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 중학교 때부터 스타였다. 그 때부터 남자들의 우상이었다. 드라마, 영화, CF, 토크쇼에서 모두 성공했다. 지금도 가장 섹시하고, 가장 스타일 좋은 여자다. 그렇게 20년. 그동안 김혜수에게 있었던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제 보이게 된 변화들.

박중훈 : KBS <박중훈 쇼>의 종영 뒤 MBC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대인배 배우. 김혜수의 데뷔작 <깜보>에 함께 출연했다. 당시 중 3이던 김혜수는 CF에 출연 중 <깜보>의 이황림 감독이 “대학생인 줄 알고” 캐스팅 제의를 했고,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새로운 세계”라는 느낌에 연기를 시작했다. 김혜수는 처음 박중훈을 봤을 때 “어린 마음에 겉모습이 불량해 보였고, 내가 안성기 아저씨하고는 해도 너하고는 안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또한 김혜수가 연예인으로 활동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의 태권도 시범단에서 활동하던 중 ‘네슬레 마일로’에서 건강하고 예쁜 여학생을 모델로 찾고 있었기 때문. 한 마디로 타고난 외모. 김혜수는 “어쩌다 연예인으로 발탁된 거라 모델로 삼는 배우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길용우 :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 KBS <사모곡>의 상대역. 김혜수는 16살의 나이로 성인 연기를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혜수가 맡은 역할은 가문의 몰락으로 갖은 풍파를 겪는 양반집 규수로, 길용우에 대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진 채 온갖 어려운 상황을 꿋꿋이 돌파했다. 김혜수는 <사모곡>을 비롯해 KBS <순심이>와 KBS <세노야> 등에서 세파를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이 많았던 시대에 등장한 캔디 같은 이른바 ‘건강미인’의 탄생. 이런 이미지는 이후 MBC <국희>같은 기업 드라마와 김혜수의 여러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 등장하면서 김혜수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가 된다.

김현숙 : 김혜수의 어머니. 김혜수에 대한 김현숙의 애정은 연예계에서 유명하다. 어린 시절
계단 오르기도 힘들었던 김헤수의 건강을 위해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를 시켰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식사마다 멸치를 먹이기도 했다. 김혜수가 연예인을 하게 된 뒤에는 김혜수의 모든 활동을 쫓아다녔을 정도. “성격도 밝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아이로 키우려고 세상의 좋은 면, 밝은 곳,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관. 이 때문에 김혜수는 20대가 되도록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겠다는 말을 잘 꺼내지 못했고, 가고 싶은 곳에 가겠다는 말을 못했다고. 김혜수는 “당시 그만큼 보호를 받으면서 나이 들어 제대로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엽 : 요즘 베이스 연습에 푹 빠진 MC. 김혜수가 진행한 SBS <김혜수 플러스 유>의 첫 게스트였다. 당시 김혜수는 신동엽의 이야기에 너무 빠진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제작진에게 리액션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또한 신동엽은 김혜수가 조크로 사람을 웃긴 뒤 조크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웃기는 얘기를 하는 순간까지만 가는 게 좋다”며 토크의 기술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김혜수는 <김혜수 플러스 유>로 인기 토크쇼 진행자가 됐고, 김혜수가 토크쇼에 입고 나오는 옷들은 방송이 나갈 때 마다 화제가 됐다. 밝고, 건강하고, 토크쇼를 이끌 만큼 재치있고, 스타일도 좋고. 그렇게 김혜수는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성인 톱스타의 위치를 확실히 굳혔다.

황인뢰 : MBC <베스트 극장>의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와 MBC <연애의 기초>에 김혜수를 출연시킨 드라마 감독. <연애의 기초>는 여러 명의 주인공이 각각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로, 김혜수는 어린 시절부터 예쁜 외모로 캐스팅 돼 톱스타가 된 연예인을 연기했다. 어찌보면 일정 부분 자전적인 이야기를 연기한 셈. 김혜수는 <연애의 기초>에서 톱스타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연예계 생활에 지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실제로 김혜수는 20대에 접어들면서 “일상성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또래 여성들과 달리 세금 고지서 처리나 은행 업무도 혼자 못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던 것. 지금도 김혜수는 자신이 일상적인 연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연기에 한계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오랫동안 머물렀지, 배우로서 뭘 이룬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김혜수는 이런 고민 때문에 한 때 30대에는 조용히 은퇴를 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억지로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 확실해서 갑갑”한 톱스타가 겪은 20대의 사춘기.

