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설명서: 스타킹
‘신고 있는 신발로 그 여자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적어도 이번 시즌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신고 있는 스타킹으로 그 여자를 알 수 있다!’ 스타일 감각, 경제력, 배짱에 이르기까지 한 여자를 충실하게 대변하는 아이템, 스타킹 사용 설명서.

1) 발부터 다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언더웨어, 혹은 패션 아이템의 일종으로 길이에 따라, 직조하는 데 사용한 실의 두께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2) 1959년에 일어난 팬티스타킹의 발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대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함. 이로 인해 가터벨트가 본래의 기능보다 남자들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기 위한 물건으로 용도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스타킹을 내복 하의 대용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함.
3) 여성들의 다리를 바깥 기온으로부터 보호하고 보다 날씬하고 탄력 있어 보이게 하는 본래의 기능 외에 농촌에서는 거머리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막으로, 강도들에게는 얼굴을 가리는 도구로, 코미디언들 사이에서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품으로 활약하는 만능 아이템.
4) 1980년대 스타일의 인기가 식지 않은 가운데 1940년대의 여성스럽고 우아한 룩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번 시즌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짐.

1) 현재적 사용법
① 우아하든가 경쾌하든가. 1940년대 여자들이 신었던 것처럼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디자인이나 1980년대 ‘로라장’ 느낌이 나는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② 불투명한 검은색 스타킹은 언제나 기본은 하는 아이템이지만 이번 시즌엔 불투명한 검은색 보다 다리 살결이 은은하게 비치는 반투명 검은색이 더 핫하다. 특히 전체적으로 반투명하면서 중간 중간 땡땡이 무늬가 들어가 있는 디자인이 인기. 메리제인슈즈, 풀스커트와 매치해 여성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룩을 연출하기에 제격이지만 의외로 미래적인 디자인의 파워숄더 원피스와 매치해도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③ 하이웨이스트 실루엣의 펜슬 스커트처럼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섹시한 분위기의 옷을 입을 때는 은은하게 살결이 비치는 검은색 스타킹 중에서도 다리 중간에 세로로 바느질 선이 들어가 있는 것(일명 seamed stocking)을 고르면 섹시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주의、 이렇게 세로 선이 들어간 디자인은 다리가 휜 사람에게는 ‘쥐약’이라는 점을 잊지 말 것.
④ 반투명 검은색과 더불어 ‘비둘기 2호’ 역시 우리가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 그레이나 블랙 같은 모노톤 의상과 매치하면 안정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지만 의외로 선명한 빨강이나 와인 컬러 원피스와 매치하면 블랙보다 훨씬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⑤ 1980년대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반짝이는 은사가 들어간 스타킹을 선택한다. 단, 스타킹 자체가 화려하므로 옷은 블랙 컬러나 디테일을 최소화한 것으로 골라야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불투명한 녹색이나 분홍색 스타킹은 촌스러운 분위기가 나게 신어야 제격. 지나치게 안정적인 톤온톤 코디네이션은 피하고 흰색 코트, 고동색 플랫 슈즈 등 절대 어우러지지 않는 컬러들을 함께 매치해보자.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 사용상의 주의사항
① 백화점 매대에서 스타킹을 살 때 대부분의 판매원들이 자신의 팔에 스타킹을 씌워 컬러를 확인시켜준다. 이때, 집에 돌아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스타킹은 신은 사람의 다리 두께에 따라 투명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망각하지 않는다.
② 이번 시즌 유행하는 디자인 중 또 하나가 스타킹에 다양한 종류의 스톤이 장식된 것들. 이런 스타킹의 가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로, 스타킹 가격을 보고 ‘감히’ 놀라지 말 것이며, ‘스타킹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져가지 말지어다.
③ 마찬가지로 유명 브랜드의 스타킹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스타킹의 가격(3천원부터 1만5천원 내외)의 몇 배에 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가 다른 지 콕 집어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다르긴 다르다’는 게 신어본 자들의 증언. 고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고가의 스타킹에 도전해보되 비싼 스타킹에 대해 무턱대고 적대감을 품지는 말 것.
④ 이번 시즌에 유행하는 반투명 스타킹의 경우 불투명 스타킹에 비해 훨씬 잘 떨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비상시에 대비해 가방 속이나 책상 서랍에 예비용 불투명 스타킹을 준비해놓는다. 아울러 발톱을 자주 자주 깎고, 손톱 주변 거스러미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⑤ 스타킹에 구멍이 생겼을 경우 수정액이나 투명 매니큐어로 구멍이 커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여중생들이나 하는 짓. 트렌드를 아는 성인 여성이라면 아예 구멍을 손으로 후벼 파고 그 옆에 또 다른 구멍을 냄으로써 지난 시즌 발맹 쇼에 나왔던 것처럼 터프한 ‘디스트로이드 스타킹’을 만들어본다. 청바지를 찢을 때처럼 과감하게 구멍을 내는 것,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게 관건.

글. 심정희 ( 패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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