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은 얼마 전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180도’를 자신의 인생의 노래로 꼽았다. 자신의 인생이 180도로 바뀌길 원한다는 MC몽의 데뷔곡은 정말로 그의 인생을 바꾸었고, 이후 그는 가요계와 예능계 양쪽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그의 노래는 낼 때마다 음원차트를 강타하고, 그가 자신의 멘토로 일컫는 강호동과 함께 출연하는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은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렇게 MC몽은 180도의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그리고 30대가 된 그는 지금 인생의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놓여 있다. 그의 인생의 나쁘지 않은 과도기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 곡 ‘호러쇼’에는 강호동이 참여했다. 어떻게 된 건가.
MC몽
: ‘호러쇼’ 자체가 호동이 형의 모습에서 테마를 떠올린 거다. 호동이 형은 토크쇼를 한 번 찍으면 8~9시간을 하는데, 끝까지 지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그래서 나는 호동이 형이 예능계의 몬스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호동이 형처럼 무대 위의 몬스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생각했는데, 호동이 형이 떠오른 곡에 호동이 형이 참여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3개월 동안 섭외를 하느라 리패키지로 내게 됐다. 지금까지 피처링 부탁한 사람 중에 제일 섭외하기 어려웠었다. (웃음) 호동이 형이 은근히 랩에 욕심을 내더라. (웃음)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 입으니 겁이 많아졌다”

왜 강호동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든 건가.
MC몽
: 예능이란 게 원래 메인 MC가 있으면 그를 받쳐주는 패널이 있고, 패널들은 각자 캐릭터가 있게 마련이다. 이승기 같은 엄친아가 있으면 나처럼 MC나 패널이 서로 공격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게 내 역할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내 모습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더라. 그러면서 요즘 내가 예능을 할 때 겁이 많아졌는데, 호동이 형이 그걸 귀신처럼 알더라. 식사하는데 갑자기 “야 MC몽, 겁먹지 마” 그러는 거다. 너는 육식 동물이기 때문에 겁먹으면 안 된다고. 그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젠장, 난 무대 위의 몬스터다!” 그래도 겁은 나긴 하지만. (웃음)

지난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당신의 생활, 특히 예능 활동이 음악에 굉장히 영향을 주는 것 같다.
MC몽
: 그렇다. ‘호러쇼’는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거고. 예능을 할 때 걱정이 되고, 말 했다 후회도 하고, 그게 음악에 영향을 미친다.

왜 자꾸 겁이 나는 건가. 당신은 데뷔할 때는 무서울 게 없었던 MC몽이었다.
MC몽
: 그랬지. 옛날 쇼프로그램 보면 민망할 정도다. 김구라가 따로 없더라. (웃음) 그런데 그런 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라. 무서운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전에는 그런 토크에 공감이 된다거나, 나에게 힘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공감하는 분들도 있지만 “너무 솔직한데?” 이러면서. 그래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난 평소에 그리 활발한 사람이 아니다. 예능에서의 내 모습은 TV에서 내 얘기를 솔직하게 말하다 발견하게 된 새로운 내 모습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 반응이 달라지니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라디오 스타’에서도 ‘인디언 보이’가 잘 안됐다고 놀리는데, 그냥 할 말이 없었다. 인정하고 말아야지 뭐. (웃음)

하긴, 당신의 여자 친구가 예쁘다는 이유로 악플을 다는 사람도 봤다.
MC몽
: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을 거의 안한다. 내 이름으로 검색 안 한지 몇 달 됐다. TV도 거의 안 보고. 그러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나만 아프면 모르겠는데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게 되니까 더 겁을 많이 먹게 되기도 하고.

당신에 대한 이런 반응들은 MC몽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당신은 대중에게 별 볼일 없고, 궁상맞은 MC몽인데 어느 순간 스타가 됐다. 혹시 대중이 이런 당신을 버릴 거 같다는 걱정을 해본 적이 있나?
MC몽
: 그 부분은 내 손을 떠난 문제 같다. 오히려 예전에는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인데 왜 모르지?”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곡은 잘 되니까 괴리감을 느꼈고. 그런데 이젠 그런 게 없어졌다. 난 이러니까 여러분이 좀 알아주세요, 하는 생각도 안 들고. 모르겠다. 대중의 마음은 알면 알수록 힘들다.

특히 5집에 지금 당신의 모습이 크게 드러나는 것 같다. ‘인디언 보이’는 그 전과 다르게 한 없이 행복한 멜로디가 나온다. 예전의 당신 특유의 비애가 없다.
MC몽
: 최대한 행복하게 쓰려고 했다. 지금 내 상황이 나쁘지만도 않고. 그리고 겁이 많이 생겼으니까. 예전에는 도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전을 하지만 겁도 많이 생겼다. 예능을 하면서도 떨리거나 불안하고. 그래서 오히려 행복한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당신의 음악 자체가 변하는 것 같다. 3집까지의 당신은 자기 얘기를 그대로 꺼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커스’ 이후로는 점점 더 가상의 콘셉트를 내세운다.
MC몽
: 그 전에는 노래와 라이브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더 다양한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김치찌개도 하다 보면 다양하게 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는 것처럼. 요즘은 가수는 무대 위에서 3분 동안 주인공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되고, 그에 어울리는 춤과 의상을 생각하게 된다.