차승원 : 김혜수와 영화 <신라의 달밤>에 함께 출연한 배우. <신라의 달밤>은 당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김혜수에게 전환점이 됐다. 김혜수는 “어떤 영화가 흥행이 될지 미리 알아보는 선구안 같은 게 없다”고 말하지만, <신라의 달밤> 만큼은 대중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 의도적으로 골랐다고. <신라의 달밤>을 통해 김혜수는 자신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고, 보다 확실하게 연기에 대한 욕심을 느꼈다고. <신라의 달밤>을 기점으로 김혜수는 과 <얼굴없는 미녀>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 보다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고, 더 이상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섹시함을 강조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만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배우 김혜수의 2막 시작.

정준호 : 김혜수와 몇 년 째 청룡 영화제를 함께 진행 중인 MC. 정준호와 신현준이 주고 받는 썰렁한 농담과 김혜수가 입고 나오는 드레스는 청룡 영화제의 트레이드 마크. 여기에 그의 미니홈피에 올라가는 다양한 사진들은 여성들에게 그를 스타일 좋은 ‘멋진 언니’로 여기도록 했고, 그의 이름 앞에는 ‘섹시 스타’나 ‘패셔니스타’같은 말이 늘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김혜수는 “나에 대한 섹시한 이미지나 과도한 관심은 언론이 그렇게 만든 것 아닌가”라며 섹시한 이미지가 연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김혜수의 작품 중 섹시한 여성의 캐릭터이거나 노출 연기를 보여준 작품은 <타짜>, <얼굴 없는 미녀> 정도. 그에게 타고난 외모는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배우로서는 쉽게 넘기 어려운 벽이었을지도 모른다. 김혜수는 출연 작품마다 언론에서 자신의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작품의 캐릭터와 상관없이 시상식에서나 행사장에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넘겨짚는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김인식 : 영화 <얼굴 없는 미녀>를 연출한 감독. 이 작품에서 김혜수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을 연기했고, 수위 높은 노출 신을 보여준다. <얼굴 없는 미녀>이후 김혜수는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에서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에 출연하고, <분홍신> 등에 출연하는 등 이전과는 또 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아간다. 김혜수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면서 자유롭게 연기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적응하고 몰두하겠다는 의식”이 생겼고, 현장의 사람들과도 좀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었다. 김혜수는 <분홍신>을 찍을 당시 “스스로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연기자가 안 됐더라면 지금쯤 주부일 거다”라고 말하던 배우가 좀 더 자신의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된 순간. 김인식 감독은 <얼굴 없는 미녀>를 찍은 뒤 김혜수에 대해 “매우 지적이고 성격적으로 뒤끝이 없다. 프로다운 근성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최동훈 : 영화 <타짜>의 감독. 최동훈 감독은 김혜수를 만날 때마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경험하는 것 같았고, 김혜수를 만난 뒤에야 <타짜>의 정마담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고. 그만큼 김혜수는 정마담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어울렸고, <타짜>는 김혜수의 연기 인생에 화룡 정점의 역할을 했다. 이는 단지 영화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정마담이 그동안 김혜수가 보여준 모든 이미지를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타짜>에서 김혜수는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섹시한 팜므파탈이고, 사기를 칠 때는 한 없이 밝고 귀여운 여인이며, 혼자 있을 때는 “먹고 살기 힘든 인생” 때문에 고민하는 쓸쓸한 여자이기도 했다. 매스 미디어와 여러 작품을 통해 조각으로 나눠져 있던 그의 이미지는 <타짜>를 통해 비로소 ‘김혜수’의 것으로 온전히 흡수됐다. 섹시하건, 웃기건, 슬프건, 이제 김혜수는 김혜수다.

이지아 : SBS <스타일>에서 김혜수와 함께 출연하는 배우.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연기하는 박기자는 김혜수가 아니라면 성립 불가능한 캐릭터다. 후배 기자들을 카리스마로 눌러 버리고, 매력적인 남자 후배의 애정 공세를 받으면서도 쿨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렇다할 노출을 하지 않고도 당당함과 섹시함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그 외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타고난 외모와 이미지로 인해 연기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던 이 톱스타는 고민의 시간을 지나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로 드라마를 이끌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타의 포스에 배우의 자유로움이 만나고, 거기에 한 여성이 살아온 인생이 더해지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20여년의 톱스타 인생 끝에 최고로 ‘물이 오른’ 배우의 한 순간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Who is next
김혜수가 진행한 첫 게스트였던 신동엽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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