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가 발표된 때였을 것이다. 유행에서 반 발짝쯤 앞선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참신한 춤과 의상이 결합된 이 곡은 대중에게 브라운아이드걸스를 전혀 다른 그룹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고,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빅 3’가 아니어도 콘텐츠의 완성도로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래서 ‘아브라카다브라’가 작곡가들이 만든 음악 기획사 내가네트워크의 작품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그들은 어떻게 단 한 곡으로 험난한 음악 시장에서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아브라카다브라’의 공동 작곡가이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후속곡 ‘Sign’을 작곡한 이민수에게 그 비밀을 들어봤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아브라카다브라’와 ‘Sign’의 해였겠다. (웃음)

이민수
: 그렇다. (웃음) 그런데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지금도 작업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MAMA 출연 때문에 노래를 새로 편곡했다. 앞으로도 방송사의 연말 무대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이제는 작곡가들도 작곡 외에도 무대 콘셉트까지 생각한다”



작곡가 이민수│“브아걸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


브라운아이드걸스에 대해서는 곡만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란 건가.

이민수
: 앨범 낼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작업을 한다. 예전 작곡가들은 곡을 써서 그게 타이틀이 되면 방송용에 맞춰서 사운드를 편집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작곡가가 자기 곡에서 콘셉트까지 생각하는 프로듀싱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활동에 따르는 모든 부분을 생각하고. 예를 들면 녹음할 때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나 라이브 가능 여부도 생각해서 작업하게 된다.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음악 코디네이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브라운아이드걸스와는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됐나.

이민수
: 지금 내가네트워크에 함께 있는 작곡가 박해운 씨가 대학시절 밴드의 선배다. 그래서 해운이 형이 먼저 데뷔하고 날 어시스트로 써주면서 데뷔할 수 있었다. 그 뒤로 해운이 형하고 윤일상, 안정훈, 신재홍 같은 작곡가 선배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 그 때 처음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했던 게 브라운아이드걸스였다. 요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잘 되면서 나도 인지도가 올라가서 (웃음)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

처음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와 함께 한 건데, ‘아브라카다브라’처럼 이전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곡을 작업하기는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민수
: 브라운아이드걸스의 3집은 회사 내의 작곡가와 외부 작곡가로 나눠서 곡을 받았다. 내부 작곡가들은 그동안의 색깔을 유지하고, 외부 작곡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곡을 요구했는데, 그 때 롤러코스터의 지누 형이 ‘아브라카다브라’의 첫 버전을 보냈다. 회사에서는 이 곡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대중적으로 어려울 거라는 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후렴구 부분을 맡기면서 지금의 곡이 나왔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대중적인 멜로디를 섞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지누와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이민수
: 일단 회사에서는 대중적으로 만들되, 지누 형이 만든 앞부분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부분의 연결이 중요했는데, 생각을 하다가 후렴구 멜로디를 맨 마지막부터 거꾸로 만들었다. 결국 후렴구가 다시 지누 형이 만든 부분과 연결 돼야 하니까, 그 부분부터 거슬러서 만든 거다. 그렇게 작업한 뒤에 지누 형에게 베이스와 드럼 등의 사운드를 모두 분리해서 보내달라고 해서 그 소리의 비트에 피아노로 멜로디를 하나씩 쳐가면서 맞춰가며 다시 작업했다. 개인적으로 작곡은 예술이고 편곡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브라카다브라’는 정말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곡이었다.

정말 머리 아팠겠다. (웃음)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들은 ‘아브라카다브라’를 어떻게 생각했었나. 스스로도 어려워할 수도 있었겠다.

이민수
: 일단 1집부터 함께 해온 팀이라 서로 신뢰가 있었고, 노래의 방향이나 멤버들의 파트 분배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해서 모든 부분을 멤버들이 한 번씩 다 하게 했다. 그래서 이 곡은 중저음 위주니까 가인과 나르샤의 조합으로 이어지는 게 낫다는데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지누 형이 처음 만든 곡은 오토튠 (목소리를 기계음처럼 내줄 수 있는 효과)을 걸었는데, 나도 처음 녹음할 때는 오토튠을 걸고 하다 어느 순간부터 오토튠을 뺐다. 그러니까 멤버들이 오토튠이 걸렸다는 착각한 상태에서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내더라. 그래서 오토튠을 안 쓰고도 지금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었다.

와, 좋은 노하우다. (웃음)

이민수
: 고맙다. (웃음) 아무래도 가수가 라이브할 때 어색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요즘은 음악 패턴이 너무 빨리 변해서 도태되기도 쉽다”



“‘아브라다카브라’(왼쪽)와 ’Sign‘은 편곡에 많은 공을 들인 노래들이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의상과 춤도 화제다. 그런 것들은 어떤 과정으로 나오게 된 건가.

이민수
: 우리 회사는 타이틀이 될 것 같은 노래를 만들 때 뮤직비디오 감독, 코디네이터, 안무팀, 작사가까지 모든 스태프들이 와서 노래를 들으면서 전체적인 콘셉트를 생각한다. 그리고 타이틀이 결정되면 회의를 통해 최종 콘셉트를 결정하는데, 그 때는 멤버들도 참석한다. ‘아브라카다브라’의 안무 중에 가인이 추는 독무는 가인이 직접 낸 거다.

