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던 범인을 프라다 구두로 잡아냈던 엘 우즈의 <금발이 너무해>가 뮤지컬로 제작되어 한국 관객을 찾는다.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2007년에 제작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 The musical)의 제작발표회가 15일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렸다. 이번 제작발표회는 엘 우즈 역을 맡은 제시카, 이하늬, 김지우를 비롯한 8명의 배우와 송승환 PMC 대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이후 다시 만난 장유정 연출가, 장소영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다.

“지나친 금발”로 차별을 당하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던 엘 우즈는 복수를 위해 점을 붙이는 대신 하버드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원하던 복수도 이루고, 예상하지 못한 친구를 만나 우정도 쌓고, 결국 사랑까지 이루게 된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도 영화 속 내용을 그대로 이어나간다. 명랑하고 당당한 엘 우즈 역에는 소녀시대의 제시카-이하늬-김지우가, 엘과 사랑을 이루는 에밋 역에는 김동욱-김도현이 캐스팅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KBS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탁월한 표정연기를 펼친 상구가 엘 우즈의 애완견 브루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금발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겠다”는 장유정 연출가의 바람은 11월 14일 코엑스 아티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의 공동인터뷰 내용이다.

“소녀시대에서 금발은 제시카뿐이었다”
배우, 스태프 공동인터뷰

이번 <금발이 너무해>를 제작하는 PMC는 <난타>, <형제는 용감했다>, <젊음의 행진> 등 창작뮤지컬을 위주로 작업했던 회사다. 처음으로 라이선스 작품을 올리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송승환
: 그동안 창작을 고집했던 것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남들이 한 것을 카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창작뮤지컬은 힘들지만 보람차고 재미난 작업이다. 그런데 뮤지컬 전용극장인 코엑스 아티움을 운영하면서 1년 365일 창작뮤지컬로만 공연을 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고, <금발이 너무해>는 2007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 PMC에서 일정부분 투자를 하기도 해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 아줌마 (웃음) 장유정 연출가, 장소영 음악감독, 강옥순 안무가가 함께 해준다고 해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제시카, 김종진 등 뮤지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이 참여해서 화제다. 그들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송승환
: 김종진 씨와는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고, 그동안 배우로서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김종진 씨가 맡은 역이 캘러헨 교수인데, 전화를 했더니 “바람기 있는 교수인가?”라고 묻더라. (웃음) 사실 교수의 이미지가 그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연예인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표가 안 팔릴 정도다. 이미지에 맞고 실력이 있다면 캐스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와 미팅한 결과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뮤지컬을 하고 싶어 했고, 다른 멤버에 비해 실력도 훌륭해 캐스팅을 했다. 그리고 소녀시대에서 금발을 한 이가 제시카뿐이었다. (웃음)

제시카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무대에 데뷔하게 되었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제시카
: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이 대부분이었다. 멤버들 중 티파니는 지금까지 자기가 엘 우즈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웃음) 그래서 캐스팅 얘기를 듣고 가장 반가워했고, 또 한편으로는 1초 정도 질투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아직 연습을 시작하지 않아서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장이 많이 된다.

“뮤지컬이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 비해 더 재밌었다”

아직 공연까지는 2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현재 연습은 어느 부분까지 진행되었나.
장유정
: 작년 12월부터 프리프로덕션 작업을 시작해, 현재는 대본 각색과 가사 번역이 완벽하게 완료된 상황이다. 작은 배역들까지 배우들의 캐스팅이 완료되었고, 현재 역할에 대한 분석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창작뮤지컬 연출을 해왔는데, 라이선스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장유정
: 창작뮤지컬만을 고집했다기보다는 그동안은 부족하다 생각했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라이선스는 안 하는 연출로 알려졌던 것 같다. 이 작품은 다른 라이선스와 달리 대본과 음악만을 가져왔기 때문에 연출자로서 새롭게 실험, 구성해볼 수 있었다. 2007년에 뮤지컬을 뉴욕에서 봤는데, 이 작품이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분명한 주제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아주 훌륭했고, 텍스트에 맞게 음악도 잘 들어맞아있어서 연출자가 해석하고 무대에서 구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다.

에밋 역의 김동욱은 최근 영화 <국가대표>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바쁜 일정 중에 뮤지컬을 다시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김동욱
: 올 초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했는데 작품을 하며 연출, 음악감독, 대표님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도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연기를 전공했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욕심과 꿈은 늘 있었는데, 요즘 뮤지컬로 인연이 많이 닿는 것 같다. 돈도 벌어야 된다. (웃음)

캘러헨 교수와 함께 악역인 워너 역을 맡았다. 그동안은 줄곧 매력적인 저음 때문에 점잖은 캐릭터들을 많이 했는데, 느낌이 어떤가.
고영빈
: <금발이 너무해>가 뮤지컬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고 싶었던 역은 사실 워너는 아니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다보니 나름 워너의 이유들이 이해되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처럼 빠져들고 있다. (웃음) 사실 다른 건 걱정이 안 되는데 아리따운 여주인공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일까봐 그게 걱정된다. (웃음)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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