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 [명사]
1. 방귀와 항문
2. 몹시 행실이 옳지 못한 자를 심하게 나무라는 말

상대방을 모욕하는 가장 간결하고도 신속한 방법은 혐오스러운 대상에 상대방을 직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분풀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이 행위를 보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비유의 대상을 상대와 연결 지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빵꾸똥꾸’는 비유 없이 상대방을 흉측한 명칭으로 과감하게 부르면서 본인의 카타르시스는 충족하는 동시에 그 명칭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쉴드를 장착하는 고난이도의 비난스킬이라 할 수 있다. 유아어로 변환된 덕분에 정작 듣는 사람은 데미지를 크게 받지 않으며, 만에 하나 원의미를 눈치 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발뺌의 여지가 충분 한 것이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일갈이 아닐 수 없다.

‘빵꾸똥꾸’라는 호통을 듣게 될 경우를 대비해 단어의 어원을 해석하자면, 우선 ‘똥꾸’는 항문의 유아어에서 앞부분을 취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점에서 전반부의 ‘빵꾸’ 역시 지저분한 신체 분위와 관련 된 ‘방귀’가 격음화 변화를 겪은 형태로 추측할 수 있겠다. 즉, 이것은 초등학교 저 학년생 어린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두 가지의 비위생적이고, 아름답지 못한 개념의 다중 복합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당 단어를 창조한 당사자인 정해리양(여. 8세)이 오랜 지병인 변비를 앓고 있었으며, 그녀의 조부인 이순재씨(남. 72세)가 비서가 부르는 소리로 착각할 정도의 방귀를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빵꾸똥꾸’라는 단어 안에 치유될 수 없는 고통과 비애 또한 서려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러니 ‘빵꾸똥꾸’라는 말을 듣게 되더라도 덮어놓고 하이킥으로 보복하기 보다는, 그런 심술궂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화자의 피폐한 심중을 동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가시를 걷어내면 장미가 남을 수 있다는 희망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용례[用例]
* 나에게 가짜 양주를 선물 해씸야? 건빵쥔 빵꾸똥꾸!
* 좀 앉아라, 이 빵꾸똥꾸들아. 제발!
* 노래 제대로 안 부르는 빵꾸똥꾸 녀석이 대체 누구야?
* 야, PD님이 방송 중에 욕하는 사람은 빵꾸똥꾸랬어.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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