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은, 황정음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거형이다. 어리고 예쁜 여자아이들이 모여 화사함과 애교를 뽐내던 슈가 시절의 황정음은 ‘예쁜데 괜히 얄미운 애’로 여겨졌다. 딱히 얄미운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복도에서 황정음과 부딪혔던 친구가 “나랑 같은 인종이 아닌가 봐! 인형이야!”라고 자학하며 간증한들 황정음은 ‘실제로도 예쁘다니 왠지 더 얄미운 애’였고 심지어 SBS <사랑하는 사람아>와 MBC <겨울새>에서 황정음은 ‘예쁜데 부잣집 딸이기까지 하다니 용서할 수 없이 얄미운 애’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얄미운 짓을 한 적은 없지만. 그냥, 그랬다는 거다.

그러나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이은 <지붕 뚫고 하이킥> 2연타는 황정음의 엉뚱하고 발랄하고 제멋대로에 황당하면서도 애교 많고 야무져 보이지만 은근히 빈틈도 많은 성격을 선행학습 시켜주며 그 부질없는 시샘들을 털어내게 만들었고, 마침내 인터뷰를 위해 만나던 순간 보통 사람보다 한 톤은 높은 목소리로 밝게 인사를 하던 황정음에게는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마는 힘이 있었다. 얼굴의 반은 차지하는 것처럼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어떤 질문에도 명쾌하게, 눈치 보지 않고 대답하는 황정음과의 대화는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그룹 활동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연예인들이 예쁜 척 하면 재수 없어 보일 수 있는데 제가 바로 그걸 했던 거에요!”라며 깔깔 웃어버리고,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얄미운 성격은 방송이라서 약간 과장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뭐, 워낙에 제가 착한 성격은 아니에요” 라고 인정해 버리는 태도가 놀라울 만큼 솔직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연기에 뛰어들었다 고생하던 드라마 현장에서도 엄한 감독 앞에서 기 죽는 대신 “죄송합니다. 다시 할께요!”라며 늘 웃었던 것은 “사실은 감독님이 예뻐하시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옛말부터 ‘긍정의 힘’까지 그게 다 맞는 얘기였단 말인가!

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용준과 연예인 커플로, <우리 결혼했어요> 이후로는 TV를 통해 연애사의 상당 부분을 공개하면서도 3년이나 연애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아직 좋아하니까요”라는 우문현답을 내놓던 순간이다. 머리를 쓰지 않는 연애야말로 진정한 고수의 경지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 답변, 그리고 일본의 방송 행사에서 김용준을 가까이서 보았다는 기자에게 황정음은 “실물이 더 낫죠?”라며 생긋 웃으며 ‘가진 자’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정말 애교가 많은 건가요? 이 정도의 애교는 세상 사람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던 황정음은 잠시나마 “누구나 다 집에 10억씩은 있잖아요?”를 외치는 <개그 콘서트> ‘행복 전도사’를 떠올리게 하며 잠시 분위기를 침울하게 만들었지만 어쨌거나 세상에 한 점 의심도 없는 황정음의 표정을 보고도 진심으로 분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여 동안 순도 100% 애교로 모두를 감화시킨 황정음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생각했다. 이거, 웬만해선 황정음을 싫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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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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