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쓰여 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이란 시각에 의해 해석되고 선택된 편집 본에 불과하다. 때로 그 시각은 너무나 주인공에 편향되어, 대립하는 인물을 악인으로 만들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의 일이란 그렇게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어지지 않는 법이다. MBC <선덕여왕>이 지금 흥미로운 것은 덕만과 미실의 대립이 흑백논리로 구분되는 단순한 세계관을 탈피한 치열한 공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적과 같이 비열한 꼼수를 쓰기를 마다않는 덕만은 그동안 인, 의, 예로만 정치를 하던 일반적인 사극의 주인공들과 사뭇 다르다. 그리고 미실과 그의 측근들 역시 악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디테일한 입장과 매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설원랑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의 대명사로 미실의 정치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주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설원랑의 시각을 통해서 바라본 신라의 사람들은 지금껏 우리가 알던 것과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미중년의 비망록에 남겨진 그 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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