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미셸 위 얘기했었잖아. 그러면 MBC <무한도전>에 나왔던 해외 스포츠 스타는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인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효도르의 경우 비록 미국 내 인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60억분의 1의 사나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세계 최강의 사나이고, 샤라포바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여자 테니스 최고의 인기 스타고, 앙리 역시 프랑스의 아트 사커 전성기와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을 이끈 그야말로 ‘킹’ 앙리지.

바로 그 앙리 말이야. 그렇게 대단하다는 선수가 요즘 왜 그렇게 욕을 많이 먹어? 반칙 하나 했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인 거야?
아, 이번 핸들링 반칙 얘기구나. 이번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남아공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앙리가 핸들링 반칙을 했거든. 사실 핸들링 반칙 하나만으로는 요즘처럼 논란이 될 일이 아니지. 다만 문제는, 앙리가 핸들링 반칙을 했고, 그걸 심판이 반칙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렇게 반칙을 한 앙리의 패스를 받아서 프랑스의 갈라스가 골을 넣었고, 그 골 때문에 아일랜드가 승리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일랜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는 거야. 이 정도면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는 알겠지?

핸들링이라는 게 손을 공에 댔다는 거지? 그럼 앙리는 고의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야?
사실 앙리 본인조차 파울은 자기 잘못이라고 시인한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어느 정도의 고의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거야. 원칙적으로는 손이나 팔을 공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경우에 생기는 핸들링은 파울이 아니거든. 심지어 그 때문에 핸들링한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이 진행되어도 문제가 없어. 하지만 이번 경기 영상을 보면 앙리가 날아오는 공에 손을 뻗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컨트롤했기 때문에 핸들링 파울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비록 본인은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면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승리하기 위해 비열한 방법을 쓰고선 그게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거짓말쟁이로 취급하고 있어.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무한도전> 나왔을 때 물공 맞고 그런 모습이 귀여웠는데 사람이 좀 아니다?
내가 저번 주에도 말했지. 너무 쉽게 말하지 말라고. 본인도 그렇지만 동료인 말루다 역시 “앙리는 솔직한 사람이다. 위선자가 아니”라며 적어도 그가 이기기 위해 고의로 심판 몰래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고 두둔하고 있어.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이 중요한 거잖아.
맞는 말이야. 다만 나는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꼭 의도적이고 비열한 행동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야. 정말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운 기억인데, 고등학교 때 축구 시합을 하다가 상대방이 날린 슈팅이 우리 편 골대 쪽으로 날아올 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페널티킥 선언이 된 적이 있어. 물론 나 같은 자타공인 ‘개발’과 앙리 같은 축구 스타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골문 앞에서 자기 옆을 스치는 공을 보고 반사적으로 손을 대는 게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봐.

하지만 결국 그런 식이면 누구도 앙리가 고의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맞아. 하지만 앙리의 파울이 정말 고의적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건 선수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이상 불가능하다 해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건 가능한 일이야. 총체적으로 보자는 거지. 우선 앙리의 핸들링 파울은 분명 승부를 석연찮게 만든 요소지만 그 요소를 잡아내지 못한 심판의 오심도 문제잖아. 그리고 그 오심에 근거해 승부가 결정됐는데도 ‘오심도 승부의 일부’라는 논리로 재경기를 불허하는 FIFA의 모습 역시 쉽게 납득하긴 어려운 부분이고.

와, 아일랜드 선수들은 되게 억울하겠다. 그 정도 일이면 그 골을 무효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아일랜드 측에서는 재경기를 요청했고, 심지어 이번 사태의 주범인 앙리조차 재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제축구연맹, 그러니까 FIFA에선 불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경기가 중단된 경우에나 재경기를 하는 것이 FIFA의 관례거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와 스위스의 경기에서 스위스가 오프사이드로 골을 넣었을 때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서 500만 명 서명을 받으면 재경기가 가능하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그런 건 없어.

그러고 보면 앙리 한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인 거 같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그거야.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오심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야. 하지만 그 필연성이 오심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거든.

그런 걸 느린 화면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거야?
비디오 판독? 사실 그것만이 이런 오심 논란을 가장 확실하게 잠재울 방법이지.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SK 박정권의 경우처럼 홈런을 친 선수조차 홈런인지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판정을 인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현재 축구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어.

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우선 심판들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심판의 권위 자체를 떨어뜨린다고 여기는 면이 있고, 팬들은 비디오 판독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 끊기는 걸 경계하고. 야구라면 2사 1루 1스트라이크처럼 고정된 상황을 만들 수 있지만 축구는 한 번 흐름이 끊겼을 때 그 모든 선수들의 필드에서의 위치와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잖아. 축구인 중 비디오 판독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히딩크 감독인데 그 역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순간에 한정해 비디오 판독을 하자고 말하고 있어.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이라면…
그래, 이번 앙리의 핸들링 파울과 같은 경우지. 아직까지 비디오 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선수나 심판에 대한 사후징계를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어. 현재 FIFA가 2주 내에 앙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비디오 판독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하지만 오심 하나로 승부의 행방이 결정되는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선수 개인의 잘못만을 징계하는 지금의 방식이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너 언젠가부터 스포츠 스타들을 너무 옹호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거 같다?
글쎄, 글로벌한 NO.1 섭외를 위한 밑밥이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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