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소년 빌리의 춤을 기억한다면, 2010년 8월을 주목하자. 2000년 영국에서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가 뮤지컬로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아직 본 공연까지는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지만, 한국어 공연 소식에 누가 ‘발레 천재’ 빌리를 맡을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든다. 지난 8월 21일 남산창작센터에서는 2009년 4월부터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친 각각 6명의 빌리와 마이클이 등장해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로열발레단 댄서인 필립 말스덴의 유년기를 밑그림 삼아 제작되었다. ‘희망’이 고갈된 영국 북부 탄광 마을에서 발레를 통해 꿈을 꾸던 빌리의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리고 5년 후 제작된 동명의 뮤지컬에는 스티븐 달드리가 영화에 이어 뮤지컬 연출을, 엘튼 존이 음악을 맡아 무대 위 새로운 희망을 관객에게 선물했다. 이후 <빌리 엘리어트>는 호주와 미국으로 세를 확장해 나갔으며, 지난 2009년 제63회 토니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뮤지컬을 비롯한 총 10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내년 8월에 선보이는 한국어 버전은 영어가 아닌 제3의 언어로 선보이는 최초의 공연이 된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찾아낸 12명의 빌리와 마이클

주인공의 이름이 곧 제목이 되는 이 작품의 성패는 바로 주인공 빌리에 있다. 하지만 빌리는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소년임과 동시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댄서이기 때문에 그만큼 적합한 아이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빌리의 기본조건인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150cm 이하의 소년’과 함께 “몸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제작하는 메지스텔라 문미호 대표는 전국 3,000개가 넘는 발레학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고, 태권도ㆍ유도ㆍ검도ㆍ피겨까지 몸을 쓸 줄 아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 결과 12명의 빌리와 마이클이 선발되었으며 지난 4월에 선발된 아이들은 매주 총 16시간씩, 8월 오디션에 선발된 아이들은 3주간의 집중교육을 받아왔다. 이후 9월부터는 아이들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개별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으며, 단순히 하나의 동작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은지”를 알려주며 몸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날 빌리와 마이클은 처음으로 발레를 접한 장면, 마이클에게 발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던 장면, 로열발레스쿨 오디션을 보는 장면을 선보였다. 아직은 몇몇 장면에서 불안한 음정과 낯선 탭슈즈에 엉킨 스텝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어른들에 비해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습득력”을 가진 아이들이 11개월 후면 어떻게 성장할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총 12명 중 감정과 체력의 컨디션을 위해 빌리와 마이클 각각 4명씩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비상하는 빌리는 한국에서 어떤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들이 겪는 트레이닝 자체가 곧 <빌리 엘리어트>가 될 이 작품은 2010년 8월부터 6개월간 LG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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