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자들 중 답을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SBS 새 일일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박정철은 1인 2역을 맡은 강성연의 쌍둥이 연기가 극 중 어떤 미스터리의 형태로 펼쳐질지에 대한 기자들의 예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바 있는 <아내의 유혹>, <두 아내>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아내가 돌아왔다>는 이처럼 멜로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27일 목동 SBS 본관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사인 황금소나무의 이현석 대표와 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 배우 조민기, 강성연, 윤세아, 박정철, 김무열, 이채영, 전민서가 참석했다. 또 방영 전부터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을 과시하듯 특별히 경찰대학교 관계자들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복수의 패

조민기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제목만으로 <아내의 유혹>이나 <두 아내>와 비교하지 말아주길 당부했지만 핍박받던 아내가 복수를 위해 귀환한다는 <아내가 돌아왔다>의 플롯은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유혹>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진짜 아내가 다른 인물을 흉내 내는 <아내의 유혹>과 아내의 쌍둥이 동생이 언니를 흉내 내는 <아내가 돌아왔다>의 귀환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두 작품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에게 주어진 정보의 차이다. <아내의 유혹>의 교빈 가족은 민소희의 정체를 모르지만 시청자는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복수를 지켜보는 쾌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돌아왔다>는 시청자에게도 모든 패를 드러내놓진 않는다. 사라진 유희(강성연)을 대신해 유경이 언니를 연기한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정보들이 플롯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시청자 역시 계속해서 혼돈 속에서 답을 구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자극적이지만 흥미로운 시도를 통해 <아내가 돌아왔다>는 정말 “시청자들을 깊은 수렁 속에 빠뜨리는”(강성연)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한 몸에서 태어나 다른 인생을 사는 쌍둥이 정유희와 정유경, 강성연
한 쪽은 포기하고, 한 쪽은 그것을 받는다. 그것이 쌍둥이 자매 유희와 유경이 살아온 방식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들에게 미국 입양의 기회가 생기지만 유희는 선천적 심장병을 앓는 유경을 위해 기회를 양보한다. 이후 유경이 미국에서 유복한 양부모 밑에서 사랑을 받으며 고등 교육을 받고 잘 자랄 동안 유희는 양모의 구박에 고생하고,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한 상우(조민기)와의 결혼 생활도 시어머니 때문에 지속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그녀를 위해 그동안 받기만 하던 유경이 나서게 된다. “유희는 동생을 위해,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항상 자기를 희생하는 타입이지만 유경은 굉장히 냉철하고 철두철미하다. 둘의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다른 연기가 나올 것 같다.”

지고지순하지만 믿음직하지는 않은 남편 윤상우, 조민기
“부잣집 아들에 많이 배웠고, 우유부단에 지고지순, 내가 역대 멜로에서 했던 모든 캐릭터의 집대성”이라고 조민기는 상우를 정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유부단함이다. 상우는 유경을 정말로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하는 순수한 로맨티스트에 착한 남자다. 하지만 딸 다은의 심장병 수술비 때문에 유경이 자신을 떠나는 걸 알지도 막지도 못하는 무력한 남편이기도 하다. 그가 새롭게 찾아온 사랑 민서현(윤세아)과 결혼한 것이 불륜도 배신도 아니지만 유경 입장에선 미울 수밖에 없는 대상인 것이다. “나이 때문에 이제는 멜로를 하기가 조금 민망하다. 첫 연습 때부터 두 상대배우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서서히 무너져가는 아내 민서현, 윤세아
<아내가 돌아왔다>가 흥미로운 건 복수라는 주요 플롯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대상이 선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상우와 마찬가지로 서현 역시 부잣집 딸이자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에 헌신적인 인물이다. 상우와의 첫 만남이 의료봉사를 다녀오던 중이었다는 사실에서 그녀의 선한 바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상우의 두 번째 아내인 그녀 역시 유경에게는 언니의 행복을 가로챈 사람일 뿐이다. 때문에 유경은 상우를 비롯한 서현의 모든 것들을 빼앗으려 하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서현은 성격의 변화를 겪으며 서서히 자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원래 배우가 자기 역할에 연민을 느끼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서현을 보며 되게 가슴이 애틋하고 아팠다. 악역이 될 수도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사랑에 눈 먼 복수의 화신 한강수, 김무열
이용석 감독을 통해 <일지매>의 악역 시완을 연기했던 김무열은 이번에도 악인 한강수에 도전한다. 한강수가 소위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들과 다른 점은 착하던 바탕이 사랑의 실패 때문에 비뚤어지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이다. 즉 그가 민서현의 이복동생 민이현(이채영)에게 접근해 민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상우의 파멸을 기도하는 건, 감옥행을 각오하고 회사 돈을 횡령해서 건넬 정도로 유희를 헌신적으로 사랑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유경의 복수와 함께 또 하나의 파멸을 만들어가는 강수의 복수에서 일종의 당위성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악역 전문배우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는 역할이다.”

관전 포인트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커플 샷을 여섯 번이나 찍었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우는 유희와 서현, 두 여자와 결혼을 하고, 유희는 상우를 떠난 뒤 강수와 동거를 하게 된다. 또한 유희의 삶을 대신하는 유경은 20회 이후에 등장하는 서현의 동생 민영훈(박정철)과 사랑에 빠지며, 강수는 복수를 위해 서현의 이복동생 이현과 결혼한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케빈 베이컨 게임’도 필요 없을 정도로 밀집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꼭 미스터리적인 요소 때문이 아니더라도 드라마 안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 복잡한 가계도를 꼭 염두에 두고 시청해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_ SBS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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