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석희의’ 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지난 7년 10개월 간 을 진행해 온 손석희 교수는 때로는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의 균형감과 대중적 인지도를 통해 프로그램의 브랜드를 확고히 만들었다. 10월 말 개편과 함께 그가 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과, 그 명분이 ‘고액 출연료’라는 것은 그래서 누구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지금 우리의 방송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가고 있을까. ‘쩌리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손석희 없는 을 미리 들여다봤다.

쩌리짱 (진행) : 안녕하세요. 쩌리, 짱이에요. 토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나온 토론자 여러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뿌레땅 뿌르국 박영진 대통령 나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옆에는 전국청년래퍼연대 JM씨 나오셨습니다. 문화관광부 산하 연예인심판협회 왕비호 회장 나와 주셨습니다. 맞은편에 세 분 소개해 드리죠. 행복전도사 최효종 씨 나와 주셨습니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 황현희 선전부장 나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가 안영미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오늘 나와 주신 18기 의원논객 여러분들 첫 방송이십니다. 앞으로 많은 개인기 기대하겠습니다. 바로 토론 시작하도록 하죠. 먼저 요즘 여론이 굉장히 들끓은 문제가 <100분 토론>의 진행자였던 손석희 씨 하차에 대한 것인데요, 이것이 이른바 ‘고액 출연료’ 때문이냐 혹은 ‘뻔히 보이는 손’…아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이냐 등 여러 가지로 말이 많습니다. 나와 주신 분들한테 우선 이 의견부터 듣고 싶습니다.

박영진 (뿌레땅뿌르국 대통령) : 우리 뿌레땅 뿌르국에선 말이…
쩌리짱 (진행) : 참, 물론 그 전에 먼저 후임 진행자인 저 쩌리짱의 의견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제가 <100분 토론>을 진행한다고 하니까 ‘듣보잡’이니 뭐니 참 여러 가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동안 <뉴스 투데이>, <경제 매거진 M>, <찾아라! 맛있는 TV>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은 능력 있는 방송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쩌리짱 3년이면 애드리브를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결코 <100분 토론> 진행자 자리를 낼름 받은 건 아닙니다. 그냥 받았어요. 그러니까 이번 하차 논란에 저의 책임은 하나도 없…다구요. 자꾸 저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마이크 드리지 않습니다.
JM (전국청년래퍼연대) : 요~ 호우호우호우 마이 네임- 제이엠- 절-망- 내 동생, 마이 브라-덜, 에스엠- 소-망이. 그러니까 나도 장관 줘↗ 짤린 사람 백 명-! 노종면, 윤도현, 정관용, 신경민, 김제동… 손석희는 겨우 그중에 한 명일뿐-! 잘 하던 라디오, 시사, 뉴스, 예능, 이러다가 드라마까지. 결국 남는 건 쩌리들. 이것이 바로 삽질! 인↗생! 어두-워↘외로-워↘

쩌리짱 (진행) : JM씨는 방송에 쩌리들이 남는 게 불만이신가요? 값 싸고 말 잘 듣는 쩌리들을 반대하시는 근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JM (전국청년래퍼연대) : 워-워-워-워↘넌 어려서 몰-라↗

박영진 (뿌레땅뿌르국 대통령) : 니깟 놈이 뭘 알아? 우리나라는 개나 소나 쩌리나 한 자리씩 다 차지할 수 있는 평등한 나라야. 괜히 잘 하는 손석희 때문에 쩌리들만 욕먹는 거야. 다~ 못하면 욕먹을 일이 뭐가 있겠어? 이런 이기주의자, 자기만 잘 하니까 7년 10개월이나 하는 거잖아. 못 하면 1주일씩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데! 이제 그만 해!

쩌리짱 (진행) : 그렇죠? 혼자 잘 해서 고액 출연료를 받으니까 국장, 아니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거죠. 그런데 그 국정감사 보도에 대해 비난하는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영진 (뿌레땅뿌르국 대통령) : 그래, 너 말 잘 했다. 그게 다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야.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한테 “손석희 까지 마라. 니들은 언제 한번 밥값이나 해 봤냐”라고 세비 가지고 비난하는데 말이야, 나름 의원인데 거지처럼 하고 다니냐? 품~위유지비 줘야지. 국민들 만나러 다니는데 걸어 다니냐? 자동~차, 자동차는 아무 차나 타냐? 삼천~씨씨, 삼천 씨씨에 그냥 휘발유 넣냐? 고~급휘발유! 어제 비 왔는데 그냥 타고 다니냐? 검은색 찬데, 손세~차. 이 모든 걸 누굴 위해서? 너, 너는 누구? 국민, 누구? 국민, 누굴 위해서? 국민! 이 모든 걸 국민을 위해서!

