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피릿은 한층 강해졌고, 헤드윅의 외로움은 더욱 짙어졌다. 2003년 한국관객을 처음 맞이했던 뮤지컬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11월 14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되는 <헤드윅>의 프레스콜이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렸다. 올해는 윤도현, 강태을, 윤희석, 송용진, 송창의, 최재웅 총 6명의 헤드윅이 “서로 다른 재미와 질감”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많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로 남은 <헤드윅>은 1994년 뉴욕 드렉퀸 쇼가 펼쳐지는 록클럽에서 뮤지컬로 먼저 시작되었다. 마니아들의 호응을 업고 뮤지컬에 이어 존 카메론 미첼이 감독 및 주연을 맡아 영화로 탈바꿈되었고, <헤드윅>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조승우, 오만석 등이 첫 시즌을 열었고, 이후 총 13명의 헤드윅을 거쳐 시즌 5까지 당도한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파워풀한 록음악과 외로움이라는 정서다. 30여 분간 시연된 무대에서는 윤도현과 강태을이 등장해 ‘Angry Inch’, ‘Origin of Love’, ‘Wig in a Box’ 등을 선보였다. <헤드윅>은 작년에 이어 금요일 9시 반, 광란의 심야공연이 기다리고 있고, 특히 올해는 토요일마다 3시, 6시, 9시 3차례 공연이 계속된다. 하이라이트 무대가 끝나고 배우 및 제작진들이 공동인터뷰를 가졌다.

“연어처럼 2003년으로 회귀해 작품이 더 거칠고 힘이 있어졌다”
이지나 연출, 이준 음악감독, 윤도현, 강태을, 리사, 최우리

2003년부터 지금까지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등을 비롯한 13명의 뮤지컬배우들이 거쳐 갔다. 이번 윤도현과 강태을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이지나 연출
: 이번 <헤드윅> 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대중성이었다. 뮤지컬을 접하지 못한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윤도현을 캐스팅 했다. 뮤지컬 <하드락카페>를 했지만, 10년이 넘었다. 그런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일 것 같다. 그리고 강태을은 고등학교 때 록밴드를 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돈 주앙>, <대장금> 등을 통해 록이 아닌 장르를 많이 했는데, 원래도 록음악을 좋아했던지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본인이 강력하게 원해서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다.

“거창하지만 화합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

이지나 연출의 말처럼, 10년 만에 뮤지컬을 하게 되었는데 <헤드윅>이다. 어떤 연유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나.
윤도현
: 우선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획사 사장님의 엄청난 권유로 하게 되었다. (웃음) 영화는 3번 정도 봤는데, <헤드윅>의 음악과 그 안의 메시지를 좋아하지만 뮤지컬은 본 적이 없었다. 쉽지 않은 작품이고, 더구나 배우가 아닌 나에게는 대사도 너무 많고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정말 헤드윅이 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오래간만에 뮤지컬을 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작품을 택한 것 같다. (웃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시연된 무대에서 윤도현과 강태을은 많은 부분이 달랐다. 서로가 어떤 에너지를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윤도현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뮤지컬을 한지 10년이 넘어서 겸손이 아니라 정말 거의 다 배우고 있다. 뭔가를 평가하기 보다는 배워야 할 때다. (강)태을이가 뮤지컬을 전문으로 공부했던 친구인데 반해, 나는 기본기가 없다. 특히 발음이나 무대 위에서의 몸짓 같은 것을 너무 못해서 물어보면서 배워가고 있다.
강태을 : (윤)도현이 형님이 하신다고 했을 때 내가 하나 노리고 있었던 게 있다. 그건 록적인 발성과 곡의 진행 부분인데 헤드윅에 잘 어울리는 록커로서의 모습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평소에 너무 재밌다. 무대 위에서도 윤도현만의 코믹한 모습을 선보일 것 같다. 아줌마 헤드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헤드윅은 트렌스젠더라는 특이한 점 외에도 외로운 인물이다.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강태을
: 공연이 임박해지면서 제모 등 여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다리에 난 흉터 같은 게 싫더라. 예쁘고 싶은데 부끄러웠다. 그래서 여자들의 외모 콤플렉스 같은 걸 이해하게 됐다. (웃음) 분장이 예쁘게 잘 되는 날은 기분이 너무 좋은데, 안 되는 날이면 거울보기도 싫고 어깨도 처지더라. 공연을 준비하는 나조차도 이런데 헤드윅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싶다. 그런 부분들이 느껴지면서 헤드윅과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고, 앞으로 더 많이 느끼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윤도현 : 사실 캐릭터 상으로는 같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느끼고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이해를 넘어 헤드윅 같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 용기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도 가지고 있었던 비좁은 마음이 넓어진 것 같다.

앞에서도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나.
윤도현
: 지난 8집 앨범의 타이틀이 공존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마다의 차이를 인정할 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자신과 다르게 생기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배척한다. <헤드윅>을 보고 나갈 때 옆에 있던 사람의 손을 잡고 ‘하나’라는 메시지를 가져간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의 배경도 베를린 장벽이 있던 동독에서 시작되었다. 몇 일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지 않았나.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하지만 화합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

“윤도현은 조승우 이후 최고의 코믹한 헤드윅이 될 것 같다”

여섯 명의 헤드윅, 그리고 네 명의 이츠학이 있다. 각 배우들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이지나 연출
: 윤도현은 역대 헤드윅 중 조승우 이후 최고의 코믹버전이 될 것 같다. 비등하면 비등했지, 덜할 것 같진 않다. 대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는 게 걱정이다. (웃음) 그리고 사실 헤드윅은 30대 중후반의 배우들이 하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이다. 그런 점에서 윤도현은 나이와 인생의 경험이 딱 들어맞는다. 소위 ‘짬밥’의 힘이 나온다. 뭔가 사고를 칠 것 같다. (웃음) 강태을은 요즘 뮤지컬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배우인데, 이 사람에게 한번 팍 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리사는 내가 늘 얘기하는데, 내가 리사의 팬이다. 그래서 어떻게서든 내가 하는 작품에는 같이 하려고 떠받들고 산다. 이번에도 안 해주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대장금> 안 시켜줄거라고 협박을 했다. (웃음) 이번에 이츠학으로 뽑힌 최우리는 <그리스> 할 때만 해도 애기였는데 어느새 다 커서 노래를 잘하는 배우가 돼 있더라.

앵그리인치 밴드의 사운드가 기존 시즌들에 비해 더욱 파워풀해진 것 같다. 음악적 특색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준 음악감독
: 가장 큰 부분은 클래식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면서 우리나라 실정과 배우들에 따라 편곡과 포인트들이 달라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우에 상관없이 동일한 버전으로 갈 것이고, 존 카메론 미첼이 초연때 선보였던 것과 가장 가까운 버전이 될 것이다. 최대한 80년대 록처럼 표현하려 하고 있다.

벌써 시즌 5이다. 연출가로서 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들려 달라.
이지나 연출
: 2003년부터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한국정서에 맞춘 각색 작업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번에 각색을 하며 정착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문화적 이질감이 없는 수준이다. 가장 간략하고 한국적인 정서만 남았고, 음악은 오리지널로 회귀했다. 이번 시즌은 연어처럼 2003년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사실 소신껏 만들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주변 상황에 신경 쓰다가 망가졌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초연 버전으로 돌아가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면서 작품이 더 거칠고 힘이 있어졌다.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는데 이번에는 신선해져서 이런 설레는 기분이 초연 이후 처음인 것 같아 기분 좋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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