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본인이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에 대한 구분도 생기고 나름의 철학이 생길 거 같은데.
신하균
: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아직 잘하는 건 없다.

“송강호, 정재영 선배가 부르면 냉큼 나간다”

과거 작품들을 통해 들은 그 수많은 호평은 뭔가.
신하균
: 앞에서야 다 잘했다고 하지. 싫은 얘기를 누가 하나? 인터뷰라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나는 아직도 내가 출연한 영화는 잘 못 본다. 시사회 땐 봐야 하는데 그 이후엔 DVD가 있어도 안 본다.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면 넘겨버린다. 못 보겠다. 처음에는 나아지겠지, 나도 이젠 잘하겠지, 생각했지만 결국 내 연기에 만족 못하는 건 그대로인 거 같다. 영화한지 10년, 연극까지 하면 15년 이상 연기를 했는데도. 그저께 드라마 촬영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면서 왜 그랬지, 하는 후회가 있다.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해답은 없고. 변하지 않는다.

그럼 반대로 비판은 잘 받아들일 거 같은데 그런 피드백은 어떻게 받나.
신하균
: 그럴 사람이 거의 없다. 배우들도 만나면 그런 얘기 잘 안 한다. 나 역시 후배 배우라고 연기에 대해 감히 얘기하지 않고.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고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데. 그냥 본인들이 안다. 어떤 영화는 어떻더라고 얘기는 해주는 선배들이야 많지만 연기에 대해선 본인들이 알겠거니, 라고 생각한다. 꼭 그런 얘기를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고 배우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좋은 자극과 위안을 받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송)강호 선배, (정)재영 선배 같은.

그런 어울림 때문일까. 당신은 송강호와 정재영 등으로 이어지는 연기파 배우의 계보 안에서 평가 받을 때가 많다.
신하균
: 닭살스럽다. (웃음) 연기파라고 나누는 것도 그렇다. 연기하는 모든 분이 다 연기파지. 연기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냥 각자의 개성과 색깔대로 하는 거지.

굳이 연기파라고 하는 건 미남 배우가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 (웃음)
신하균
: 그런데 강호 선배와 재영 선배 사이에 있으면 내가 좀… (웃음) 내가 왜 그들과 항상 함께 하겠나. 내가 그 중 가장 젊고, 가장… (웃음)

그래서 자주 만나는 편인가.
신하균
: 술 좋아해서 같이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건 극히 드물다.

대신 연락을 받으면 냉큼 나가는 편인가.
신하균
: 자주 그런다. 자주 냉큼 나간다.

“좋은 결과물의 기준은 언제나 관객이다”

매사를 좀 기다리는 타입 같다. 어디서 좋은 시나리오 돈다는 얘기 돌 때 찾아가서 읽어본 적은 있나.
신하균
: 좋은 거 있다고 가져가서 보고 그런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해 뭐가 돌아다니는지도 모른다. 기본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연이 닿으면 하는 거다. 억지로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사람 관계도 그렇고. 내가 작품 외에 내 얘기 할 게 없는 게, 정말 그냥 그렇게 있으니까 얘기할 게 없다.

프라모델 만드는 거 좋아한다는 얘기 들었는데.
신하균
: 그렇다고 내가 어제 어떤 프라모델을 완성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이럴 수도 없지 않나. (웃음) 블로그도 없고 개인 홈페이지도 없고.

참 내성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데 작품 활동은 적지 않다는 게 신기하다.
신하균
: 오케이는 빠르다. 고민을 오래하진 않는다. 이거다 싶으면 하고 후회는 다음에 하는 거고. 내가 이게 재밌고 신선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거니까. 그 과정은 짧다. 오래 고민한다는 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걸 뜻할 수도 있다.

그럼 <위기일발 풍년빌라> 이전에는 드라마 제의가 없어서 안 했던 건가.
신하균
: 몇 번 왔었는데 대본이 아닌 시놉시스만 왔다. 그것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부터 대본을 10부까지 받아봤으니까.

혹 영화배우라는 자의식 때문에 드라마를 안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신하균
: 그런 거 나누지 않는다. 영화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광고도 찍었다. 다 해봤다. 일단 내가 어떤 환경, 어떤 매체가 편한지가 문제인데 다 잘할 수 있으면 좋지.

그러면 어떤 매체든 좋은 결과물만 나오면 되는 것인가.
신하균
: 물론이다.

그러면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결과물의 기준은 뭔가.
신하균
: 첫 번째는 관객이다. 보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웃음을 터뜨리건 생각을 보며 보건, 진지하게 보건. 어쨌든 즐거움을 주고 싶다.

그래도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칭찬하면 본인은 안 믿지 않나. (웃음)
신하균
: 안 믿는다기보다는… (웃음) 좋은 말을 해주는 건 고맙지만 나 자신이 거기에 젖어들면 안 될 거 같다. 가장 중요한 게 객관성이다. 감성을 가지고 일하지만 그 감성이 한 작품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되려면 얼마나 냉철한 판단력과 객관적인 시선이 있어야 하는지, 연기하면 할수록 느낀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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