쩌리짱 (진행) : 네, 박영진 대통령님 좋은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아, 남보위 황현희 선전부장께서도 할 말 있으시다구요?
황현희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선전부장) : 우리는, 떨어진 남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자, 우리는 바로 이 자리에 나와서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남성 동지 여러분, 시청자의 평등에 대해 외쳐 봅시다. 남자 분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불평등한 이 상황에 당당하게 외칩시다. 우리는 그동안 여자들에게 모든 걸 다 바쳐왔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습니까. 사회자 때문에 <100분 토론> 보느라 다음 날 아침밥도 안 주는 부인, 사회자 때문에 <100분 토론> 본다고 매정하게 전화 끊는 여친을 둔 남성 여러분, 우리도 이제 당당하게 외칩시다. 손석희는 오빠면서! 나한텐 왜 아저씨냐! 우리 엄마 동창이다! 동안으로 사기 친다!

쩌리짱 (진행) : 참석자 여러분의 말씀을 듣다 보니 그동안 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이번 진행자 교체는 현명한 선택인 것 같은데요.
최효종 (행복전도사) : 여러분, 모두 웃으세요.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요. 왜냐! 우리 방송엔요, 사랑이 넘치기 때문이에요 근데요~ 왜 사랑이 넘치는 방송에 행복이 없는지 가마안히 생각을 해보니까 우린 사랑보다 돈을 행복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이거에요. 돈은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도, 아주 쪼끔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우리 모두 출연료 십억씩은 받잖아요, 그죠? 혹시 방송 그만 두면 우리가 저기 미국에 갖고 있는 별장 하나 팔면 되잖아요. 아, 억대 연봉 못 받으면 방송인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냥 행인이지.
쩌리짱 (진행) : …
최효종 (행복전도사) : 아니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개편 때마다 계 깨서 먹고 사는 사람들처럼. 회사에 말 안 하고 행사 뛰어서 현금 디씨 해주는 사람들처럼.

쩌리짱 (진행) : 저 이 사람들하고 토론이 잘 안 되는 거 같은데 유재석 씨 부르면 안 되나요?
CEO (PD) : 출연료가 높아서 안 됩니다. 대충 알아서 하세요.
쩌리짱 (진행) : 그럼 일단 전문가 의견이나 들어볼까요? 안영미 박사님.
안영미 (박사) : 네, 저는 방송 진행자와 출연료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보았는데요. 저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현재 방송 3사 TV와 라디오 진행자의 99.9%가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방송인들이 순수하게 방송을 사랑하고 시청자들을 위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돈 때문에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쩌리짱 (진행) :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안영미 박사님, 아까 방송 전 저희 작가가 출연료는 현찰박치기가 아니라 월말에 입금해 드린다는 얘기해 드릴 때 혹시 주먹 드셨습니까?
안영미 (박사) : 하하. 기분 탓이겠죠. 중요한 건 출연료가 아니라 마음이죠.

쩌리짱 (진행) : 그렇군요. 그럼 이쯤에서 의원 논객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민주노화당 박성호 의원 나와 계신데요.
박성호 (의원) : 사장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김제동 자르고 손석희 잘라서 살림살이 좀 나아 지셨습니까? 사실 평일 밤 열두 시에 사회자 좀 보는 낙으로 <100분 토론> 틀어놓던 사람들은 이제 뭐 보라고 이러십니까. 이쯤 되면 그냥 보지 말라는 거지요? 그리고 우리, 인간적으로 쩌리들 데려다 앉히고 그러지 맙시다. 이게 뭡니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이거 살림살이 좀 나아지면 뭐 할라고 그럽…(MIC Off)

쩌리짱 (진행) : 박성호 의원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만 닥…하시구요. 어, 끝나기 10분 전이네요. 그럼 대충 마치겠습니다. 진행자 교체와 함께 프로그램도 싹 바뀌어서 대한민국 대표 100분의 의견을 들어보는 <100분 토론>, 오늘은 시간 관계상 나머지 94분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 걸로 하겠습니다. 제 출연료가 고정이라 끝장 토론은 없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왕비호 (연예인심판협회 회장) : 야, 야, 쩌리짱! 사람 불러다 놓고 이렇게 병풍 취급 할거야?
쩌리짱 (진행) : 아니 왕비호 씨, 왜 이렇게 자꾸 조급해 하세요…뭔가 쫓기는 듯한 느낌 들게. 방송을 편하게 하세요. 나중에 말씀하시면 되잖아요.
왕비호 (연예인심판협회 회장) : 아니 이거 생각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쩌리짱 (진행) : 뭐 그냥 이렇게 살아요. 나는 마음에 들어요.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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