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20도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의 추신수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기록이다. 어쩌면 이 기사를 보는 당신은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추신수, 마침내 메이저리그를 치다’는 당신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시절, 팀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에 올린 초고교급 투수였던 그가 미국에 진출해 무명의 마이너리거로 활동하다 올해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추신수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가 어떤 이력의 소유자인지 모르는 시청자를 위한 입문서와도 같다.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 추신수의 고생담

11월 13일 금요일 밤 10시 55분 방송을 앞두고 10일 오후 2시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추신수, 마침내 메이저리그를 치다’ 시사회에서는 자막과 음악 작업을 뺀 방송 전체 분량이 공개되었다. 추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인파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 면에서 셀러브리티 바이오그래피로 기획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를 연상시킨다. 현지에서의 추신수의 인기를 증명하는 인터뷰와 코칭스태프의 칭찬, 그리고 현재 위치에 오르기까지 갖은 보양식을 구해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보살핀 아버지의 정성과 이제는 고인이 된 부산고등학교 조성옥 감독의 가르침, 그리고 국내 구단의 러브콜을 물리치고 간 미국에서 보낸 5년여의 마이너리그 생활까지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추신수의 영광을 돋보이게 할 모든 요소를 가장 낯익은 방식으로 배치한다. 그 기시감을 친절함으로 받아들일지, 지루함으로 받아들일지는 시청자의 몫일 것이다.

김새별 PD 공동 인터뷰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추신수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쳤을 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을 시작했나.
김새별 PD
: 처음 확실히 기획된 건 7월이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추신수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 WBC 때 처음 그의 존재를 안 분도 많았으니까. 그러다 7월에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과의 사연을 듣고 뭔가 스토리가 형성될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사실 추신수 본인도 20홈런-20도루까지 할지 확신을 못하고 취재 중이던 8월에는 홈런이 정체됐었는데 시즌 후반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예상한 것보다 좋은 타이밍으로 방송할 수 있게 됐다.

사실 7월만 해도 성적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좀 위험한 기획일 수도 있었을 텐데.
김새별 PD
: 우선 내가 스포츠 광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볼륨이 크지 않았지만 조성옥 감독 부분도 있었고, 그걸 가지고 가면 정서적인 부분을 끌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가 연재하던 MLB 일기 같은 걸 봐도 그의 자세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먼 스토리로 완성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사실 주변에선 내년에 다큐멘터리 <사랑> 준비해야 하는데 늦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도 왠지 모르게 꽂혀서 내가 하겠다고 우겼다.

스포츠팬이 아니라면 다큐멘터리에 있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나.
김새별 PD
: 내가 야구 중계를 일부러 챙겨 보는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삼진이고 진루하는지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만 안다. 그래서 내 입장에선 팩트는 틀리지 않는 선에서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팀 코칭스태프가 말한 5툴 플레이어 같은 어휘에 대한 설명도 필요할 거 같은데.
김새별 PD
: 설명을 다 자막으로 넣을 거다. 왜냐하면 내가 잘 몰랐으니까. 5툴이란 말도 프로그램 만들면서 알았다. 인터뷰이가 말하는 그대로를 자막으로 내는 동시에 해설이 필요한 용어는 다 집어넣으려고 한다. 경기 영상 역시 날짜나 장소를 다 밝힐 거고.

“추신수는 야구에 관해서 정말 모범생적인 사람”

솔직히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선 야구 관련 부분이 너무 적어서 아쉬울 거 같다. 요즘 야구팬들 수준이 굉장히 높다.
김새별 PD
: 그럴 거다. 하지만 야구팬이 아닌 그냥 일반 시청자가 볼 때의 밸런스를 맞추려 했다.

그런데 원래 이 다큐멘터리를 하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는 조성옥 감독과의 이야기의 분량이 적다.
김새별 PD
: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추신수 중심으로 시선이 모아졌고 조성옥 감독님에 대해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다루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그분이 안 계시니까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짜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비중이 줄어들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조금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라커룸에 가기 전 집에서 왁스를 바르고 나갔는데 정작 라커룸에선 맨 머리더라.
김새별 PD
: 예리하게 봤다. (웃음) 사연이 많다. 처음에 라커룸으로 가는 걸 찍고 라커룸 안에서의 모습도 찍으려고 했다. 구단이랑은 다 얘기가 됐는데 한국인 매니저가 사인이 맞지 않아서 카메라를 가지고 갔을 때 추신수 선수가 놀랐다. 이 시간에 기자가 라커룸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촬영을 못하고 저녁에 라커룸 안에서의 모습도 찍겠다고 얘길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어쨌든 그 장면 때문에 세 번을 갔다.

한국의 공중파 매체가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 추신수의 반응은 어떤가.
김새별 PD
: 워낙 이 선수가 야구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 긴 시간 인터뷰 하는 것에 굉장히 어색해 했다. 미디어와의 교류보단 그냥 야구에 열중하는 게 중요하니까. 사람 자체는 부산 사나이지만 야구에 관해서는 정말 모범생적인 사람이다. 시험 전의 학생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사진제공_ MBC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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