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첫방송 MBC 밤 9시 55분 낮에는 매미가 악을 쓰며 울어대고, 밤이면 식지 않은 여름의 열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빈 틈 없이 가득 한 여름의 징후를 비집고 들어설 서늘한 납량특집 드라마가 오늘 첫 방송을 한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의 트라우마를 가졌지만, <혼>의 신류(이서진)는 <멘탈리스트>의 능글맞은 패트릭 제인과 달리 날카롭고 예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역시 눈앞에서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가진 윤하나(임주은)는 그와 달리 밝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주변의 약자들을 돕고 지키고자 하는 그녀는 혼령에 빙의되어 정체불명의 힘을 발휘하게 되고, 그 과정과 모습은 예상대로 섬뜩한 분위기를 발산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도 돼요? 나… 죽은 사람이 보여요”라는 대사를 듣고 앞으로는 <식스센스>가 아닌 <혼>을 떠올리게 될지, 14년 만에 부활한 MBC 공포물의 서막을 오늘 밤 목격하자.

<환경스페셜> KBS1 밤 10시
최근 주말이 끝난 후 해운대 모래밭이 쓰레기로 뒤덮힌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여름 휴가철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비단 바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역시 최근 훼손의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위협의 주체는 한여름 철 관광객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주민들 각자의 이익 입장들이다. 2010년 시행 예정인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리산의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지리산 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경남 함양에는 수해 예방을 위해 지리산 댐을 건설하기 위한 준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당장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은 물론 있겠지만, 주민들의 후손은 더 이상 자연의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환경 보호론자들의 반대가 격렬하다. 지리산의 가치와, 나아가 자연 환경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미인도> 캐치온 밤 11시 40분
국민 언니 미실이 시작을 이끌고, 국민 동생 김춘추가 후반의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었지만, 정작 수많은 <선덕여왕>의 시청자들은 국민 망나니 비담의 등장에 “올레!”를 외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꾸준히 성실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이한이라는 이름으로 반듯하고 정확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지만, 김남길이라는 본명으로 되돌아 간 후 어쩐지 평범한 얼굴에서 스며나오는 섹시함과 감출 수 없는 남성호르몬으로 새삼 주목받는 배우가 되었다. 오늘 방송되는 <미인도>는 그런 김남길의 터닝 포인트가 고스란히 포착되어 있는 작품으로, 그는 신윤복(김민선)의 첫사랑 강무로 출연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수수한 한복 자태를 다시 만나는 것도 흐뭇한 일이지만 무려 이 영화에는 진한 러브신이 있다. 가족들이 장기 휴가 중이라면 “올레!”를 외쳐라.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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