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채 개그맨 시험 보는데 김태호 PD가 앉아있어. 제대로 웃기면 <무한도전> 출연할지도 몰라. 그런데 1차에 떨어져. 벗! 비유티! OBS 공채 개그맨 1기에 붙었어. 그런데 광주 사는 부모님 집엔 OBS 안 나와. 너 계속 개그맨 할 거냐고 물어. 자기만 믿으라던 주철환 사장님도 어느 날 사라져. 마침 KBS 공채 개그맨 모집 있어서 OBS 그만두고 또 시험 봐. 또 떨어져. 왜 그의 인생엔 이런 일이 와이(Why)? 그의 이름은 제이 케이 와이. 인생 어두워↘, 괴로워↘.

그에겐 아직 KBS 공채 개그맨 합격증이 없다

물론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생이 어둡다는 건 과장일 것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워워워’를 통한 절망이, 장기영의 등장은 과거 ‘내 인생 내기 걸었네’의 김원효나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송준근처럼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직 순수한 동심을 가진 두 동생 희망과 소망에게 “흙먼지 먹어가며 운동회에서 고생해서 얻는 건 네 인생 최초의 문신 ‘참 잘했어요’일뿐”이라 말하는 힙합 청소년 절망은 오랜만에 만나는 캐릭터다운 캐릭터다. 하지만 성공적인 공중파 데뷔에도 불구하고 “되게 고생해서 데뷔한 신인들 보면 대학로 7전 8기니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전 그만큼의 내공을 쌓지 못한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유약한 얼굴에는 아직 깊게 뿌리박지 못한 신인의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개그 지망생의 꿈인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지만 엘리트 코스라 할 KBS 공채 개그맨 합격증이 그에겐 아직 없다.

그래서 그의 불안감은 “운이 좋아서” 생긴, 준비되지 않은 행운에 대한 불안감일지 모른다. 중학교 때 잠시 개그맨을 꿈꿔봤지만 광주에서 살던 그에게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 멀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 흔한 오락부장 한 번 하지 않고 “뒤에서 선생님께 신혼여행 얘기를 해달라며 아이들을 선동”하던 성격 역시 메인 스테이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MBC 공채 개그맨에 도전한 것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마침 모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당시 저팔계 성대모사를 하며 심사를 하는 작가가 웃는 것을 보고 남을 웃기는 재미를 알게 되었지만 공채 개그맨의 문턱은 언제나 높았다. 그러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대학로에서 공연하던 그를 연구동으로 불러 한 번 해보겠느냐고 했을 때 그토록 멀던 메인 스테이지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런 소중한 기회에 누가 ‘아니요’라고 하겠어요. 대신 무대에 올리기까지 정말 많이 수정하고 검사를 받았죠.”

절망과 희망, 동전의 양면을 뒤집을 다음 스텝

사실 대학로에서 ‘워워워’의 원형에 가까운 개그를 선보이고, 영화 <노토리어스>에서 힙합적인 요소를 빌려 절망이란 캐릭터를 만든 그의 실력은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말이 아니라 정말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 신인 개그맨에게 이 모든 인기와 관심은 거품처럼 느껴질 뿐이다. “선배들은 우선 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전 이 코너 이후가 걱정돼요. <개그콘서트>는 연기 중심인데 전 연기가 너무 부족하거든요.” 절망이와는 전혀 다른, 여리여리한 목소리엔 꾸미지 않은 절박함이 묻어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박함 자체가 아니라 꾸미지 않은 그 진정성이다. 고민이 진짜라면 어떻게든 해답은 구하는 법이다. “이것(절망)만 잘하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함의 반대편에서 그의 새로운 캐릭터는 이미 알게 모르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절망과 희망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니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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