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2NE1의 스타일은 화려하다. 진한 아이라인과 과장된 헤어스타일, 요란한 액세서리로 촘촘하게 꾸며진 이들은 마이크를 들고 ‘놀면서’ 멤버 간의 나이 차를 뛰어넘고, 보는 사람과의 성별 차를 무너뜨리며 생전 처음 보는 특별한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로 2NE1이 흥미로운 것은 그 모든 꾸밈을 걷어내고 난 후부터다. 점묘화에서 하나씩 색깔을 빼고 나면 스케치조차 남아있지 않듯, 무대 아래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짐작하지 못했던 매력을 보여주는 2NE1 멤버들을 요약하자면 ‘예측불가’정도 되겠다.

Mnet <2NE1 TV>를 열심히 시청한 팬들이라면 대강 이들의 실제 성격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습실과 숙소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장 어른스러운 것은 열여섯 살 막내 민지다. 인터뷰를 할 때도 민지는 침착하다. 농담이 오가는 와중에 기자와 언니들이 깔깔 소리 내어 웃을 때도 민지는 그저 씨익 웃는다. 단발머리 사이로 가려진 통통한 볼이 위로 밀려 올라가는 그 모습은 느릿하지만 뚜렷한 미소의 모양이라 ‘씨익’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꼭 한번, 민지가 소리 내어 웃었던 것은 <정글북>의 모글리를 닮았다는 얘기를 할 때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또래보다 조금 낮고 허스키하지만 너무나 천진난만한 울림의 “헤헤”다.

의젓한 민지가 언니에게 의지를 하는 순간은 의외로 아주 간단한 결정을 앞두고서다. 인터뷰가 진행된 커피숍에서 메뉴판을 앞에 놓고 음료를 고를 때, 민지는 일찌감치 제가 원하는 것을 골라 놓은 CL에게 소근소근 질문을 던진다. 좀처럼 마음에 쏙 드는 음료를 고르지 못하는 그 모습도 귀엽지만, 그런 동생에게 “아이스 민트? 시원할 텐데, 네가 좋아하는 맛은 아닐 거야. 레모네이드는 어때?”라며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는 CL의 모습 역시 지켜보기에 흐뭇하다. 그러나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CL을 마냥 흐뭇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어찌나 속이 여물고 바탕이 단단한지 준비해 간 질문 보다는, 그 자리에서 궁금한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든다. 분명히 젊지만 어리지 않은 특별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장점을 골라서 이야기할 때 쑥스러워 하며 어깨를 으쓱 올리거나, 살짝 혀를 빼어 무는 모습은 순진하지만, 제법 진지하게 단어를 하나하나 골라서 팀의 의견을 대변하는 태도는 그룹의 리더로서 손색이 없다.

CL보다도 더 칭찬에 수줍어하는 멤버는 박봄이다. 그룹의 장점이나 개인의 좋은 점을 거론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 모습은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아지랑이처럼 나긋나긋한 말투를 가졌지만, 흥분하면 점점 또렷해지는 목소리나 말하면서 조물거리는 하얗고 작은 손도 귀엽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항상 다른 멤버들을 만나서 기쁘다는 소감으로 마무리하는 대화법에는 큰언니의 속내가 묻어난다. 반면 산다라는 생각보다 훨씬 차분한 모습이다. 자신을 향한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내 놓거나 조용히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옆모습은 문득 산다라의 나이가 스물여섯임을 깨닫게 한다. 물론, 실제로 만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한 피부와 어려보이는 생김을 가졌지만, 어딘가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지는 태도에서 그녀의 나이가 희미하게 전해진다. 심지어 웃을 때도 슬쩍 손으로 입을 가린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는 ‘6차원’을 자랑하는 개구쟁이지만, 대외적으로 그녀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아가씨였던 것이다. 한참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러 장의 CD에 싸인까지 하고서 일어나는 이들에게 다음 스케줄을 물었다. 대답은 너무도 당연하게 “연습”이란다. 이들의 실제 모습은 예측할 수 없어도, 이들의 가까운 미래는 충분히 예언할 수 있을 것 같다. 탄탄하게 쌓아 올려 진 탑이란, 좀 처럼 허물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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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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