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가 직장이었다. 주변에는 어른들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벌었고,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소원이 됐다. 연기하는 ‘아이돌’로 10대를 보낸 아이. 그가 자신이 바라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방법.

장한나 : SBS <여인천하>에 정난정(강수연)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장근석은 정난정의 이복 오빠로 출연했다. 장근석은 2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며 연예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의 부모는 충북 단양에서 양어장 사업을 해 그의 활동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장근석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 양어장 주변에서 전교생이 13명인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서울에서 방송 활동을 할 때는 혼자 옷가방을 들고 촬영장에 가야 했다. 그의 부모는 장근석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방과 후 스스로 찾아오라고 할 만큼 어지간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게 했다. 장근석은 부모님께 반항하고 싶어도 “내일 아침 9시까지 방송국에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김종학 : 장근석이 출연한 SBS <대망>의 감독. <대망>은 그 때까지 장근석이 했던 것 중 “가장 진지한 배역”이었고, 장근석은 김종학 감독에게 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장근석은 연기자로 자라면서 “학교에서 다리 꼬고 대본 읽고 있으면 꾸중 듣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얻었다.

이윤지 : MBC <논스톱 4>에서 장근석의 상대역으로 나온 배우. 당시 장근석은 성인 연기자로의 변신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직접 모은 돈으로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떠나 그 곳에서 고교생활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는 <논스톱 4> 출연 제의를 받고 유학 결심을 접었다. 이후 <논스톱 4>를 통해 머리 회전이 빠르고 능청스럽지만 아이 같은 신입생을 연기했다. 이는 성인과 아역 중간쯤에 있던 장근석에게 어울렸다. “어릴 때 많이 놀아봐서 별로 평범한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다”던 이 조숙하지만 귀여운 청소년은 <논스톱 4>로 ‘어른들의 세계’를 꽤 아는 아이의 캐릭터를 가졌고, 그것은 그를 또래 연예인과 차별화 시켰다. 장근석은 18살에 한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일을 하고 있어 주위엔 전부 연상뿐이다. 성격도 다른 18세보다 어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석진 : 장근석과 한양대 동문인 탤런트. 올해 모교 축제를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다. 장근석에게 대학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는 <논스톱 4>로 보다 주목 받았지만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자신이 주춤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말투나 행동을 어른스럽게 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근석은 카메라 위치까지 계산하며 연기를 해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 두 편의 뮤지컬을 하면서 자신이 엉망으로 연기하는 것에 실망했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갖기 시작해 연기를 전공할 결심을 한다. 그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수업에 거의 빠지지 않고 출석했고, MT와 미팅도 하면서 여러 추억도 만들었다고. 다른 학생들과 다르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셈. 다만, 장근석의 바람대로 그가 20대 동안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어려울 듯.

하지원 : KBS <황진이>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근석은 <황진이>에 출연할 당시 ‘연예인’과 ‘연기자’ 사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준 것이 <황진이>. <황진이>에서 장근석은 애써 어른 흉내를 내는 대신 소년인 채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진 ‘은호 도령’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스러질 것 같은 소년의 유약함을 가졌으면서도 사랑 하나를 믿고 애써 모든 상황을 버텨가는 은호 도령의 모습은 대중이 소년과 어른 사이에 있는 그의 나이를 받아들이게 했다. 장근석은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대신, 조금씩 어른으로 자라고 있었다.

정진영 : 영화 <즐거운 인생>과 <이태원 살인사건>에 함께 출연한 배우. <즐거운 인생>은 장근석이 꼽는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으로, 당시 이준익 감독은 “카메라 움직임까지 파악할 만큼 노련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얼굴에 페이소스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근석이 영화를 통해 정말 배운 건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일한 것 자체. 당시 그는 선배들과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이후 장근석은 정진영이 중심이 된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살인 용의자로 출연해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신 감정을 최대한 눌러 영화 속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언제나 주목 받던 소년이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한 셈.

