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음반을 내고 음악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는 이른바 ‘정통파 아이돌’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의 정의도 광범위 혹은 애매모호해지면서 여러 ‘변종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집을 위주로 활동하는 ‘그라비아 아이돌’,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넷 아이돌’, 그리고 버라이어티 쇼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버라이어티 아이돌’ 등이 그들이다.

여자 아이돌, 가난해도 괜찮아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이는, 본명보다도 ‘가난뱅이 아이돌’ (貧乏アイドル)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우에하라 미유다. 그녀는 조혜련이 고정패널로 출연해 한국에서 도잘 알려진 TBS 일요 아침 버라이어티 쇼 <선데이 재팬>의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찬 이후,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CF에서 활약 중인 버라이어티 아이돌이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까지의 그녀의 삶은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타로 이야기>의 빈곤함 그 자체였다. 동네 게임 센터의 주차장에서 열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우에하라는, 몇 벌 안 되는 속옷을 네 명의 언니들과 공유했기 때문에 속옷 없이 학교에 간 일이 부지기수였고, 밤에는 열두 명의 가족이 한 방에서 마치 테트리스 블록처럼 붙어 잠들어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퇴학과 자살 미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어두운 소녀 시절을 고백한 자서전을 출간해, TV에서 특집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에하라는 그저 ‘생계형 아이돌’로서 시청자의 흥미를 끌었다기보다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밝고 구김살 없는 캔디형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 동료 연예인 마나베 카오리의 표현을 빌자면 “언제나 열심인데다 올곧은” 그녀의 모습에서 대중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돌, 오타쿠라도 괜찮아

또 한 명의 변종 아이돌 스타로는 나카가와 쇼코(애칭, 쇼코탄)를 꼽을 수 있다. 가수, 모델, 만화가 등 멀티플레이어로서 활약 중인 나카가와는, 언뜻 보기에는 귀여운 외모의 평범한 아이돌이다. 그러나 그녀가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가공할 만한 ‘오타쿠’였던 것. 나카가와는 2001년 데뷔한 이후 차근히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지금의 쇼코탄을 있게 한 것은 그녀의 개인 블로그였다. 그저 귀엽고 깜찍한 외모의 아이돌 가수로 보였던 나카가와의 블로그는 한 마디로 ‘오덕질’의 온상이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업데이트되는 블로그를 통해, 한 번에 100권 이상의 만화책을 구입할 정도로 엄청난 만화광인데다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마니아로서 틈 날 때마다 <신세기 에반겔리온>,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의상을 수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카가와 쇼코는 ‘오타쿠의 여신’으로 떠올랐다.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독특한 어휘는 ‘쇼코탄어’라고 불리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 했는데, 그것이 오타쿠들의 ‘전문 용어’임이 알려지면서 이제까지 일반인들에게 경시되어왔던 오타쿠 문화를 다시금 돌아볼 계기를 주었다는 데서 그녀를 재평가 하는 시선도 있다. 오타쿠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나카가와의 블로그는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고, 현재 3권까지 나온 상태이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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