 했으니 그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이 바뀔 수는 없는 거 같아.

그게 좋은 걸까?
적어도 현재로서는 이 라이벌 의식 덕분에 두 팀 모두 더 성장하고 덕분에 축구 팬들이 즐길 수준 높은 경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내가 호날두 이적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의 레알이 제2의 지구방위대를 만든다고 했던 거 기억나? 바로 전 시즌에서 바르샤가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는 사실이 레알을 자극한 거지. 아까 말한 이틀 전의 엘 클라시코의 경우 1 대 0으로 바르샤가 이겼는데 경기의 질 자체는 명불허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어. 호날두, 카카, 메시, 즐라탄 같은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동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뛰었을 때 나오는 그림은 역사적 정치적 사실을 지우고서도 정말 아름다운 거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조금 흥미가 생기는데? 그런데 나는 축구를 잘 몰라서…
안 어려워, 안 어려워. 내가 잘 설명해줄 테니까… 같이 응원할래?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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