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박쥐> (Thirst)가 영화 평론 포털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닷컴에서 신선도 77%를 기록하고, 높은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미국 개봉을 시작했다. <박쥐>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의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뉴욕 랜드마크 선샤인 시어터를 비롯해 총 4개 스크린에서 한정 개봉해 55,889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같은 주 개봉된 12편 중에는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크린당 평균 수익은 13,972달러로, 이는 개봉 2주차를 맞은 <오펀: 천사의 비밀>과 신작 <아담>, <더 코브> 등에 이어 전체 4위에 올라있다.

“왜 뱀파이어가 좀비를 이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3주 전인 7월 10일 개봉한 전지현 주연의 <블러드>가 로튼토마토닷컴의 집계에서 20%를 넘기지 못한 혹평을 받은 것에 비해, <박쥐>의 경우 전체 신선도에서는 77%를, 톱 평론가들에서는 67%를 기록했다. 특히 <타임>, <빌리지 보이스>, <타임 아웃 뉴욕>,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에서는 평점 A-의 극찬을 받았다. <타임>의 리처드 콜리스는 박 감독의 <박쥐>가 “왜 뱀파이어가 (영화장르 상) 좀비를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칭하며, “1944년에 만들어진 고전 <이중 배상>과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 그리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를 섞은 듯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김옥빈의 연기를 호평하면서, “그녀는 <차타레 부인>과 셰익스피어의 연극 <맥베드>의 레이디 맥베드를 뒤섞은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버라이어티>, < USA 투데이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의 톱 평론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주로 지적한 내용은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에서부터 “일관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원한다면 다른 영화를 보라”, “영화 전개에 따라 감독이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등이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의 홍보를 위해 최근 뉴욕의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필름 코멘트 시사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 12만 명 이상 참석했던 제40회 코믹콘에서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만큼 현지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병헌이 스톰 쉐도우 역으로 출연하는 올 여름 미국의 마지막 블록버스터 액션영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또한 8월 7일 미 전역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뉴욕=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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