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일본 최대의 유행어는 단연 ‘초식남’이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여성 못지않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데다 쇼핑을 즐기지만 게이는 아닌 이성애자 남성’을 일컫는 용어로 소개됐지만 일본에서는 ‘가정적이고 부드럽지만 연애엔 별 관심이 없는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시작됐다. ‘여성적인’ 남성들에 대한 다소의 비아냥이 섞인 용어지만 이제껏 과묵하고 무뚝뚝한 것만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 왔던 일본의 기성세대에게 ‘여성스러운’ 남성도 그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남자는 바느질하고 요리하면 안 되나요?

그리고 역시 일본 남성의 새로운 트렌드를 지칭하는 또 다른 신조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바로 8월부터 새롭게 시작된 3분기 드라마 <오토멘 – 여름편>(후지 TV 토요일 오후 11시, 9화 이후는 ‘가을편’으로서 화요일 오후 9시 방영)이다. <오토멘>은 칸노 아야의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소녀’를 뜻하는 ‘오토메’에 ‘남자(men)’를 합친 신조어로서, 말 그대로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교내 최고의 남자다운 남학생 마사무네 아스카(오카다 마사키)는 귀여운 팬시 제품 앞에서 넋을 잃고, 요리와 바느질이 취미인데다 순정 만화와 단 것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취향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나 정의감이 넘치는 터프한 미소녀 미야코즈카 료(카호)가 전학 오면서 이들의 좌충우돌 코믹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현재까지 3회 방송된 <오토멘>은 남녀의 역전된 성 역할을 코믹하게 그려낸 성장담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일본 방송계에서는 ‘초식남’에 이은 또 다른 신조어로서 ‘오토멘’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인기 가수 각트가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재킷에서 시부야계 갸루 분장을 하고, 최근 배우 스기우라 타이요도 여장한 모습으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을 예시로 들며, 코스프레와 메이크업 등 여장 취향을 지닌 남성들을 ‘오토멘’으로 소개하는데 그쳤다. 모처럼 드라마 <오토멘>이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는 신선한 화두를 이끌어냈음에도, 방송이 단순히 여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꽤나 아쉬운 접근인 셈이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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