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타 이미지와는 대조적인 연기로 티켓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왼쪽)와 휴 잭맨.
액션스타 이미지와는 대조적인 연기로 티켓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왼쪽)와 휴 잭맨.
울버린과 제임스 본드가 뉴욕을 점령했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와 <007>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극 <스테디 레인>으로 브로드웨이에 섰다. 지난 9월 29일 정식 오픈한 이 연극은 평론가들의 엇갈린 평에도 불구하고, 프리뷰 기간부터 불티나게 티켓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혹평 속에서도 공통점이 있다면,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력을 비판한 평은 없다는 것이다. 두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스테디 레인>은 오프닝 전 주인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총 117만 달러의 입장권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 빌리 크리스탈의 공연 <700 선데이스>가 세운 106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뮤지컬을 제외한 연극 주간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밖에도 <스테디 레인>은 입장권 예매로 1천만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두 명의 배우만으로 확 달라진 무대
다니엘 크레이그, 휴 잭맨
다니엘 크레이그, 휴 잭맨
물론 브로드웨이에는 유명 배우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것은 드물다. 일부 언론은 2006년 연극 <쓰리 데이스 오브 레인>에 출연했던 줄리아 로버츠 이후 이런 대형스타가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브로드웨이에 이 같은 판매율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덕분에 바로 한 블록 떨어진 브로드허스트 시어터에서 <햄릿>을 공연하고 있는 주드 로의 경우 <스테디 레인>의 인기에 한풀 꺾였다. 9월 넷째주 632,206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햄릿>은 현재는 극장의 70% 가량만이 찬 상태로 공연을 하고 있다. 9월 10일부터 12월 6일까지 12주 동안만 공연되는 <스테디 레인>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희곡 작가 키스 허프가 쓴 작품이다. 2007년 시카고에서 이미 공연된 바 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가 이번에는 할리우드 A급 배우와 연극 <필로우맨>과 영화 <보이 A> 등으로 알려진 수준급 연출가 존 크로울리가 감독을 맡았으며, 조명과 세트, 의상 디자인도 모두 정상급 전문가가 참여했다.

<스테디 레인>은 시카고 경찰 데니 (휴 잭맨)와 조이 (다니엘 크레이그)만이 나오는 2인극으로, 각각 자신의 관점에서 독백 또는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이들이 엄청난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뒤바뀌게 되는 것이 주된 내용. 특히 내성적이고, 늘 데니의 그늘에 가려 자란 조이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지만, 사실 런던 연극계에서 이미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소심한 조이의 캐릭터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뮤지컬 <보이 프롬 오즈>로 토니상을 수상했던 휴 잭맨은 이번 <스테디 레인> 프리뷰 공연 중, 휴대폰을 끄지 않아 계속 울리게 한 관객에서 일침을 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휴 잭맨은 아예 공연을 중단하고, 관객을 향해 “전화 받고 싶은가?”, “웬만하면 그냥 끄시지”라고 말해 당시 공연장에 함께 있던 관객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사진제공_ The hartman group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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