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0시 55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무대이자 전쟁의 참혹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 동막골은 강원도 어느 산골이다. 그만큼 강원도의 청정 공간은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로울 것만 같다. 비록 촌장님과 여일은 없지만 강원도 곰배령 역시 그런 세상의 갈등과 상관없는 현실 속 동막골과 같은 곳이다. 지난 겨울 방송된 ‘곰배령 사람들’의 여름 버전인 ‘곰배령의 여름’은 도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녹음 속에서 역시 도심과는 다른 대안적인 삶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한 때 걸프전쟁까지 취재했던 베테랑 기자는 펜대 대신 망치를 들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IMF의 어려움을 맞았던 왕년의 통신업체 사장은 복분자 수확을 앞두고 있다. 도시 사람의 눈으로 볼 땐 심심하기만 할 것 같은 곰배령 안에서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루도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을가.

XTM 밤 11시

K-1의 과거 명경기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방영하는 의 이번 주제는 ‘강인한 인상의 파이터 명경기’, ‘화끈한 펀치를 선사했던 명경기’ 등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태양을 반사시키는 파이터 명경기’다.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싸움에 방해가 되는 때문인지 몰라도 마이크 베르나르도, 어네스트 후스트 등 유명 파이터 중에는 민둥산 머리인 이들이 많다. 지나친 남성 호르몬 분비가 대머리의 이유일 수 있다는 것도 이들 파이터를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경기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들 모두 떳떳하고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링 위에 오른다. 심지어 멋있기까지 하다. 수많은 탈모 남성들이 강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꽃미남 농구단> CHING 낮 1시

말하자면 농구 코트로 무대를 옮긴 <꽃보다 남자>다. 실제로 대만판 <꽃보다 남자>에서 따오밍스로 출연하는 옌청쉬가 천재 농구스타 동방샹 역을 맡았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면면은 <슬램덩크>의 그것과 유사한데 앞서 말한 동방샹은 서태웅을, 동방샹과 같은 학교에서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길 꿈꾸는 위엔다잉은 강백호를, 또 다른 농구 천재 무극존은 윤대협을 연상케 한다. 조금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한국어 제목이지만 옌청쉬를 비롯해 위엔다잉 역의 루오즈샹이나 무극존 역의 우준 등 대만 안에서 손꼽히는 꽃미남 스타들을 수식하기엔 가장 적당해 보인다. 특히 농구천재 동방샹은 재벌가의 독자이자 전국 과학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엄친아’, 즉 버전업된 따오밍스의 모습으로 여성 팬들에게 어필할 듯하다. 캐릭터 설정이 유치하다고? 잊지 말자. 우리는 한국판 <꽃보다 남자>가 시청률 30%를 넘기는 것도 봤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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