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활발한 프로모션 중이다. 그들은 아이돌 스타 조나스 브라더스의 순회공연에 서고, 미국 방송사의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유튜브에는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 동영상이 수시로 올라가고, 그들의 트위터에는 그들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물론, 이것들이 원더걸스의 미국 내 인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더걸스의 모든 미국 활동은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미국 메이저 시장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L.A.로 간 <10 아시아>가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에 대한 전망과 미국에서 취재한 그들의 현재,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국 진출을 조금씩 현실로 만드는 그들의 전략에 대해 담아왔다.

박진영은 요즘 ‘떡고’다. 원더걸스와 미국에서 함께 지내는 그가 길에서 떡을 먹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 돼 ‘떡 먹는 고릴라’가 된 것이다. 물론 그가 떡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그는 미국에서 2PM의 새 싱글도 작곡했다. 다만 그는 그 사실을 트위터에 먼저 알렸을 뿐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직원들도 트위터를 보고야 이 사실을 알았다. 미국에서 떡 먹는 모습이나 찍히고, 신곡 제작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요즘 박진영이 원더걸스 때문에 정신을 놓은 걸까? 하지만, 지난 8일 L.A.의 원더걸스 팬 사인회에 참가한 10대 소녀 에이미는 원더걸스를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했다. “트위터!”

트위터와 유튜브는 원더걸스의 힘

박진영이 미국에서 올린 사진으로 한국에서 ‘떡고’가 되는 시대. 이 새로운 풍경은 원더걸스가 미국 팝 주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다. 원더걸스는 지난 6월부터 미국의 아이돌 스타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 순회공연에 참여했다. 그 사이 L.A.의 일부 10대들은 원더걸스가 L.A.에 오기 전부터 그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인터넷 팬 커뮤니티를 통해 원더걸스를 알고,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원더걸스의 순회공연에 대해 접한다. 원더걸스가 순회공연 두 달여 만에 FOX TV 토크쇼 <웬디 윌리암스쇼>에 출연하고, 지난 9일에는 <틴 초이스 어워드>의 레드 카펫을 밟은 것은 인터넷 프로모션의 역할이 컸다. JYP USA의 이우석 부사장은 “박진영의 트위터는 개인의 여가 활동이기도 하지만 원더걸스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베이스 캠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바꾼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미국 LG 무선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미국의 10대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LG가 조나스 브라더스의 콘서트와 원더걸스의 팬 사인회를 후원한 것은 이 때문이다. 10대는 미국에서 새로운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그것을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한다. 트위터와 유튜브는 원더걸스가 팬들에게 가장 빨리 다가설 수 있는 새로운 거대 미디어다.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어필해야할 것은 인종보다는 세대”

원더걸스가 <틴 초이스 어워드>에 참석하고, 팬들에게 디즈니 라디오 방송에 ‘Nobody’를 신청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틴 초이스 어워드>와 디즈니 채널은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형성되는 미국 10대의 트렌드를 기존 미디어에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현재 인기에도 디즈니의 리얼리티 쇼가 큰 역할을 했고, 원더걸스도 디즈니 채널의 고정 프로그램 출연을 타진 중이다. 원더걸스는 미국 1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타와 함께 순회공연을 하고, 10대들이 쉽게 접근하는 미디어에 노출되며, 그들이 가장 즐겨 보는 채널에 입성하려 한다. JYP의 정욱 대표는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궁극적으로 어필해야할 것은 인종보다는 세대다. 미국의 10대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아버지 케빈 조나스 시니어가 원더걸스의 매니지먼트를 결정한 것 역시 그들이 미국 10대들에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L.A. 공연을 취재하러 온 지역 라디오 PD 그렉 스미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Nobody’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다. 동양 소녀들이 레트로 복장을 하고, 흑인음악과는 또 다른 노래를 부르는 건 “인종, 장르,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이 완전히 달라지는” 미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케빈 조나스 시니어는 “아시아계 소녀들이 레트로를 소화하고, 재밌는 춤과 노래를 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지금 미국 10대의 코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조나스 브라더스의 어느 10대 소녀 팬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알려준 유튜브 동영상으로 한국 음악을 알게 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록을 기반으로 한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에도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 아시아, 라틴 등 다양한 인종의 10대들이 몰려들었다.

누구와 일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일하느냐의 전략

이런 미국 10대들에게 원더걸스는 “재밌는 캐치송(catch song)”을 부르고, 재밌는 춤을 추는 그룹이다. 원더걸스가 공연에서 가장 먼저 한 것 역시 ‘Nobody’의 춤을 관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었고, 그들은 그룹 어너 소사이어티의 제안을 받아 ‘Nobody’ 춤을 함께 추기도 했다. 이것이 원더걸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된 것은 물론이다. 유튜브와 트위터의 세대에게 ’Nobody‘는 쉽고 빠르게 원더걸스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다. 여기에 ‘섹시함’보다 ‘귀여움’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내 원더걸스의 이미지는 10대에게 어필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공연 뒤 열린 원더걸스의 팬미팅에 가장 먼저 줄을 선 재미교포 데론 리는 “원더걸스는 꼭 귀여운 만화 주인공처럼 생겼다”면서 “섹시한 이미지의 여자 가수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귀엽고, 그러면서도 다이내믹한 춤을 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Nobody’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따라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부터 콘텐츠가 퍼지는 과정까지 철저하게 10대에게 맞춰져 있었다.

지금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을 주목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아직 싱글조차 내지 않은 무명 가수다. 원더걸스가 정말 빌보드 차트 Top 10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원더걸스가 현재로써는 미국에 진출한 어떤 한국 가수보다 그 가능성을 높인 것 역시 사실이다. JYP는 원더걸스가 미국의 어떤 뮤지션과 작업하는지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박진영의 곡으로 미국에 진출했고, 대신 그 곡과 콘셉트를 가장 재미있게 받아들일 시장에 접근했고, 그 시장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계가 단지 미국 팝 시장에 음악만으로 승부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대신, 실질적으로 그들의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덕에 박진영은 ‘떡고’가 됐다. 하지만 박진영은 오히려 자신의 별명에 즐거워할 것이다. 미국의 10대소녀가 트위터에 올라온 자신의 모습을 키득거리고 보며 원더걸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말이다.

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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