R-STARS : 장근석이 속한 레이싱 팀. 장근석은 어린 시절 카레이서가 꿈이었고, 더 나이 들면 카센터를 차리고 싶어 한다. 또한 그는 평소 “마흔이 되면 모은 돈으로 빌딩을 사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등 어른스러운 발언을 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긍정적일 때는 속 깊은 것이 되지만, 과해지면 ‘허세’로 비춰진다. 특히 그가 미니홈피에 올린 “따사로운 햇살아래에 한가로이 누워 있노라면 더불어 앙드레 가뇽의 연주까지 함께라면” 같은 글들은 네티즌의 ‘손발을 오글거리게’하며 그를 ‘허세 근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장근석은 ‘발연기’를 한 적은 없었고, 그 스스로도 “누구나 옛날의 일기를 보면 피식 웃게 되지 않나. 그 때 쓴 글들은 내가 고민한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무 것도 아닌 내용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청년이 미니홈피에 허세 부리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며,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좋은 연기를 선보이면 다른 것들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장근석은 차, 음악, 예쁜 카페 찾기 같은 자신의 취미들을 “나를 울기 직전에 달래는 사탕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강지환 : KBS <쾌도 홍길동>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근석은 <쾌도 홍길동>에서 어린 시절부터 왕이 되기 위해 자랐고, 왕이 된 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 창휘를 연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캐릭터였던 창휘를 “목소리와 눈빛이 너무 좋다”던 이병헌처럼 목소리를 눌러가며 연기해 작품의 무게를 지탱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무거운 캐릭터를 유지하며 첫사랑을 깨닫는 남자이자 무엇 하나 원하는대로 할 수 없는 왕의 캐릭터는 갓 스무 살이 된 배우에게는 너무 무겁다는 인상을 주기 쉬웠다. 또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강마에(김명민)와 대립하는 제자를 연기했다. 그러나 김명민의 압도적인 연기는 대중들에게 다른 배우의 연기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일 틈도 없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를 시작하며 ‘어른스러움’과 ‘무거움’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에 대해 또 한 번의 숙제를 받은 셈.

박신혜 : SBS <미남이시네요>와 CF 등에 함께 출연한 배우.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활동을 했고, 조금씩 성장하며 미니시리즈의 주연급이 되어 ‘아이들’ 같은 아이돌의 이야기인 <미남이시네요>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장근석이 연기하는 황태경은 장근석 스스로 재단해 입은 옷 같은 캐릭터. 아이돌 그룹의 카리스마적인 리더라는 황태경의 설정은 ‘허세 근석’을 연상 시키지만, 그는 매사 잔뜩 힘을 넣은 황태경의 캐릭터를 스스로 놀리고, 거기서 그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황태경을 갈수록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캐릭터적인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미남(박신혜)에게 차갑게 대할 때와 위로할 때, 유헤이(유이)와 있을 때와 멤버들과 있을 때, ‘허세’와 코미디를 보여줄 때를 전부 다르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마치 ‘강마에 Jr.’처럼 보인다. 황태경이 고미남에게 보여주는 웃음의 임팩트가 큰 건 그 전까지 장근석이 만들어낸 황태경의 캐릭터에서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이와 위치를 반영한 연기를 하면서, 장근석은 그가 바라던 좋은 어른 연기자가 돼가고 있다.

유승호 : 장근석이 “정말 재밌게 한 작품”이고 다시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투니버스 <에일리언 샘>에 함께 출연한 배우. <미남이시네요>에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과 비슷한 셀러브리티 취급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전의 아역 연예인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장근석은 “사춘기를 느낄만한 여유조차 없었”고, “일을 그르치기엔 어른스러운 척하던 10대 장근석의 책임감”도 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장근석은 여느 10대와는 다른 소년이자 스타로 자랐고, 자신의 고민을 조금씩 해결해가며 성장했다. 그리고, <미남이시네요>는 그의 나이와 현재와 연기를 모두 찾아주었다. 황태경은 고미남을 통해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그리고, 장근석도 황태경을 통해 다시 한 번 자라고 있다. 소년도, 어른도 아닌 제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Who is next
장근석과 <미남이시네요>에 함께 출연하는 박신혜가 주연이었던 SBS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김병욱 감독

글. 강명석 (two@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