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랑루즈>의 지들러는 샤틴이 가쁜 숨을 몰아쉬어가며 죽어가는 와중에도 외쳤다. “the show must go on”. 뮤지컬 <샤우팅> 첫 공연을 하루 앞둔 8월 11일, 주연배우인 대성은 공연 리허설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도 불구하고,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결국 8월 12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는 대성을 대신해 ‘대성’역을 맡는 뮤지컬배우 강인영이 합류해 첫선을 보였다.

뮤지컬 <샤우팅>은 가수를 꿈꾸는 두 소년 ‘대성’과 ‘승리’가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40분가량 시연된 무대에서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음악프로그램 <뮤직타임>과 연습실을 오가며 열정의 온도를 높이는 가수지망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샤우팅>은 “새롭게 편곡된 10년 전 유행가”와 빅뱅의 히트곡이 13곡, 그리고 이 작품을 위해 창작된 14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레스 콜에서는 강 PD 역을 맡은 홍지민의 ‘나의 무대 나의 인생’과 승리의 ‘나,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나’를 포함한 총 5곡의 장면을 선보였다. “방송국과 콘서트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무대장치와 효과를 사용”했다는 정태영 연출의 말처럼 무대는 들뜬다. 하지만 <샤우팅>은 빅뱅의 히트곡을 부르고, 두 소년이 결국 ‘뱅스’라는 그룹을 만드는 등 하나의 큰 논픽션이 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들의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성의 부재로 인해 픽션으로 변해버린 부분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운 ‘대성’은 극에 등장하는 ‘대박이야’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공연장 외벽 포스터에서 환하게 웃는 대성이의 미소가 아프다. 뮤지컬 <샤우팅>은 8월 23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승리, “가장 어린 만큼 배로 열심히 할 것이다”
뮤지컬 <샤우팅> 배우, 스태프 공동인터뷰

아무래도 교통사고를 당한 대성의 소식이 가장 궁금하다. 오늘도 무대에 서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나.
설도윤 대표
: 처음에 대성과 승리 각각 더블캐스팅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두 배우가 이 작품에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원캐스트로 가게 됐다. 안타깝지만 대성은 교통사고로 인해 출연을 못하게 됐다. 대신 그동안 함께 연습해온 배우 강인영이 공연 끝날 때까지 ‘대성’ 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같은 멤버인 승리가 많이 안타까울 것 같다.
승리
: 나도 어제 리허설 도중에 사고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많이 놀랐다. 이 작품은 오래전부터 기획 됐고 3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했는데, 대성이 형 역시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고 있을 거다. 그렇다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같이 힘들어하면 본인도 분명 싫어할 거라고 생각된다. 밝은 뮤지컬인데 우울해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샤우팅>이라는 제목만큼 관객들에게 기쁨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

많은 이들이 ‘대성’역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강인영에 대해 궁금할 것 같다. 물론 사고소식은 안타깝지만, 이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텐데 공연을 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강인영
: 일단 같이 무대에서 땀 흘린 만큼 사고 소식이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어깨에 무거운 것을 얹은 것처럼 걱정도, 부담도 많이 된다. 하지만 뮤지컬배우로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그동안 연습하면서 장난으로 대성이의 연기를 흉내 냈던 것들이 도움될 것 같다.

그동안 빅뱅의 일본 활동도 있었는데, 연습은 어떻게 했나.
승리
: 2달간의 일본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오자마자 연습을 했다. 그동안 수십 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습할 때마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실의 열정 넘치는 배우들의 눈빛을 보면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스스로를 재정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홍지민 씨 같은 경우엔 뮤지컬 <제너두>를 통해서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과도 공연한 경험이 있다. 대성과 승리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홍지민
: 사실 무대는 방송이랑 다르고 뮤지컬배우는 기본적인 연습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기 전에는 약간의 우려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연습 첫날 내가 당황할 정도로 사전에 대사, 노래들을 다 숙지하고 온 상태였다. 스스로도 반성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당차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승리의 모습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고, 대성이는 연습벌레 같은 모습이 있더라. 대성이랑 같이 공연을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오늘이 첫 공연이다. 각자의 각오를 말해 달라.
정태영 연출
: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점수를 받는 날이다.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도 있다.
주원성 : 공연 전 떨리고 긴장되는 건 언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충분히 힘을 갖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오래간만에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만큼 열심히 하겠다.
홍지민 : 최근 뮤지컬 <드림걸즈>가 6개월간의 공연을 마쳤는데,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작품을 하게 돼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요즘 ‘꿈’에 대한 화두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또 행복해하고 있다. 이 작품도 ‘꿈’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메시지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돼서 자신이 꿈꾸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승리 : 밝고 신나고,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멤버들이 지켜보고 있고 나이도 가장 어린 만큼 더 배로 열심히 할 것이다.
강인영 : 대성이랑 같이 못 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고,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2배 4배로 열심히 하겠다.
설도윤 대표 : 난 빅뱅을 아이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팬들의 연령대가 아주 다양하다. 이 공연에 대성과 승리를 캐스팅한 것도 단지 청소년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일반 관객들이 공연장에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가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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