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ragon : “무엇보다 얼른 제 스타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중략) 물론 빨리 하려고 마음 먹으면 빨리 할 수는 있겠지만, 급하게 하면 그만큼 부족한 것들이 생기니까… 솔직히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할 거에요.” (지 드래곤, 13살에 했던 인터뷰) 청년, 이젠 잘 하고 있는 거야?

이희성 :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2001 대한민국>의 프로듀서. 권지용은 이 앨범에서 2g-gon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이 때 부른 노래 제목이 ‘G-dragon’. 그에게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연습생 오디션을 권한 것도 이희성이었다. 권지용은 초등학교 시절 승철이라는 자신의 친구 집에서 우탕클랜의 앨범을 듣고 래퍼가 될 것을 결심했다. 또한 그가 꼬마 룰라 활동을 비롯해 MBC <뽀뽀뽀>, 영화 <태백산맥> 등에 출연한 것은 유명한 사실. 지 드래곤은 “어머니께서 날 무대에 세우려고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그 때는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현석 : YG의 보스. 13살이던 권지용이 “느낌이 마음에 들어” 오디션에 함께 온 그의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권지용에게 “이따 엄마 오시거든 여기 들어오고 싶다고 꼭 졸라라”라고 말해 그를 YG 패밀리로 만들었다. 물론, 6년 동안 그를 연습생으로 놔뒀지만. 그 사이 양현석은 지 드래곤에게 비트를 주고, 그 다음날까지 랩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 당시 그를 지켜본 작사가 김이나는 “정말 빠른 작업 속도와 (작업할 때) 형, 동생할 것 없이 (곡을) 야박스럽지 않게 디렉팅하는 센스”에 놀랐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지 드래곤은 작곡과 프로듀싱을 배우며 YG의 뮤지션들과 섞였다. 지 드래곤이 YG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공연에서 넘어지자 지누션의 션은 YG 소속 가수들은 모두 무대에서 넘어져 봤다며 “이제 너도 YG패밀리야”라고 말했다고.

태양 : 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지 드래곤과 함께 6년의 시간을 버틴 또 다른 연습생. 그 사이 그들은 YG 패밀리의 각종 무대에 서며 실력을 쌓았다. 지 드래곤은 태양에 대해 “내가 (팀을) 챙기지 못할 때는 리더의 역할을 대신한다. 태양으로부터 자극받고 위로받은 나는 태양을 보고 자라나는 해바라기 같다”고 할 만큼 태양과 가깝다.

빅뱅 : 지 드래곤이 리더인 그룹. 빅뱅에서 지 드래곤과 태양은 YG를 통해 6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고, 탑 역시 지 드래곤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이다.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통해 선발된 멤버들이긴 하지만, 사실상 사적으로 친한 친구 셋에 막내 둘이 가세한 그룹인 셈. 그래서 지 드래곤은 자연스레 리더가 됐고, 빅뱅의 앨범을 양현석과 공동 프로듀싱 하며 그룹의 음악적 방향을 설정한다. 데뷔 당시 양현석이 빅뱅을 기존 아이돌과 다른 개념의 그룹이라 홍보할 수 있었던 것이나, 빅뱅이 스타일리시한 그룹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지 드래곤의 영향이 컸다. 지 드래곤이 “리더란 팀원들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전략가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빅뱅을 전체 프로듀싱의 관점에서 보는 이유.

지은 : 빅뱅의 스타일리스트.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을 결합한 빅뱅의 패션은 그들을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 시켰다. 특히 지은이 “단순하고 평범한 것도 자기 식으로 스타일링 해내는 능력은 거의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말한 지 드래곤의 패션 감각은 빅뱅의 스타일을 대표한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직접 옷을 만들어 주고, 옷을 사는 걸 너무 좋아했던 그는 어울린다면 여성이 입는 치수의 옷을 입는 등 파격적인 패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음악과 패션은 같이 가야”하고, “퍼포먼스와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 안에서 대중의 뇌리에 박아 넣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음악이다.

존 갈리아노 : 지 드래곤이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 지 드래곤이 방송에 입고 나와 문제가 된 선정적인 문구의 옷도 존 갈리아노의 작품이다. 지 드래곤은 자신이 찾던 존 갈리아노의 옷을 구했다는 생각에 문구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이 일은 지 드래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린 시절부터 YG에 소속돼 힙합 문화에 익숙했고, 패션에 민감한 그는 전 세계의 음악과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여, 그것을 아이돌 그룹 안으로 끌어들였다. 아이돌 그룹들이 패션 잡지에 등장하던 옷을 입기 시작했고, 파격적인 사진으로 유명한 테리 리차드슨이 빅뱅의 사진을 찍었다. 지 드래곤의 매력은 그가 대중문화 산업의 주류에서 활동하면서, TV와 주류 음악계 바깥의 트렌드를 위화감 없이 소화하는데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는 둘 사이의 균형을 잃으면 매스미디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을 넘게 된다. 또한 그의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위치는 뮤지션으로서의 입지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다. 그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음악적인 평가와 결부된다. 스타일리시한 뮤지션과 그저 멋 내기 좋아하는 스타일 과잉의 아이돌이라는 양 극단의 평가를 받기 좋은 캐릭터.