작사는 어떤가? ‘아브라카다브라’는 곡은 강하지만 가사는 자신을 떠난 남자에게 집착적인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이미지 중 하나가 된 것 같고.

이민수
: ‘아브라카다브라’는 처음에 ‘부두’라는 제목이었다. 우리의 경우는 작사가가 의상이나 뮤직비디오에도 관여를 하는데, 이번에는 주문에 관련된 아이템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그에 어울리는 의상이나 아이템이 나오게 된다. 그런 부분은 작사가의 힘이다.

이런 건 내가네트워크가 창작자 중심으로 모인 회사라서 가능한 것 같다.

이민수
: 회사마다 각각의 방식이 있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일을 해왔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언론 홍보보다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하는데 집중한다. 음원을 활동 전에 먼저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이나, 뮤직 비디오 티저는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들이 최대한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작곡가로 생활하기 힘들지는 않나. 디지털 싱글 중심이 되면서 소득은 예전보다 줄고, 유행은 훨씬 더 빨라졌다.

이민수
: 음악 패턴이 너무 빨리 변해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순식간에 도태된다. 소득도 예전 히트 작곡가들만큼은 힘든 거 같고. 한 노래가 히트하면 3개월 반짝이고, 다른 달에 비해 돈이 좀 많이 들어왔다는 정도다. (웃음)

곡을 쓸 때 전보다 부담감이 더 크겠다.

이민수
: 음원 사이트에서 바로 순위가 떨어지는 걸 보면 가슴이 내려 앉는다. (웃음) 디지털 싱글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면서 곡 하나하나가 중요해졌고, 그 책임이 작곡가에게 가장 크게 돌아온다. 전에는 가수가 한 번 크게 히트를 내면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관성으로 가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기 쉽지 않다. 곡이 나쁘면 금세 반응이 싸늘해진다.

이런 환경 변화가 작곡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이민수
: 예전에는 CD를 사서 들었기 때문에 몇 번씩 음반을 반복하면서 듣다가 새롭게 발견되는 노래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불가능하다. 곡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그래서 곡의 앞부분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정말 중요해졌다. 디지털 음원의 시대가 되면서 초반 40초가 가장 중요해졌고, 3분 안에 모든 게 끝나야 한다. 그래서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강세인 부분도 있다. 반복적이고 비트가 강하니까. CF에서는 이미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많이 사용됐었고. 그리고 대중이 외국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음악을 원하다 보니까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원하기도 하는 것 같다.

“결국은 내 진심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



작곡가 이민수│“브아걸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
이민수 “가수의 인지도가 올라가도록 돕는 게 내 역할”
그러면 `아브라카다브라‘ 뒤에 나온 ’Sign‘도 정말 부담 됐겠다. (웃음)

이민수
: 그런 건 아니다. 원래 ‘Sign’은 ’아브라카다브라‘보다 일찍 만들었다. ‘Sign’, ‘아브라카다브라’, ‘캔디맨’을 만들고 그 중 하나를 타이틀로 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원래 ‘로보티카’라는 콘셉트를 생각하고 로봇이 브라운아이드걸스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사장님이 농담으로 이게 타이틀이 되면 로봇이 나와야 해서 뮤직 비디오에 5억을 써야 한다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Sign‘이 됐다.

‘Sign’은 요즘 쓰이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부터 피아노나 옛날 느낌의 신디사이저까지 사용된다. 편곡에 굉장히 애먹었을 것 같다.

이민수
: 편곡만 11번을 했다. 이 노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되 안으로 삼키는 슬픔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온갖 소리를 더해보고 빼는 작업을 계속 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처음부터 굉장히 길이 명확했지만, ‘Sign’은 계속 하면서 길을 찾는 곡이었다.

그래서 후렴구의 보컬 디렉팅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노래를 녹음한 뒤에 중저음만 싹 들어내고 나머지 소리만 남긴 것 같은 느낌이던데.

이민수
: ‘Sign’은 후렴구 녹음만 180번 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녹음 중 가장 힘든 녹음이었던 것 같다. 원하는 목소리를 내려고 제아의 보컬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화성을 옆, 아래로 쌓았고, 목소리마다 효과도 다르게 줬다.

멤버들이 뭐라고 하진 않던가. (웃음)

이민수
: 워낙 같이 해 와서 서로 믿기도 하고, 이번 앨범의 중요성을 아니까 다들 이해했다. 그리고 녹음 전에 떡밥을 뿌린다. (웃음) 멤버마다 녹음 시간이 길어져서 다른 멤버들은 마냥 기다리기만 하기도 하는데, 그 때 멤버들하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달랜다. (웃음)

그런 점에서 ‘Sign’은 만들고 나서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이민수
: 그렇다. 완성이 될까 싶기도 했는데, 완성이 되고 대중들도 좋아해주니 기분이 좋다.

계속 바쁘게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감성을 유지하기는 힘들지 않나.

이민수
: 작년에는 사실 거의 공장처럼 만들어냈던 것 같다. 이거 하나 하면 바로 다음 거 하고. 그런데 지금은 조금 여유롭게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노래보다 조금 앞서고, 내가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면 되는 것 같다. 결국은 내 진심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나.

이민수
: 나는 가수의 활동을 돕는 스태프라고 생각한다. 스태프의 마인드로 가수의 인지도가 올라가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그 가수들이 시간이 흘러도 이민수라는 브랜드에 대해 신뢰할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좀 더 체계화된 영화 음악 공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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