생활의 변화가 영향을 끼친 건가. 당신은 과거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그만큼 관심사도 예전하고 달라지니까.
MC몽
: 그렇다. 음악만 해도 늘 새 음반을 사고 듣게 되니까. 그래서 음악적인 관심사도 바뀐다.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은 갈수록 사운드에 민감해진다. 믹싱해주시는 분이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너무 소리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하고.

확실히 5집은 사운드에서 진일보했더라. 기존의 힙합 사운드에 일렉트로니카를 얹기도 했고, 곡에 따라 현악기와 관악기도 넣었다. 그런데도 소리가 모두 깨끗하게 분리되면서 여유롭게 공간을 쓰더라.
MC몽
: 그렇다. 5집을 하면서 믹싱 엔지니어를 네 명 썼다. 사실 이러면 그 분들께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각각의 곡에서 다루는 사운드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엔지니어들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인디언 보이’는 믹싱만 여섯 번을 했다. 여러 사운드가 들어있는데 어느 하나 묻히게 하기는 싫어서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고.

점점 음악 자체의 완성도로 파고 들어가는 건가.
MC몽
: 요즘에는 드럼의 톤만 해도 수천가지로 낼 수 있지 않나. 전에는 그걸 몰랐는데, 지금은 그걸 다 아니까. 그래서 생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예전에는 무슨 주제 하나에 꽂히면 그걸로 갔는데, 지금은 계속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호러쇼’도 처음에는 드라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다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발전한 거다.

“쓰고 싶은 곡을 계속 쓸 수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호러쇼’가 그런 당신의 현재가 가장 잘 드러나는 거 같다. 곡의 전개가 굉장히 복잡하다. 사운드는 록과 힙합이 같이 들어있고. 뮤지컬 생각도 난다. 그만큼 치밀하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 같다.
MC몽
: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작곡 공부도 계속 하니까. 똑같은 비트만 반복시키는 건 단조롭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뒷부분의 멜로디는 또 다르게 만들고, 중간에는 클럽 분위기로 바뀌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마지막에는 록 밴드처럼 흘러간다. 그렇게 다양한 전개로 하나의 쇼를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이게 MC몽이다”라는 당신의 색깔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곡만 들어도 어떤 무대가 떠오른달까. 꼭 뮤지컬 같기도 하고. 그리고 비트는 요즘 트렌드가 묻어나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은 요즘 히트곡들과 다르다.
MC몽
: 맞다.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이런 것 같다. 결국 내 관심사에서 음악이 나와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트렌드라는 부분에서도 고민을 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까 그걸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트렌드만 쫓으면 음악들이 다 엇비슷해진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내 개성이 살지 못하면 부를 수 없는 건데, 그래서 내 색깔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5집에서 유독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부분이 많은 것도 자기 세계가 확실해졌기 때문인가. 故 최진실의 이야기를 다룬 ‘진실은 천국에서라도’에서는 당신이 내레이션으로 그에 관해 언급한다. 더 과감해진 건가.
MC몽
: 오히려 겁을 많이 먹었는데 얘기하는 거다. 맞을 까봐 먼저 때리는 것처럼. (웃음)

잃을 게 많아져서 그런가? 예전엔 잃을 게 없었지만 지금은 많지 않나. (웃음)
MC몽
: 많이 있지. (웃음) 가장이기도 하니까. 더 조심스러워지고. 그리고 아직 내 세계가 확고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예전보다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행복일까? 예전에는 막노동을 해서 뭔가 작은 것을 사도 행복했지만, 지금은 내가 살 수 있는 걸 아무리 사도 그게 제대로 된 기쁨인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큰가.
MC몽
: 내겐 지켜야할 사람이 너무 많다. 형도 직업이 없고, 어머니는 나와 같이 살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한 뒤에 따로 사시는데 실명을 하셨고. 지금까지 함께 한 회사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고. 음악 활동만 해도 예전에는 내 의견부터 내세웠는데 이젠 회사 사람들 의견부터 듣고. 지켜줘야 할 사람이 많아지니까 겁이 너무 많아진다.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막 할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지켜줘야할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그만큼 그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얘기 같다.
MC몽
: 그렇지. 내 음악의 모든 이야기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온다. 지금 나에게는 그 사람들이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아주 단순한 예로 내 옷을 사는 것 보다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드리는 게 더 좋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돈을 받은 일이 있을 때는 회사 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그런 금전적인 문제들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의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는 거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MC몽
: 지금 앨범을 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친구들을 통해 큰 돈을 벌 생각이 없다. 그 친구들을 제작하는 건, 그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걸 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피플크루에서 함께 있었는데 심각한 병을 이겨내고 다시 음악을 하게 됐고, 어떤 친구는 자신이 앨범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3시간 동안 울기도 했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이런 친구들이 각자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데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일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무대에서 미친 사람처럼 잘 놀고. 그거면 된 것 같다.

나이 들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나?
MC몽
: 전에는 편의점 하나 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음악을 하고 돈을 벌면서 내 모습이 바뀌던 시절이 있었다. 사업도 하고 싶었고, 너무 욕심을 부리다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유해지고 욕심이 없어졌는데, 그러면서 나와 내 식구만 보호할 수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언젠가 5년 동안 해외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에게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방송에서 아무도 날 찾아주지 않을 때가 되면 작곡가로 살고 싶다. 겉 멋든 말일 수도 있지만, 쓰고 싶은 곡을 계속 쓸 수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한 곡 팔아서 밥 벌어먹고 살고, 다시 한 곡 팔고.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감사하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