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쯤 만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보게 되는 사람도 있어요. 아니 1, 2년에 한번 생사를 확인하는 지인들도 있습니다. 그간 쌓인 이야기, 그 사이의 변화,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비밀 같은 것들을 말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과의 시간은 흥미롭게 훌쩍 흘러갑니다. 하지만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사람들과는 어떤가요? 가족, 학교 친구, 혹은 회사 사람들과의 대면이 하루하루 알차고 즐겁기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온 미니시리즈, 지난 1년 오매불망 기다려온 거장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주 5일 방영되는 일일 시트콤이 지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매료시키기란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관성의 법칙과 무의식적 습관이 창조한 허수의 시청률이 아니라 대중적 인기와 작품의 질을 고루 인정받는 시트콤이 만들어지기란 거의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 톰 크루즈도 최첨단 무기도 없이 생전 처음 보는 신인들과 중견 배우들을 내세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시트콤의 마에스트로, 김병욱 감독 입니다.

이제 고전이 된 <순풍 산부인과>부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르는 김병욱 작품 속 캐릭터들은 방영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미달이와 영규, 영삼이와 노구, 괴물준하, OK해미에 이르기까지 그가 창조 혹은 발견해 낸 인물들은 비단 시트콤이라는 좁은 장르가 아니라 모든 창작자들이 필독해야 할 캐릭터 연구의 귀중한 텍스트 일 것입니다.

오늘, 9월 7일 저녁. 거침이 없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지붕까지 뚫어버리겠다는 김병욱 감독의 야심만만 새 일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첫 방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0 아시아>는 이 새로운 이웃을 더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 미리 보기와 김병욱 감독과의 허심탄회 인터뷰, 컴퓨터 속 남의 애정행각을 지켜만 보던 ‘야동순재’에서 로맨스의 당사자로 변신한 배우 이순재 등의 모습이 담긴 생생한 촬영현장까지, 알찬 내용으로 꽉꽉 채워 넣을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월, 화, 수는 가벼운 하이킥으로 기다림의 워밍업을! 셋, 둘, 하나, 제로! 오는 목요일 <10 아시아> 포커스 발사예정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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