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우리 결혼했어요> 토 MBC 오후 5시
신혼 첫날부터 남편과 아내가 시건방 춤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2AM 멤버보다는 ‘드아걸’과 시건방 춤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조권과 원조 시건방 춤의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이 추석을 맞아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새로운 커플로 등장한다. 행사로 바쁜 아이돌 멤버들답게 신개념 이동식 주택에서 만남을 가진 이들은 촬영당일 생일인 가인을 위한 생일파티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로 신혼 첫날을 장식한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커플의 등장은 <우결>의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도, 무의미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예능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조권과 ‘아브라카다브라’와 함께 인기가 수직상승한 가인의 만남은 과연 <우결>에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이승기의 이상형 월드컵> 일 KBS2 밤 10시 25분
사실 이것은 웬만하면 피하라는 의미의 추천 프로그램이다. 추석에 만난 어르신들에게 ‘여자친구는 없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는 성화에 지친 남자들에게 <이승기의 이상형 월드컵>은 진정한 ‘열폭’을 느끼게 해줄 테니까. 기본적으로는 여러 이상형 후보의 사진을 보며 최종 이상형을 가리는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의 ‘32강 이상형 월드컵’의 포맷을 그대로 살렸지만 그 하나로 프로그램 전체가 만들어지는 건 역시 이승기니까 가능한 일이다. 소녀시대의 유리, 서현을 비롯해 박정아, 한성주, 서인영 등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개성의 여성들이 이승기의 ‘간택’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니. 게다가 소녀시대 멤버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수영의 이승기 사랑까지 듣게 되면 연휴 같지도 않은 연휴를 마치고 월요일을 맞는 마음은 더욱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워낭소리> 일 SBS 밤 11시 20분
2009년 상반기, ‘인디’라는 이름이 붙은 콘텐츠의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준 양대 산맥은 역시 인디 음악의 장기하와 인디 영화 <워낭소리>일 것이다. 반평생을 함께 해온 최고의 친구이자 가족인 소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거란 선고를 들은 최노인과 소 사이의 교감을 그린 이 다큐멘터리는 2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좋은 영화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 없이 입소문만으로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소를 몰듯 감동이라는 지점을 향해 관객을 몰고 가는 어떤 방향성도 있었고,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배열하는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의 원칙을 상당 부분 어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더욱 깊어지는 최노인의 주름은, 그렁그렁한 소의 눈은 어떤 흠으로도 감출 수 없는 진심 한 줌을 전달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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