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주위 사람들, 지인들에게 평소의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 거라고 생각하나요.
배용준
: 저는 바로바로 얘기하는 타입이에요. 어떤 잘못에 대해서도 그 순간 바로 얘기하고 넘어가는데 그 잘못된 일이 똑같이 반복되면 화를 내고 야단을 쳐요. 그래서 저를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이 믿어주고 의지하는 것 같아요.

<한아여>의 영어판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배용준
: 영어판도 만들 거고, 점자판도 만들고 싶어요. 점자 출간은 판매용이 아닌 기부용으로 제작할 것 같은데 점자로 하면 사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가 가장 난감한 점이에요.

“배우 이후에는 농부, 옻칠 작가, 도예가가 되고 싶어요”

소속사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의 일본 내 자회사인 BOF 인터내셔널이 상장사인 디지털 어드벤처(DA)와 합병한 이유와, 그것이 앞으로 일본 내에서의 관광 사업 등을 전개해나가는 데 미칠 영향이 궁금한데요.
배용준
: 사실 저는 정말 사업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어느 순간 관심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제가 하기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제 사업은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배우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농부가 되고 싶고, 옻칠 작가가 되고 싶고, 도예가가 되고 싶어요.

정말 농사를 짓는 데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있는지.
배용준
: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항상 말로 내뱉고 꿈꾸다 보면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계속 이야기하구요. 농사를 짓겠다는 얘기를 기자들 앞에서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런 얘기를 한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그리고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농사에 대해서는 일단 책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모든 일은 혼자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어느 순간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 거라 생각해요.

사업적인 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데 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는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배용준
: 책에 모든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땐 워낙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책을 많이 읽었고, 한동안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거의 항상 집에 있다 보니 또 다시 읽게 됐어요. 그리고 제 책에도 “박물관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쓴 것처럼,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는 과거의 유산들에 의해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죠.

그러면 아주 평균적인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배용준
: 재미없는데. (웃음) 전날 일찍 잤으면 아침 7,8시 정도에 일어나고 늦게까지 일했으면 10, 11시 정도에 일어나서 가볍게 차 한 잔을 마셔요. 그리고 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하고, 샤워하고, 책 좀 보고…도자기 만들 때도 있어요. 옻칠도 하고.

“당신은 모든 것을 가진 남자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CF를 찍기도 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나 필요한 것, 혹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건가요.
배용준
: 필요한 건, 아내? (웃음) 책에 선승들이 수행하는 ‘무문관(無門關)’에 대해 썼는데, 거기에 들어가려면 정말 많은 걸 채우고 들어가야 버릴 수가 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가서 앉아 있다 보니 그 공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가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 언젠가는 내가 이걸 다 없애겠구나. 모든 걸 줄여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시간이 좀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고, 많은 것을 가졌거나 풍족한 것보다 약간 부족한 느낌을 갖고 사는 게 많은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많은 걸 줄여 나가고 버릴 생각을 하고 있죠.

“어떤 배우가 되겠다, 할리우드 진출을 하겠다 그런 건 없어요”

2002년 <겨울연가>의 히트 전에도 스타였지만 <겨울연가> 이후 아시아의 톱스타가 됐는데, 아직도 문득 지금의 삶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나요.
배용준
: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데뷔하고 나서부터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적응이 안 되는 건 없어요. 이제는 제가 집에 있다가 어디에 가면 여행사에서 사람들을 모시고 저 있는 곳으로 오는 게 달라진 점이죠. 아, 그렇다고 제가 못 갈 데를 가지는 않아요. (웃음) 그러니까 상관은 없는데, 자유롭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약간 아쉬운 마음은 있어요.

지난 7년 동안의 변화로 인해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더빙 작업은 같은 역할을 연기하더라도 같은 느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용준
: 사실 처음 애니메이션 제작한다고 했을 때는 좀 망설였어요. 똑같은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송한 얘기지만 저한텐 재미없을 것 같고 흥미롭지도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냥 집에 와서 대본을 처음부터 봤더니 갑자기 ‘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작품 가지고 이런 얘기하기 좀 부끄럽지만 <겨울연가>는 진짜 좋은 작품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거죠. 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 자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이 감정을 느끼며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했는데 7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목소리도 그렇고 변한 부분이 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냥 그 순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을 해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실 그동안 작품을 선택할 때는 <겨울연가>에서와 비슷한 느낌의, 달콤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역할을 좀 피한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오히려 지금 다시 사랑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드는 데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배용준
: 드라마를 찍고 이쪽 일을 시작하면서 여행이란 걸 가본 적이 없어요. 항상 촬영장에 있었고, 오죽하면 2002년에 뭘 했냐고 물으면 <겨울연가>, 1999년에 뭐 했냐고 하면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가 대답이었어요. 그러니까 작품이 아니라 인생의 한 부분처럼 그 작품들이 왔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 여행을 하고 많은 것들을 느끼면서 제 마음 자체가 좀 열린 것 같아요. 만약 이번에 아프지 않았다면 춘천으로 혼자 가을 출사를 다녀오려고 했어요.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책 작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고 그런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차기작이나 앞으로의 행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지금 배우로서 특히 욕망하는 지점 같은 게 있는지.
배용준
: ‘배우로서’ 어떤 건, 사실 없어요. 어떤 배우가 되겠다, 할리우드 진출을 하겠다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에 대해 매 순간 최선을 다 하고 싶을 뿐이죠.

그동안 미륵사지 같은 문화 유적지에 다니다 보면 천 년 세월이 덧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을 텐데, 그런 곳에서 혹시 내가 천 년 전에 태어났다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나요.
배용준
: 음……그런 생각보다도, 옛 선인들은 우리와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미륵사지도 제가 알기론 설계만 1년 넘게 걸리고 복원하는 데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기 때문이에요. 현대의 과학 장비들을 가지고도 복원하기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 시대에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어 올렸을까 하는 힘에 대해 많이 생각했죠. 또, 돌이켜 생각해 보면 TV도 신문도 없이 그냥 오로지 책과 자연과 함께 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을까, 그러다 보니 사람의 능력 자체가 좀 더 향상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우리도 꾸준히 노력해 나가다 보면 보다 발전된 문화를 후대에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렇다면 천 년 후의 사람들이 이 시대의 배용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기록한다면 어떻게 기록되고 싶은가요.
배용준
: (골똘히 생각한 끝에) 진짜, 아직 그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가 기록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생각해보고 답이 나오면 전화로 알려 드릴게요.

인터뷰. 도쿄=백은하 (one@10asia.co.kr)
인터뷰. 도쿄=최지은 (five@10asia.co.kr)
글. 도쿄=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도쿄=이진혁 (eleven@10asia.co.kr)
사진. 도쿄=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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