MGMT : 미국의 록 밴드. 지 드래곤이 가장 최근 좋아하는 밴드로 언급했다. 지 드래곤은 이밖에도 “런웨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아서” 다프트 펑크를 좋아하고, 힙합을 하는 형들 사이에서 자랐으며, 동시에 룰라를 시작으로 임창정, 유승준 등의 음악을 즐겨들었다. 지 드래곤은 창작자이기 이전에 장르를 가르지 않는 리스너이고, 그것은 그의 곡에 반영된다. 어려서부터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음악을 듣고, 서울에서 뉴욕의 패션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의 뮤지션.

프리템포 :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그의 ‘Sky high’‘거짓말’과 표절시비가 붙었다.
표절시비는 프리템포가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 됐고, 짧은 피아노 연주 뒤 전혀 다른 진행을 보이는 두 곡을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짓말’의 표절시비는 지 드래곤의 작법의 특성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음악을 듣고, 만들어진 사운드 위에 랩과 곡을 만드는 데 익숙했던 그는 자신이 들었던 곡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이는 뮤지션들이 점점 더 자신이 들은 음악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 드래곤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뮤지션이고, 그만큼 해외 음악의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지 드래곤의 곡 만들기에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고, 그것들을 자신만의 일관된 스타일로 새롭게 ‘창조’하느냐다. 그 점에서 ‘거짓말’은 그의 음악적 특성이 가장 긍정적으로 발전한 경우다. 이 노래는 시부야 스타일의 사운드와 랩이, 그리고 한국 가요의 감성이 묻어나는 후렴구가 결합했고, 그것이 짧은 곡 안에서 몇 번씩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낼 만큼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반면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짜임새 있게 발전시키지 못하면, 그의 곡은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로라이다 : 미국의 힙합 뮤지션. 그의 노래 ‘Right round’와 지 드래곤의 ‘Heartbreaker’가 표절 시비가 일었다. 이 곡이 표절인가 아닌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조만간 이어질 의 기획리포트에서 계속된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요약해서 말한다면, ‘Heartbreaker’는 표절은 아닐지라도 창작성의 수준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Heartbreaker’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곡의 흐름에 있어 ‘Right round’와 거의 같은 부분에서 등장해 곡의 임팩트를 주는 역할을 하고, ‘Right round’에서 발음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해 곡의 변화를 일으키는 랩 플로우 역시 ‘Heartbreaker’에서 비슷하게 반복된다. 그러나 ‘Heartbreaker’로 지 드래곤을 표절 작곡가로 낙인찍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가 겪은 표절시비 중에는 억울해 할 만한 경우가 많고, 지 드래곤의 작법은 그것이 발전적으로 진행될 경우 ‘거짓말’처럼 국내 가요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지 드래곤에게 필요했던 건 자신의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더욱 촘촘하게 발전시킬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거짓말’이 빅뱅이 어느 정도 공백기를 가졌던 시기에 나왔다는 점은 중요하다.

시드 비셔스 : 펑크 뮤지션. 지 드래곤에게 새겨져 있는 문신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는 시드 비셔스의 일생을 다룬 영화 <시드와 낸시>에 나온 대사다. 지 드래곤은 이 말을 “방황과 좌절이 나를 엄습한다 해도,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라는 말로 해석했다고 한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돌이면서도 뮤지션의 자리에 있고, 공중파 TV 안에 있으면서도 존 갈리아노의 옷을 입길 원하는 이 청년은 언젠가부터 파격적인 아이콘과 트러블 메이커의 사이에 아슬아슬 놓여있었다. 그리고 이번 표절시비는 그에게 상당수의 안티를 만들어냈다. 한동안 그는 무엇을 하든 팬들의 지지와 안티의 비아냥을 동시에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극복할 방법은 자신의 음악을 모든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만큼 ‘잘하는 것’ 뿐이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음악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 하긴, 이제 스물 한 살이군.

Who is next
지 드래곤이 등장한 영화 의 주연 안성기와 영화 에 출연한 하지원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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