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탐나는 도다> 보십니까? 이 드라마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서우임주환이라는 신선하다면 신선한, 생경하다면 생경한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MBC 토ㆍ일 7시 55분이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편성된, 게다가 무슨 배짱인지 사전제작까지 된, 그러나 현재 채 6%가 못 되는 안타까운 시청률로 고전 중인 작품입니다. 지난주 참여했던 한 페스티벌의 심사에서 만난 어떤 방송관계자로부터 “나 같으면 그런 드라마 절대 편성 안 했다”는 싸늘한 반응을 들어야 했던 그런 변방의 마이너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10 아시아>라는 재미의 섬에서 <탐나는 도다>는 저 멀리 귀양 보내야 할 몹쓸 선비가 아니라, 오랜만에 우리에게 찾아온 본 적 없이 흥미로운 ‘귀양다리’입니다.

매주 다채로운 고가 브랜드 신상으로 온몸을 뒤덮고 킬 힐을 신고 조깅을 해도 여전히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낡은 트루기를 벗지 못하고 있는 <스타일>보다는 갈옷을 입고 맨발로 바람을 가르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탐나는 도다>가 훨씬 엣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는 기습 키스와 근원을 알 수 없는 두뇌싸움이 들어간 박기자와 쉐프님의 연애 보다, 얼굴색과 언어를 넘어 ‘밀당’없는 세상에서 서로 토닥이고 아껴주는 ‘일리암’과 버진의 연애가 훨씬 21세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10 아시아>에게 공평함을 기대하진 말아주세요. 저희에겐 시청률의 잣대를 따라야 한다는 혹은 정해진 이슈를 빠짐없이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이곳저곳을 공평하게 어루만져야 할 ‘연예계 복지’를 위해 이 잡지를 만들고 있진 않으니까요. 특정한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잡지도, 무거운 어깨를 가진 시대의 파수꾼도 아닙니다. <10 아시아>는 그저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질릴 만큼 파고들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할 수도 혹은 더 조목조목 따지고 들 수도 있는 아주 이기적인 잡지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재미를 느낀다면 여기서 같이 놀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친구를 찾아주세요. 이유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짧은 인생, 제대로 된 친구들과 잘 놀고 싶은 소박한 바람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가을, 입니다. 며칠 전부터 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 계절의 차가운 온도는 여름을 동안 늘어진 심장의 근육을 오랜만에 바짝 긴장시켜요. 오늘 아침, 누군가로부터 이런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어요. “자신이 만들 방어시스템에 안주하는 사람은 자기를 죄수로 만드는 셈입니다” 탐라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버진도 윌리엄도 박규도 언제까지 그곳에서 살지는 않겠죠. 프리즌 브레이크, 네 바로 그 타이밍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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