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한 제3세계 불의 축제에서 제사장의 아들 로와 족장의 딸 주가 서로의 외로움을 확인하며 사랑에 빠진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뮤지컬 <아킬라>(Akilla)가 10월 9일 부터 11월 8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슈퍼주니어의 성민이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의 프레스콜이 9일 열렸다. 프레스콜에는 로를 맡은 성민과 윤형렬, 주 역의 문혜원, 로와 주의 사랑을 가로막는 카 역의 문종원이 출연해 하이라이트 공연을 선보였다.

뮤지컬 <아킬라>는 ‘아킬라’라는 3음절의 단어밖에 존재하지 않는 ‘아킬라 부족’에서 벌어지는 로와 주의 애절한 사랑, 제사장과 족장의 권력대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킬라’라는 독특한 단어는 A와 A 사이에 kill이라는 단어를 삽입한 조어로, 주인공 로와 주의 사랑을 가로막는 잔인한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막이 걷히면 굵고 현란한 부족민들의 몸짓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송시현 연출가의 의도처럼 언어가 아닌 음악과 몸짓으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낯선 만큼 신선하다. 30여분가량 시연된 하이라이트 무대에서는 ‘아킬라’로만 진행되는 대사를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많은 말보다 간결한 한마디가 소중할 때가 있다”는 배우 문종원의 발언처럼, 소통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뮤지컬 <아킬라>를 통해 맛볼 수 있을까.

사랑으로 변화하는 로, 성민-윤형렬
제사장의 아들로, 전쟁보다는 평화를 사랑하고 조각과 그림 등 예술에 소질이 깊은 인물이다. 깊고 차분한 성품의 인물이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주를 사랑하게 된 이후 기우제에 쓰일 재물로 주를 원하는 제사장 아버지에 맞서 싸운다. 성민과 윤형렬은 두 사람이 가진 보이스 톤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짐승소리’에 버금가는 윤형렬은 좀 더 본능적이고, 미성과 ‘병아리’ 이미지를 가진 성민은 그에 비해 좀 더 순수한 느낌을 준다. “사랑하는 이와 결국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와 같다. 하지만 콰지모도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었던 반면, 로는 나름 귀족으로 자란 인물이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웃음) 캐릭터라고 한다.” (윤형렬)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주, 문혜원
보헤미안을 연상시키는 스타일과 맨발로 들판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자유로운 성품은 문혜원의 전작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를 떠오르게 만든다. 제사장과 대척점에 있는 족장의 딸로, 자신과는 달리 조용한 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카와 혼인해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록밴드 ‘뷰렛’의 보컬이자, 에스메랄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문혜원은 주의 솔로 ‘All for you’에서 대금 선율을 연상시키는 창법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되었는데, 언어보다 음악이 먼저 발견되었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윤형렬, 문종원 등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행복하다.”

사랑으로 파멸하는 카, 문종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따지면, 줄리엣의 친척이나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고 결국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시오를 죽이게 되는 티볼트 쯤 되는 인물이다. 무력과 전쟁의 화신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 사냥대회에서 우승한 자에게 족장의 딸을 내어주는 관습에 따라 주와의 혼인을 기다리고 있다. 윤형렬, 문혜원과 함께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집시의 왕 클로팽을 맡았던 문종원이 카 역을 맡는다. “클로팽과 비슷한 느낌이 들겠지만, 헤어스타일만 비슷하지 캐릭터는 많이 다르다. 겉모습이 우락부락해 보여서 (웃음) 그런지 많은 관객들이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역할이 되리라 믿는다.”

관전 포인트
앞서 언급한대로 언어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만큼, 앙상블의 독특하고 힘 있는 안무가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보이와 아크로바틱이 혼합되어 있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서병구 안무가가 뮤지컬 <아킬라>에도 참여해 독특한 안무를 창조해냈다. 무용단 출신의 배우와 수많은 콩쿨에서 수상한 무용수들이 참여했고, 송시현 연출가가 “어쩌면 연기를 전공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한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본능에 충실한 연기를 선보인다. 지대가 단단할수록 더욱 곧게 설 수 있는 것처럼, 탄탄한 앙상블의 연기와 몸짓은 주요 배우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사진제공_판&펀 엔터테인먼트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